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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목공소에 취직, ‘새끼 목수’가 되다

사진: Tania Melnyczuk on unsplash

[정전협정 70주년 특별기획]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6)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초대 대통령에 이승만 박사가 당선되고 온 거리는 축제의 분위기였다. 군정이 종식된 것이다.

그해 여름 어느 날 옆집에 사시던 진덕이 아버지가 우리 집에 오셔서 후배 되는 목수가 단양 시내에서 목공소를 하고 있는데 ‘봉가’가 부지런하고 총명하니 목수 기술을 배우게 하라고 아버지께 권했다. 진덕이 아버지도 집을 짓는 목수였다. 나는 월급도 적당하다고 생각돼 목수 기술을 배우기 위해 목공소에 취직했다. 목공소에서 주로 만드는 것은 장농, 찬장, 책상, 한식 문짝 등이었다. 일단 대패 가는 법, 톱날 세우는 법, 끌구멍 파는 법 그리고 대패질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5개월 정도 지나자 숙련공은 못되지만 맡기는 일은 거의 소화하게 되어 나름 능력을 인정받게 됐다.

그런데 주인 최 목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다. 항상 술에 취해 사는 술꾼이었다. 어떤 때는 같이 일을 하다가도 공작소 골방에 나가 떨어져 하루종일 잠을 잔다. 그러다보니 주문된 물건을 납기일 내에 만들지 못해 시비가 발생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는 내 능력으로는 감당 못하는 목수 일을 내게 시키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 덕분에 기술을 빨리 배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당시 내 생각에는 최 목수는 막가는 인생 같다고 느껴졌다.

나는 목공소에서 동생들의 나무신발(막신는 게다)도 만들어주고 부엌에서 사용하는 도마도 만들어 어머니께 드렸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을 하다 보니 최 목수는 공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봉가는 나의 후계자’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또 주변 상가에서는 나를 ‘새끼 목수’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최 목수는 술 주정뱅이였지만 다행히 월급만은 꼬박꼬박 챙겨줘 우리 집 살림에 큰 보탬이 되었다.

어떤 날은 주인 아저씨와 함께 일을 할 때가 있는데 아침부터 길 건너 영춘식당에 한 시간이 멀다하고 들락거리며 막걸리를 한 사발씩 퍼마셨다. 결국 그날은 술에 취해 오후에는 공장 골방에 나가 떨어져 해가 서산에 기울 때까지 잠을 자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하루는 평일과 같이 술에 취해 들어와서 끌구멍을 파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마디 했다.

“야 봉가야, 끌구멍을 숙련공 못지않게 제법 잘 파는구나. 내가 한 숨자고 나올 테니 아교풀 좀 끓여 놓아라.”고 말했다. 아교풀이란 지금의 가구용 접착제로 그때는 딱딱한 고래뼈가 원재료였다. 아교를 부셔서 물에 담갔다가 깡통에 넣고 끓여서 가구접착제로 사용했다. 아교풀을 끓이면서 전날 저녁에 강의록에서 배운 시 한수를 암독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

그러자 갑자기 최 목수가 골방 문을 걷어차면서 ‘너 임마, 내 흉보고 있었지, 내가 싫으면 그만 두면 될 것 아니냐’면서 버럭 화를 냈다. 나는 설명했다. “아저씨 흉을 본 일이 없습니다. 강의록에서 배운 시를 암독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 책을 보십시오.”하며 목공소에 들고 다니던 강의록을 펴보였다. 그렇게 최 목수의 오해를 풀어 준 일도 기억난다.

1948년 11월경 주인 최 목수에게 진짜 큰 사건이 발생했다. 하루종일 주인 최목수가 목공소에 나타나지 않아 집으로 찾아가 아주머니에게 물었더니 퉁명스러운 어조로 엊저녁에 형사가 와서 끌고 갔다고 대답했다. 순간 나는 주정뱅이 최 목수가 역시 개떡 같은 인생을 살고 있구나 생각하며 사연을 물어봤다. 그런데 내 예상을 뛰어넘어 최 목수가 사기죄로 붙잡혀 갔다는 것이다. 목공소로 돌아오는 길에 건너편 영춘식당 아저씨에게 물어봤더니 유부녀 강간죄로 단양 경찰서에 수감되었다고 얘기해 주었다.

도대체 누구 말이 진짜인지 모르겠다. 나는 마냥 주인 없는 목공소를 지킬 수가 없어 며칠 후 공장 문을 걸어 잠그고 공장열쇠를 최 목수 부인에게 건네주고 그 일을 그만두었다. 아버님이 항상 입버릇처럼 강조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하느니라’ 또 가는데 까지 가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통신 강의로 학업을 이어가다

1949년 2월, 나는 중학통신강의록 강독을 마쳤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곧바로 고등통신강의록을 신청하고 구독료를 송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1학기 고등강의록을 우편으로 받았다. 물론 학과 내용은 중학강의록이 중학교과서와 다르지 않았던 것처럼, 글자 한자 틀리지 않고 고등교과서 내용과 똑같았다. 나는 고등학교로 진학한 지선구, 이만근 등 친구들을 수시로 만나 부족한 수업내용과 필요한 정보를 친구들로부터 채우곤 했다. 그뿐 아니라 진학을 못한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도 우정을 다졌다.

여름 방학 때면 10여 명 친구들의 야외 철엽에 초대 받아 하선경이나 중선경 개울가에서 쪽대로 물고기를 잡아 얼큰한 매운탕에 막걸리를 마시며 내심 진학 못한 설움을 달래기도 했다. 학교 앞 냇가에 모여 앉아 시험문제 정답을 놓고 열띤 토론을 할 때면 나도 한몫 끼어 들어 반론을 주장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친구들이 반목하고 지낸다하면 부지런히 중재에 나서는 오지랖도 대단했다. 감사하게도 친구들 사이에서 신의를 잃지 않았는지 그런 나의 수고를 친구들은 고마워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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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학 | 1934~2013. 충남 단양 생(生). 학도병으로 6.25전쟁 참전. 삼미그룹 총무과장 정년퇴직. 서울 노원구 국가유공자수훈회 사무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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