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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산더미 같은 닭고기와 밥, 성 크리스핀 고아원

사진: 원정하

지난 7월 1일, 저는 봄베이 한인교회의 백일학 집사님과 김혜령 권사님 부부, 잠시 놀러 온 MK 학교 제자 수지, 백 집사님의 회사 직원인 노경민 선생님, 그리고 운전수 가네쉬 형제와 함께 ‘푸네’시의 ‘성 크리스핀 고아원(호스텔)’에 다녀왔습니다. 특식과 함께, 만화 전도책자를 나누기 위해서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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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성 크리스핀 고아원은 성공회 계통의 여성 고아원입니다. 실제 고아뿐 아니라 가정이 있어도 편부모 슬하의 극빈층 아이들이나, 장애인 가정, 또 홍등가 가정 등에서 좋은 교육과 보호를 받기 어려운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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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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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그래서 고아원이라고도 하지만, 호스텔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곳은, 한국 감리교단의 김자영 목사님께서 여러 해 째 협력 선교하시는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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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저희는 이전에 맥도날드 햄버거를 준비해서, 절제회의 금주 금연 교육과 함께 아이들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메뉴를 바꾸어 ‘치킨 비리야니’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쌀에 닭고기와 커리 양념을 듬뿍 넣어 함께 찐 음식이지요. 제가 순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닭고기 커리 찜밥’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가서는 정말 크게 놀랐습니다. 이 예쁘고, 대체로 날씬한 여자아이들이, 심지어 열 살 정도 밖에 안 되어보이는 아이들까지, 저도 반도 못 먹을(!) 만큼의 양을 퍼 담는 것이었습니다.

‘저래서 뒷사람들까지 남을까?’ 우려도 있었지만, 애초에 워낙 풍성하게 준비가 되어서 모자라지는 않더군요. 한편으로는 ‘과연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대체로 다 먹었고, 가끔은 더 먹는 아이들까지 있었습니다.

물론 빈민 자선 식당이나 내전 지역 등에서도 엄청난 양의 식사를 하는 아이들을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곳들에는 남자들도 많았고, 평화로운 도시와는 비교가 안 되는 정글이나 내전 지역이었으니 그러려니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세계 어디에서든 고아들의 식사량은, 그것도 맛있는 음식을 눈치 없이 먹을 수 있을 때의 섭취량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맥도날드 햄버거 하나씩을 가져갔던 게 후회가 되더군요. 만일 그 날, 그 햄버거 주어진 것 때문에 급식이 한 끼 덜 나왔었다면.. 저희가 왔던 것 때문에 도리어 더 배가 고팠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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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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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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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산더미 같은 ‘치킨 비리야니’를 가져다 놓은 여자 아이들(초등학생 ~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100kg가 넘는 제가 그 반도 안 되는 밥을 퍼 놓고 앉았는데 참.. 어색하더군요. 그래도 충분히 기나긴 식사 시간을 가지며, 신나게 대화하고 식사하며 모처럼 즐거운 교제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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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식사 중에 힌디어로, “여기는 지금 선생님들도 없고, 다른 한국분들도 없으니 말해 봐라. 저번의 맥도날드 햄버거가 좋았어, 아니면 오늘의 비리야니가 좋아?” 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몇 명이 비리야니라고 대답하다가, 곧바로 ‘둘 다 좋았어요.’로 여론이 바뀌더군요.

사실 인도에서는 많은 경우, ‘상대가 듣고 싶은 대답’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말해주는 예절이 있기에, 저는 질문을 다시 바꾸어 보았습니다. “그럼 다음에 올 때는 햄버거를 가져올까, 비리야니를 가져올까?” 바로 만장일치로 비리야니가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양 차이가 컸던 것 같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지금 칼리지(고등학교와 대학의 중간 쯤 되는 학교)’에 가 있는 언니들 것을 덜어 둔다며, 어떤 아이들은 ‘저녁에 TV 보면서 먹을 것을 남겨둔다.’ 며 남은 비리야니를 따로 보관하거나, 혹은 가마솥에 달려가서 새 식판에 더 그득 그득 쌓아오기도 했습니다. 혹여 다음에 햄버거나 피자를 갖고 오게 되더라도, 양은 두 배 이상 늘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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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이 날은 백일학 집사님의 부인이신 김혜령 집사님께서 처음 인도에 오셨던 날입니다. 자녀 한 분은 미국 의사, 한 분은 터키 선교사로 키우셨고, 본인도 평생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시며 거의 모든 휴가를 의료 단기선교로 쓰셨다는데.. 정말 첫 사역으로 보이지 않는 안정감과 전문성이 보이시더군요.

엄청난 양의 비리야니 외에도, 과자와 음료수를 추가로 구입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긴 비행 끝에 인도에 오신지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왕복 여섯 시간의 머나먼 지방 고아원 사역을 같이 다녀오셨습니다. 얼마나 피곤하셨을지…

그리고 뭄바이에서 달려온 김수지 청년, 노경민 선생님도, 푸네 시온 한인교회의 이창빈, 이예은 청년도 한 주 내내 이국의 회사 생활 속에 성실히 근무한 후에 황금 같은 주말을 여기에 썼던 것입니다.

저로서도 한 주에 걸친 마니푸르 내전 지역 사역 후, 교전 지역을 몇 시간씩 육로로 우회해서 뭄바이 집에 도착한 게 당일 자정 너머였는데, 바로 그 아침에 출발한 사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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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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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김자영 선교사님은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파송교회의 요청으로 한국으로 임지를 옮기게 됐습니다. 저희로서는 성 크리스핀 고아원에서의 마지막 동역이었지요. 아이들이 맛있는 음식과 교제로 행복한 중에도 중간 중간에 김자영 목사님에게 안기고 매달리는 모습을 보며, 그 오랜 세월의 수고를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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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또한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그 고아원을 지켜오시며 사역해 오신, 옛 백인 선교사님들과 전 현직 현지인 사역자들의 헌신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고아와 극빈 가정, 홍등가 아이들 등 어둠 속에 소외된 누군가에게 영원한 복음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그리고 약간의 행복한 추억이라도 주기 위해서는) 이토록 많은 수고가 필요하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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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재정은 한정되고, 시간은 부족하고, 체력은 진해 가는데 갈 곳은 점점 더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갔던 곳도 더 자주 방문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선한 소망을 심어주신 주님께서 그 길을 걸을 힘도 주시리라 믿습니다.

한 번에 한 곳 씩! 계속해서 영의 양식과 육의 양식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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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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