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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양 칼럼] 이성이냐, 성경이냐

사진: Michael Dziedzic on unsplash

눈먼 기독교(33)

인생은 판단과 선택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매 순간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선택한다. 명문화(明文化) 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은 나름대로의 기준을 다 가지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중요한 것을 결정할 때 최종적인 기준으로 삼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세계관(worldview)이 드러나게 된다. 지금은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볼 때, 크게 이성 아니면 성경 두 가지 세계관이 최종 기준으로 제시되는 시대다. 물론 성경 이외의 종교 경전(經典)이 세상에는 많이 있다. 그런데 기독교처럼 경전을 소중히 여기고 그 말씀을 절대 기준으로 삼아 살아가는 종교는 흔하지 않다.

이성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은 어떠한가? 기독교는 이성 즉 ‘합리성’을 최고로 추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반이성적이거나 비이성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도 아니다. 기독교는 기본적으로는 이성을 존중하지만, 성경과 대치되는 상황에서는 성경적 기준을 선택하는 종교다. 이것은 타 종교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때로는 성경에 대해 오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수년 전에 국내의 반기독교시민운동연합(반기련)이라는 단체가 안티기독운동을 벌였는데, 그 내용이 황당했다. ‘악서 바이블 어린이 금서 제정을 위한 1000만 명 서명 운동’이었다. 이 운동을 주도한 사람들은 “성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순과 궤변을 엮어 놓은 허구고, 저주와 악담을 뭉쳐 놓은 무서운 내용의 책이며, 포르노 따위의 음담패설이 난무하는 악서”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어린이들의 마음을 더럽히지 않고 깨끗하게 지켜주기 위해 어린이들 주위에서 성경을 철저히 차단시키는 금서 운동을 벌이게 된 것”이라 밝혔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성과 오해를 기준 삼아 성경을 악서라고 주장하는 어이없는 현상이 오늘날 버젓이 우리나라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간의 이성에 대한 절대적 신뢰는 최근 또는 근대에 와서야 시작된 것이 아니다. 스토아철학을[1] 추구하며 로마 황제로서의 역할도 해내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런 글을 남겼다.

이성과 이성의 행동은 본래부터 완전하다. 이성은 내부 작용에 의해 스스로 만든 목표를 향해 똑바로 나아간다. 따라서 이성에 따르는 행동이 가장 올바른 행동이다.[2]
신과 더불어 살아가라. 주어진 자신의 운명에 만족하고 제우스신이 모든 인간에게 선물한 각자의 신성(神性)이 안내하는 대로 따르고 완수하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신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너를 지배하고 안내하는 신성이란 곧 네 자신의 이성이다.[3]

이렇게 이성을 신성시하고 그에 따르는 행동만 하려고 노력하며 살았던 덕분인지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후대에 로마 5현제로[4] 인정받았다. 그런데 기독교 신앙의 입장에서는 그 평가가 정반대인 것을 아는가?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로마시대 기독교 박해 10대 황제로 뽑히는 인물이다. 자신이 그렇게 신뢰하는 이성으로 판단해 볼 때, 아우렐리우스 황제에게 기독교 신자들은 아무런 죄가 없어도 예수를 믿는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 사자 먹이로 던져져도 마땅한 사람들이었다. 이것이 이성의 실체다.

물론 성경을 믿고 따른다 하면서도 그 권위를 절대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실상은 성경이 아닌 자신의 이성을 절대시하는 사람이다. 성경 중간마다 나오는 어떤 사건이나 계명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 성경의 완전성을 무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장애 극복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헬렌 켈러는[5] 자신의 글을 통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

만일 우리가 진정 하나님을 사랑의 하나님이라고 믿는다면, 하나님이 노한다거나 변덕스럽다거나 쉽게 변하는 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터무니없는 개념들은 성경이 기록된 시대의 미개한 야만주의를 반영한 것에 틀림없습니다.

성경을 믿지도 않고 알지도 못했던 자답게 헬렌 켈러는 성경 내용 가운데 이성적으로 수용하기 싫은 내용들을 ‘터무니없는 개념들’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님이 주신 계시의 말씀이 그녀가 보기에는 야만적이었다. 헬렌 켈러는 사실 스베덴보리주의자였다. 스베덴보리는 신비주의 기독교 이단으로서 비성경적이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인 가르침들을 추종하는 종파다.

