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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양 칼럼] 예수 없는 ‘예수 세미나’

▲ 드라마 'The Chosen' 속 예수님. 사진: angel.com 'The Chosen' 캡처

눈먼 기독교(48)

최근 계몽주의와 자유주의를 융합하여 기독교의 전통적 예수관을 짓밟고 있는 학자들의 모임이 있다. 바로 예수 세미나(Jesus Seminar)다. 1985년,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신학자 30명으로 시작된 예수세미나는 현재 200여 명의 연구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성경비평을 주로 하는 이 세미나는 성경이 말하는 예수가 신화화됐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으로 역사적인 예수를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들이 고안해 낸 방식이 바로 색깔 구슬에 의한 ‘투표’다. 그들은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 언행(言行)의 신빙성을 자신들의 투표로써 결정하는 놀라 자빠질만한 시도를 하였다. 그들은 예수의 언행이 절대로 아닌 것으로 생각되는 성경 구절에는 검은색 구슬을, 예수의 언행으로 보기에는 어렵지만 예수의 생각을 담고 있다고 생각되는 성경 구절에는 회색 구슬을, 예수의 언행일 확률이 높을 때는 분홍색 구슬을, 그리고 예수의 언행이 거의 확실할 때는 붉은색 구슬을 사용했다.

세미나 참가자들이 이런 식으로 비밀투표를 한 결과, 사복음서와 기타 문서들(도마복음 포함)에 나타난 500개의 예수의 언행 가운데, 검정색 59.1%, 회색 26.7%, 분홍색 12.2%, 빨강색 1.6%로 분류됐다. 그래서 예수가 가르쳐 주신 주기도문 가운데 예수가 진짜로 가르쳐 준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단어는 ‘아버지’ 하나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요한복음에는 빨강색과 분홍색이 전혀 없다. 이 말은 예수세미나 참가자들이 사복음서 대부분을 예수의 언행으로 믿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들이 역사적 예수를 찾겠다고 시도한 방법은 불트만의 방법론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고, 인본주의적이며, 뉴에이지적이다. 1945년 이집트에서 발견된 영지주의 도마복음이 포함된 새로운 신약성경을 번역하여 『다섯복음서』라는 책으로 출간한 것도 바로 예수세미나다. 그들은 지금 예수 전문가라 하면서 예수 없는 예수 세미나를 즐기고 있다.

펑크·크로산·보그, 예수 세미나의 대표적 인물들

예수 세미나는 대부분 북미의 백인 남성 학자로 구성됐으며, 전통적인 신학교의 성경학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구성원 가운데는 한국인 교수와[1] 영화감독도[2] 있는데, 지금도 개인의 종교관과 상관없이 역사적 예수 연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누구라도 가입이 가능하다. 구성원 가운데 로버트 펑크, 존 도미니크 크로산, 그리고 마커스 보그가 특히 잘 알려져 있다.

첫 번째로, 펑크는 역사적 예수 연구는 예수가 누구였는지, 그가 무엇을 말했는지를 모호하게 만든 기독교적 도금(鍍金)의 혼돈으로부터 갈릴리의 현인(賢人)을 해방시키는 노력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예수세미나의 작업이 예수에 대한 종교(the religion about Jesus)로부터 예수의 종교(the religion of Jesus)를 구별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로, 로마 가톨릭 신학자인 크로산은 1세기 예수 운동은 유대 사회에서 주변부 운동이었으며, 예수와 그의 추종자들은 옷 입는 것과 먹는 것이 마치 (예수 당시 로마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여피들[3] 가운데 사는 히피들[4] 같았다고 말한다. 세 번째로, 루터교 신자로 성장한 보그는 『처음으로 예수를 다시 만나기』라는[5] 책에서 자신의 배경과는 다른 주장을 한다. 그는 예수가 소크라테스처럼 체제 전복적인 지혜의 교사였으며, 부처같이 깨달은 자였고, 나아가 무당 같은 치료자(shaman)였다고 말한다. 보그의 말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예수는 농민이었다. 농민은 예수의 사회 계층을 말해 주는 것이다. 분명히 그는 명석했다. 그가 사용한 언어는 주목할만하며, 시적이며, 비유와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예수는 은유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금욕주의자가 아니었다. 예수는 세계를 긍정하는 사람, 삶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간디나 마틴 루터 킹과 같이 사회 정치적인 열정이 있었고, 당대의 지배 체제에 도전했다. 예수는 종교적 열광주의자이자 유대교적 신비주의자였으며, 원하기만 하면 그에게 하느님은 경험적인 실재였다. 그러한 존재로서, 예수는 치유자였다. 성 프란체스코나 오늘날 달라이 라마에 관해서 보도되는 바와 같이, 그의 주위에는 영적인 존재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역사적 인물로서의 예수가 모호한 인물이었다는 점을 제시한다. 여러분이 그에 대해서 경험하는 바, 그리고 예수의 가족이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예수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거나 아니면 기인(奇人), 또는 위험하고도 위협적인 인물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은 예수가 하느님의 영으로 충만한 사람이었다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6]

