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도 북동부의 ‘마니푸르’ 주에서는 주 종족인 ‘메이떼이’ 사람들과 정글 부족 ‘쿠키’ 사람들 간의 참혹한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에서 주 전체의 인터넷을 두 달이 넘게 차단 중이고, 언론 매체와 현지인들의 이야기가 다 다르기에 정확한 수치를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략 400개 이상의 마을이 불타고,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수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각 종족들은 현대적인 무기로 중무장을 한 상태이다.
필자는 지난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마니푸르 현지에서 선교사역을 감당하는 차오알타오 & 김유나 선교사 부부와 함께 여섯 곳의 난민캠프와 세 곳의 고아원을 다니며 구호 사역을 감당했다. 특별히 ‘행붕’ 지역의 쿠키족의 추장(이곳에서는 킹(King)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가정을 방문, 준비한 물품을 전달하고 현장 상황을 물었다. 현지 사정을 킹의 딸인 룬 공주와 대담내용을 소개한다.
행붕 지역의 싱다 쿠키(SINGDA KUKI)족 왕의 딸
루네이총 키프젠(LUNNEICHONG KIPGEN) 자매(27.이하 룬 공주)는 막 대학을 졸업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이런 엄청난 짐을 지고 있었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침착하게 난민들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인데 시간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하다. 지금 어떻게 난민을 돕고 있나?”
룬 공주 : 이번에 많은 식량(2650kg)을 공급해 주셔서 감사하다. 지금 아버지(왕)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러, 쿠키족의 다른 지파의 왕들과 함께 수도 델리에 갔다. 오빠 세리 왕자는 코히마 시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부족을 돕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언니 둘은 이미 시집을 갔지만 어머니를 도와주고 있는 중이고, 우리 부족의 난민 캠프 여섯 곳은 내가 맡아 관리하고 있다.
“아까 왕의 창고를 보니 우리가 가져온 이외에도 약 6000kg 정도가 있는 것 같았다. 이곳의 인구는 얼마나 되며, 현재 보유한 식량으로 어느 정도 생존이 가능한가? 혹시 정부의 도움을 받고 있는가?”
룬 공주 : 다행히 인접 ‘나가랜드’ 주의 교회와 개인들이 식량을 보내주었고, 여러분도 도와주셔서 현재까지는 난민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었다. 우리 부족은 약 200가정, 즉 1000여 명이었는데 주변 난민 800명이 들어와서 지금 난민 인구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그 중 100여 명은 오늘 들어온 사람들이다. 이 추세로 계속 들어온다면 곧 상황이 심각하게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에 대해 계속 지원을 요청하고는 있지만, 아무런 답이 없다.”
“난민들이 머물 장소는 충분한가?”
룬 공주 : 조금 뒤에 여섯 난민 캠프를 직접 가 보자. 우리 종족의 학교, 교회의 교육관, 마을회관, 몇몇 빈 집 등이 난민캠프로 운영되고 있다. 지금 거의 자리가 없다. 아직은 방학 중이라 학교 교실이 난민캠프로 쓰이고 있는데, 7월 셋째 주에 개학을 하면 이들을 어디에 수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교회 본당은 예배 장소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곳에도 난민을 받는 것은 시간문제다. 다행히 올해는 우기인데도 비가 별로 오지 않고 있지만, 곧 쏟아질 것이다. 그러면 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칠 수도 없게 된다.”
난민 캠프로 사용되고 있는 학교에 갔을 때, 그곳은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많은 난민들이 교실과 강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면 난민을 돌아봐야 하는 왕과 공주님도 큰 부담이 될 것 같다.”
룬 공주 : 아직까지 식량 지원을 받은 것들이 있고, 또 학교와 마을회관 등에 난민 수용 공간으로 있으니 다행이다. 아버지의 개인 재정이 가장 많이 드는 부분은 난민들의 의료비다. 어떤 난민들은 총상을 입고 오기도 하는데, 이 지역에 그런 상처를 고칠 의료시설이 없어 다른 주의 병원까지 보내야 한다. 그리고 난민 중에 노인과 병자들이 많아서 그들의 치료가 쉽지 않다. 수도 델리에 지인 의사 분이 의약품을 보내주셔서 그것을 요긴하게 사용하는 중이다.
“특별히 더 아픈 사람들, 치료해야 할 사람들은 없는가?”
