며칠 전 새벽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그 때문인지 전등이 들어오지 않아 어둠 속에서 새벽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목사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중에도 여느 때처럼 말씀을 전하셨다. 어둠 속에서 말씀을 들으며 지금과 같이 아무것도 볼 수 없고 확신할 수 없는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당연히 어둠을 밝히는 빛, 전기가 들어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님이 주시는 마음은 달랐다. 모든 것이 닫히고 아무것도 볼 수 없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주님의 말씀이었다.
‘만약 핍박가운데 성경도 없이 신앙생활을 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말씀을 읽을 수도 볼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다면?’이라는 질문이 스치고 지나면서 내가 지금 얼마나 복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언제든지 읽고 볼 수 있는 은혜 한가운데 있다는 것이 정말 소중하고 감사했다.
최근 나는 성경복음스터디라는 과정에 참여해 은혜를 누렸다. 첫 강의를 들으며 말씀에 기초한 부르심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기 확신에 기초한 부르심은 거짓 부르심이란 말에 참으로 공감됐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반드시 말씀에 기초해야 한다.
그러나 몇 번의 강의를 놓치게 되면서 나의 실상을 보게 되었다. 환경의 지배를 받는 자로서 내가 얼마나 주님을 제쳐두고 살았는지, 말씀에 순종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얼마나 의도적으로 순종을 유보하는지 보게 됐다.
또 수많은 결정의 근거가 말씀에 있지 않고 얼마나 나의 마음과 감정에 있는지 직시하게 되었다. 주님은 보이는 것으로 살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으로 살아야 함을 말씀하시며 믿음의 걸음의 출발선 앞에 세워 주셨다. 그렇게 주님이 불러주신 헬라어, 히브리어 성경원문에 나타난 하나님의 마음과 사랑을 하나씩 깨달아갔다.
참된 믿음은 주님을 향하여 계산하지 않고 굴리는 것. 주님 말씀하시면 그 쪽으로 넘어지는 것이다. “골 알 아도나이 다르케카” 계산하지 말고 주님께 맡기고 신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얼마나 불법상인처럼, 인신매매범처럼, 마약상인처럼 계산하고 나의 자아를 의지하는지 인식하게 됐다. 하나님의 긍휼이 없었으면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너무 악하고 토하여 내칠 수밖에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 시간을 통해 나의 경험이나 생각대로 살며 합당치 않음을 방치하고 있는 나를 매시간 돌아보고 회개하게 하셨다. 나에게 지배 받는 나는 죽고 하나님의 통치와 다스림이 있는 삶, 예수 그리스도만 남는 삶이 하나님의 형상을 소유한 삶임을 이제는 안다. 나의 욕심을 원 없이 이루며 사는 삶이 아닌 하나님께 원 없이 순종하는 삶으로 살아가길 소망한다. [GNPNEWS]
김부희 사모(천북장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