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고정희 칼럼] 네 손을 내밀라

사진: Hanna Morris on Unsplash

두어 달 동안 치과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땅에서 나는 ‘고 상’이라고 불린다. 일본은 성에 상을 붙여 부른다. 조금 친해지면 뒤 이름에 상을 붙이기도 한다.

바로 집 앞에 있는 치과라서 다니기도 편하고 할아버지 의사가 친절하셔서 그런지 부담 없이 좋다. 이는 빼지 않고 어떻게든 살려놔야 한다며 오른쪽 왼쪽 썩고 앙상한 이들을 살려 주었다.

먹고 마시는 것이 쉬워졌다. 잠시 한국에 다녀와야 한다고 치료할 수 있는 날짜를 미리 말씀드렸었다. 마지막 치료하는 날에 할아버지 의사는 한국도 오사카 같이 더우냐고 하며 한국 음식을 좋아하신다 하며 한 번도 가 본 적은 없다고 하신다.

‘고 상’ 조심해서 잘 다녀오고 조금 시원해지면 다시 보자고 하셨다. 옆에 있던 간호사들도 ‘고 상’ 한국 과자 부탁한다며 수납하는 내내 얼굴을 내보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집에 걸어오면서 ‘뭘 사다 줄까?’ 하는 생각에 왜인지 기분이 좋았다. 먼저 말해줘서 좋았다.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얼굴 마스크 팩과 만화 전도 책을 주고 오면 좋겠다고 한다. 얼른 여섯 묶음을 만들어서 넣어주고 왔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 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디모데전서 2장 4절)

집 모퉁이를 돌아 큰 도로를 건너면 일본 초등학교가 있다. 건널목이 있지만 아이들 통학을 위해서 육교가 있다. 나는 가끔 그 육교 위에 서서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을 지켜보곤 한다. 육교 아래 학교 운동장으로 가는 길에 조금은 생뚱맞게 논이 있다. 그 논둑길을 아이들이 걷고 있다. 가늘고 힘없던 벼 잎이 그새 기운차게 올라왔다. 아이들 웃음소리로 더 푸릇하다. 추운 날을 이기고 비옥한 거름을 먹고 잘 다져진 땅에서 벼가 잘 자라고 있다.

농사 비법 중 흩어뿌리기가 있다. 경지에 여기저기 흩어지게 씨를 뿌리는 말이다. 지금처럼 밭과 논이 구별되어 있지 않았던 예전 유대인들의 농사 비법은 흩어뿌리기였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천국의 비밀을 씨뿌리는 비유로 말씀하셨나 보다. 하늘에서 만나가 내려오는 것을 상상해 보라. 복음의 씨가 그렇게 뿌려지고 있다. 길가에도 뿌려지고 돌밭에도 가시떨기에도 어디든지 내린다. 하나님의 빛은 차별 없이 모든 이들에게 비춘다. 그 하나의 이유는 ‘구원’이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새인들이 안식일에 일하고 있는 예수를 고발할 구실을 찾고 있다. 물론 예수님은 이들의 생각을 아셨다. 예수님은 모두에게 보란 듯이 손이 오그라든 자에게 ‘일어나서 한가운데에 서라’ 하신다. 그리고 ‘네 손을 내밀라’ 하셨다. 내민 손이 회복되었다.

내가 만나는 조선학교 아이들이 아직은 길가이다. 내가 만나는 그 엄마들이 아직은 돌밭이다. 내가 만나는 그 선생님들이 아직은 가시떨기밭이다.

그런데 나도 길가에 뿌려진 씨처럼 하나님 모르고 산 적이 있고, 나도 돌밭처럼 낙심하여 하나님을 멀리한 적이 있고, 나도 가시떨기처럼 가시가 많아 하나님께 가까이 가지 못한 적이 있다.

김치를 주려고 우리(조선)학교에 갔더니 나와 같은 성을 가진 교장 선생님이 반겨 주셨다. 김치를 보더니 가위로 조금 잘라 손바닥에 올려 먹어본다. 그러고는 우리는 본이 ‘제주 고’ 하나밖에 없다며 나를 보고 누나이지요 한다. 덩치 좋은 남동생이 생겼다.

우리 부부는 이야기하곤 한다. 이 교문을 스스럼없이 열고 들어가는 것이 이렇게나 쉬워지다니. 처음 사역을 시작할 때 조선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웠던 남편은 여자 혼자 가는 것이 더 부드러울 것 같다며 꼼짝도 하지 않았었다. 굳게 닫힌 녹슨 교문이 난 무거웠다. 선생님들의 지나친 친절이 난 불안했다.

나 여호와가 이르노라 이스라엘 족속아 이 토기장이의 하는 것 같이 내가 능히 너희에게 행하지 못하겠느냐 이스라엘 족속아 진흙이 토기장이의 손에 있음같이 너희가 내 손에 있느니라(예레미야 18장 6절)

저러했든 이러하든 나의 삶의 전부는 하나님으로부터 내려온 것이라는 것. 그러니 다 괜찮다.

자~ 드디어 이들의 뜨거운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저 동편 땅끝에서 비행기 타고 엄마 손잡고 동무 손잡고 할머니 할아버지 나라, 우리들 나라에 온다. 이 땅 한 복판에 서겠지.

갈지어다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어린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누가복음 10장 3절)

이들에게는 다른 사상이 있다고 율법 학자들처럼 고발할 구실을 찾고 있지는 않은가.

예수님은 안식일에 생명을 구하는 것과 멸하는 것 어느 것이 옳으냐 하셨다.

사상과 이념이라는 율법 속에 손이 오그라든 채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어린양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제한된 생각을 버리자. 그러면 하나님은 더 커지게 된다.

‘네 손을 내밀라’

우리는 손을 내밀었다. 그들도 손을 내밀었다. 손을 꽉 잡자.

그 비옥한 가슴에 30배, 60배, 100배 예수 생명 가득하여라.

이스라엘 하나님의 영광이 동편에서부터 오는데 하나님의 음성이 많은 물소리 같고 땅은 그 영광으로 인하여 빛나니(에스겔 43장 2절)

[복음기도신문]

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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