성경의 가르침을 부정하는 것은 이성을 절대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보편적인 일이 되었다. 스타벅스,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나이키 같은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은 동성애 결혼을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다분히 마케팅의 일환으로 그런 전략을 선택한 것이지만, 기독교 국가라는 미국의 회사들이 더 이상 성경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동성 결혼은 미국의 성공회 같은 개신교에서 점차 확산 추세에 있으며, 미국 대통령인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까지도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소수 인권 보호라는 미명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차별금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바 있다. 그뿐 아니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우리나라가 어서 동성애를 인정하는 법안을 만들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세상이 점점 동성애를 우호적으로 바라보면서 최근에는 동성애자를 위한 성경이 출간되었다. 권위 있는 성경의 대명사인 킹제임스바이블을[6] 빗대어 이름 지어진 이 성경은 퀸제임스바이블(Queen James Bible)이다. 이 변질된 성경은 동성애를 정죄하는 성구 여덟 개를 중도적 또는 친동성애적으로 바꾸어버렸다. 예를 들면, 유다서 7절 “소돔과 고모라와 그 이웃 도시들도 그들과 같은 행동으로 음란하며 다른 육체를 따라 가다가 영원한 불의 형벌을 받음으로 거울이 되었느니라”에서 ‘다른 육체’를 ‘인간 아닌 육체’, 즉 천사로 바꾸었다.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당한 것이 그들의 죄악, 특히 동성애 같은 음행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아닌 천사를 건드리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엄연한 왜곡이다. 당시 소돔 주민들은 천사들의 진짜 정체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동성애자들이 성경을 변질시키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이나 두려움도 갖지 않는 참으로 무서운 시대다. 사실 이 시대는 이미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들을 반대하는 자들의 목소리를 죽여 버리는 시대가 되었다.[7]


[1] Stoicism, 기원전 3세기 제논에서 시작되어 기원후 2세기까지 이어진 그리스 로마 철학의 한 학파

[2]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 청목서적, 44쪽

[3] 앞의 책 49쪽

[4] 로마 제국의 전성시대에 잇달아 군림한 다섯 명의 명군(名君)으로서 네르바,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우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5제(帝)를 말한다. 이 시대에는 세습이 아니라 원로원(元老院)에서 가장 유능한 인물을 황제로 지명하였다.

[5] 세계 최초로 대학교육을 받은 미국의 맹농아(盲聾啞)로서 저술가이자 사회사업가다.

[6] 흠정역(The Authorized Version) 성경 또는 제임스 국왕역(King James Version)성경은 1604년 청교도들과 감독들이 햄턴 궁(Hampton Court)에 모여 새 왕의 취임과 교회 정화를 의논하던 중에 공동 성경번역에 합의하여 만들어졌다. 국왕 제임스 1세가 54명의 성경학자를 임명하여 여섯 조로 나누어 번역하게 하고 최종적으로 14명의 위원이 검토하여 출간하게 하였다. 번역은 1607년에 시작했고, 1611년에 출판되었다.

[7]  1998년경 미국에서 방송된 로라 박사(Dr. Laura)의 라디오 토크쇼 “Do The Right Thing”은 미국 국민 수백만 명이 즐겨 듣는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토크쇼 중 두 번째로 꼽히던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 로라 박사는 이 쇼로 유명세를 타게 되어 저작 및 강의와 세미나를 통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고, 그녀의 토크쇼 청취자는 나날이 늘어갔다. 적어도 2000년 9월 GLAAD(동성연애자옹호협회)라는 엄청난 상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중략) 로라 박사는 한 잡지의 인터뷰에서 “나는 결코 동성연애자들을 변태적인 사람들이라고 부른 적이 없습니다. 다만 동성연애는 이성 간에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관계에서 벗어난 것이며, 성경이 금하는 것이라고만 말했을 뿐입니다”라고 했다. (중략) 이 일로 인해 로라 박사는 GLAAD의 분노를 사게 되었고, 이 단체는 닥터 로라 프로그램 중지시키기 운동을 착수하였다. 로라 박사가 텔레비전에 출연하기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 그 첫 방송 6개월 전인 2000년 3월,GLAAD는 StopDrLaura.com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이는 TV에 로라 박사가 출연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웹사이트가 개설된 지 10개월 만에 5천만 명이 이 사이트를 방문하기에 이르렀고, 이것 때문에 로라 박사를 반대하는 단체들이 미국과 캐나다의 34개 도시에 생겨났다. 로라 박사는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협박과 폭탄테러의 위협을 받았다. 결국 170개의 광고주가 로라 박사 TV 프로그램 후원을 중단했고, 30개가 넘는 라디오 방송국이 그녀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거절하는 일이 생겼다. 그리하여 2001년 3월 30일 그녀의 토크쇼는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 「살아남는 이들」 166호, 생애의빛, 5쪽 수정, 발췌, 인용(이 잡지는 이단인 안식교에서 발행하는 월간지다.)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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