보그는 예수를 간디나 마틴 루터 킹 또는 달라이 라마 같은 존재로 이해한다. 그는 인간적 측면으로도 결코 온전하지 못했던 세상의 위인들 정도로 예수를 취급하면서 그것이 예수를 정확히 파악한 것인 양 확신하는 것이다. 더욱이 보그는 예수가 역사적 인물로서 모호한 측면이 많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그가 복음서를 비롯한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모습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예수의 신성을 인정하기 싫으니까 성경을 부인하고, 성경을 부인하니까 성경이 말하는 역사적 인물로서의 예수를 의심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러한 의심은 성경 외에 예수에 대한 역사적 문서들이 지금 명백히 남아 있는데도 그것을 거부하는 이유가 된다.

한완상, 예수세미나의 절대 추종자

부총리, 대학 총장,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을 역임한 한완상 장로는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그가 쓴 『민중과 지식인』은[7] 과거 대학가의 필독서였으며, 그의 진보적 성향의 기독교 사상은 현재도 대중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독교 학교인 미국 에모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완상은 그곳에서 사신(死神) 신학으로[8] 유명한 토마스 알타이저 교수의 영향을 받아 근본주의 신학에 회의(懷疑)를 갖게 되었다.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칠 때, 그의 마음에는 정치적 해방자로서의 예수 상이 깊게 각인되었다. 그는 또한 재야 민주 운동가 겸 사상가인 함석헌과 교제하면서 민중 사회학과 민중신학에 열정을 갖게 되었다. 그의 진보적 사상은 예수세미나와의 만남을 통해 더욱 견고해졌는데, 그의 고백을 들어보자.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한 시사 주간지를 통해 처음으로 미국의 예수세미나 활동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세미나에 속한 학자들의 정직하고 용기 있는 역사적 예수 탐구활동을 통해 제 신앙은 더욱 깊어지고, 신학적 시야는 더욱 넓어졌습니다. 역사의 예수를 탐구할수록 신앙은 줄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다양한 역사의 예수 탐구 속에서 오히려 예수 사랑은 더 뜨거워지고, 신학 지평은 더 넓어지는 기쁨을 얻게 되었습니다.[9]

근본주의자들이 참된 예수 신앙을 박제(剝製)화해 버렸다고 비판한 한완상은 예수세미나에서 말한 예수가 오히려 참 예수라고 확신한다. 우리나라의 보수 기독교가 사회 개혁에 소극적이고, 성공 지향적이며,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무식하리만큼 외쳐 댄 것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또 타당한 지적이지만, 예수세미나를 적극 옹호한 것은 그의 신앙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 주는 것이다. 그는 당연히 성경을 제대로 믿지 않는다. 예수세미나 추종자들이 말한 것처럼, 그는 성경의 의미를 말하지만, 그 내용을 온전하게 인정하지는 않는다. 앞서 언급된,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역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데 예수세미나를 인용하는데, 그 추종 정도는 한완상이 훨씬 강하다.

한완상은 예수의 부활에 대해서도 예수 세미나의 크로산이 주장한 것을 그대로 수용한다. 크로산은 부활 사건의 중요성은 빈 무덤이 아니라 그 ‘의미’라고 주장하는데,[10] 이것은 예수의 육체적 부활을 부인하는 자유주의자들의 전형적인 태도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예수의 육체적 부활을 부인하는 것은 교계의 엄청난 저항을 가져오기에 한완상은 결코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빈 무덤은 성경의 ‘은유적’ 서술이라는 크로산의 말을 은근슬쩍 인용한다. 물론 이것은 자신의 말과 진배없다. 은유란 무엇인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예수의 부활을 말할 때마다 그 사건의 진실성을 말하는 것 대신에 오직 부활이 예수 당시의 제자들과 오늘날의 우리에게 주는 의미만을 강조한다. 당연히 그는 예수의 육체적 부활을 자신이 믿고 있는지를 대중에게 고백하지 않는다.

그는 예수가 제도 교회의 틀 안에서 교리적 숭배의 대상인 그리스도로 변질되었다고 말한다. 다른 자유주의자들이 그렇듯이, 그는 진짜 예수와 그리스도가 분리된 존재라고 인식한다. 또한 진짜 예수는 보수신학과 근본주의가 말하는 그런 구원자(그리스도)가 아니고, 약자와 소외받는 자의 해방자라고 그는 강조한다.

한완상에게 근본주의자는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부시 대통령으로 대표된다. 부시가 근본주의 신앙을 가졌으니까 그런 제국주의적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부시의 정책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시각이 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자라고 해서 다 부시 같은 세계관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한완상은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그는 근본주의자들이 선과 악을 극단적으로 나누어, 자신은 선이고 상대방은 악으로 규정하여, 독선적으로 행동한다고 강한 비판을 한다. 이 시대의 많은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자들이 진보주의자 한완상처럼 사회 구원에 관심이 많고, 세상 속에서의 정의 구현과 이 땅에서의 하나님 나라 실현을 위해 자기의 위치에서 진지하게 살고 있다는 점을 그는 알지 못한다. 그에게 현대 교회, 특히 우리나라 교회는, 사회 개혁가로서의 예수를 강하게 주장하지 않기 때문에 근본주의고, 그래서 근본주의는 나쁜 기독교 신앙인 것이다.

한완상은 기독교의 핵심 교리一특히 삼위일체 교리一가 집대성된 사도신경을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그는 사도신경을 앵무새처럼 주절거리지만 실제의 삶은 엉망인 기독교 신자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사도신경 자체를 비판한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고난 받는 자와 약자를 위해 일하신 예수에 대한 고백이 없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세계 기독교 교회가 사도신경을 정통적 신앙고백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보면서 예수의 실재성이 실종되어버린 사도신경을 대할 때면, 저의 마음은 여간 불편하지 않습니다. 더욱 불편하고 놀라운 사실은 그 같은 예수의 실종을 조금도 허전해하거나 불편해하거나 놀라워하지 않는 기독교인들의 상투적 평안함과 관례적 암송입니다.61

사도신경 속의 예수는 한완상에게 실재하신 예수가 아니다. 그 예수는 진짜 예수가 아니다. 그에게 있어서 진리이신 예수를 아는 교회 여부의 판단 기준은 오직 하나다. 사회개혁자 예수를 최고로 강조하면 예수를 제대로 아는 진리의 교회고, 그렇지 않으면 예수 없는 비진리의 교회인 것이다.

한완상은 또한 다윈이나 프로이트의 이론을 비기독교적이라 해서 배제하지 않는다. 그의 세계관으로는 오히려 다윈과 프로이트 때문에 성경의 유신론적 세계관이 수정돼야 한다. 그는 성경을 절대 가치로 삼지 않는 신앙이므로 과학이나 심리학을 성경과 대등한 위치에 두는 것은 아마도 당연할 것이다.


[1]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의 김찬희 명예교수다. 이 신학교는, 하나님도 발전하는 세계 속에서 진화해가는 과정에 있다는, 과정신학으로 유명하다.

[2] 로보캅(1987), 토탈 리콜(1990), 원초적 본능(1992), 쇼걸(1995) 등을 연출한 폴 버호벤 감독이다.

[3] yuppie, 도시에 사는 젊고 세련된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4] hippie, 서구에서 기성 사회생활 양식을 거부하는 사람, 1960년대에 유행함

[5] 원제 Meeting Jesus Again for the First Time

[6] 정승우, 『예수, 역사인가 신화인가』, 책세상, 54-55쪽

[7] 이 책의 기조와 내용은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과 닮아 있다.

[8] The Death of God Theology, 하나님은 죽었다는 주장을 근간으로 한 급진적 자유주의 신학으로서 알타이저와 윌리엄 해밀턴이 함께 저술한 『급진신학과 하나님의 죽음』이라는 책이 유명하다.

[9] 한완상, 『예수 없는 예수 교회』, 김영사, 38쪽

[10] 한완상, 『바보 예수』, 삼인, 30쪽一‘부활, 그 아름다운 얼굴’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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