룬 공주 : 현재 총상 환자들은 없다. 퇴원해서 이곳 난민 캠프로 돌아왔다.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 가운데 ‘치킨폭스(수두)’가 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수두에 걸리면 한 방에 일주일 이상 격리하며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되지 않게 해야 하는데, 난민 캠프 안에는 격리된 공간이 없다. 인터넷도 안되고 책도 장난감도 없는 상황에서 수두에 걸린 아이에게 혼자 여기 있으라 해 봤자, 어른만 사라지면 바로 밖으로 놀러 나가거나 다른 아이들이 찾아 온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계속 수두가 돌고 있다. 수두 정도면 그만인데, 다른 전염병도 이렇게 돌게 될까 두렵다.
“이번 여정에 함께한 김유나 선교사가 얼마 전에 세나파티 쿠키족 지역에 소망학교란 이름으로 학교를 세웠다. 이 난민 아이들의 교육이 어떤 상황일지 매우 우려된다.”
룬 공주 : 이 난민 아이들도 개학하면 학교를 다녀야 한다. 그런데 학교 건물들 자체가 방학 때 난민 캠프가 되었는데, 개학과 동시에 모두를 내 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난민 아이들이 학년별로 상황이 다를텐데, 어떻게 조치되고 있는가?”
룬 공주 : 초등학교 5학년까지는 한 학교에 보낼 수 있다. 입학금은 안 받는다 해도, 매월의 학비와 교과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현재 인도의 학교는 매월의 학비 외에 거액의 입학금/보증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못 다니게 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6, 7, 8학년은 이곳에서 제일 유명한 천주교 학교인 ‘세인트 메리’ 학교에서 받아주기로 했다. 그런데 9학년 이상은 갈 곳이 없다. 9학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한국의 고 3같은)인데, 안타깝다. 그동안 공부한 게 10학년에 결과가 나와서 칼리지를 가야 하는데… 그리고 지금 난민캠프로 쓰고 있는 우리 마을 회관 옆에 좋은 농업 칼리지가 있다. 그래서 난민 고학년 11명을 보내려 했는데 받지 않겠다고 했다. 해결이 안 된다.
“우리 일행은 여기 도착하기 전에 ‘캉폭피’의 고아원을 다녀왔다. 그 고아원도 난민을 함께 수용 중이었다. 그리고 ‘세나파티’의 경우, 이런 식의 대규모 난민 캠프는 없고, 이 지역 쿠키 왕이 지정하는대로 쿠키 가정씩 구분해서 분산수용하고 있다. 이곳은 ‘캉폭피’보다 북쪽이고, ‘세나파티’ 보다 남쪽인데 특별히 난민이 많이 몰려오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은 난민들이 ‘행붕’으로 온 이유가 있는가?”
룬 공주 : 우리 아버지의 영토가 있는 ‘행붕’ 지역은 지금 가장 심각한 내전이 발생한 주도 ‘임팔’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거리이다. 현재 임팔 안에 있는 쿠키족들은 모두 죽거나 난민이 되어 떠났다. 그리고 임팔 시와 접해 있는 쿠키족 마을들도 대부분 불에 타고 파괴되었다. 여기서 바로 15분 거리의 ‘캉폭피’ 지역까지 전장이 되었는데 우리 지역은 다행히 전화를 면했다. 여기서부터는 메이떼이 사람들이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지역에는 그나마 학교들이 있고, 20분 거리의 ‘세나파티’ 읍에는 병원도 있기 때문에 이곳으로 많이들 온 것이다.
“특별히 신경 쓰이는 난민들이 있는가?”
룬 공주 : 이 난민 캠프에서 최근 두 아이가 태어났다. 한 아이의 이름은 ‘네네’다. 그 두 아기들과 산모 가족은 조금 더 격리가 잘 되는 캠프에 모셔 두었다.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델리의 지인이 약을 보내주기는 하지만.. 의료 지원 팀이 오면 좋겠다. 구청장에게도 요청했지만 아직도 대답이 없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꾸 부모님들에게 집에 가자고 한다. 집에 언제 돌아가냐고.. 사실 영영 돌아갈 길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들의 땅은 메이떼이 사람들이 차지했고, 마을은 불에 타 버렸는데, 아이들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게 안타깝다.”
“식량과 의료, 교육 외에 특별히 더 필요한 것이 있는가?”
룬 공주 : 앞으로 담요가 부족한 상황이다. 당장은 우리에게 있는 것들을 나눠주고 있다. 우기 치고는 다행히 예년보다 비가 적게 오고 있지만, 곧 강우량도 많아지고 온도도 더 떨어질 것이다. 게다가 담요가 얇아서, 한 사람이 두 세 개씩 덮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해 질 것이다.(북동부의 겨울은 정말 춥다.)
“하나님께서 이 땅을 돌보시고 위로해 주기기를 기도한다.”
룬 공주 : 우리가 돌보는 난민 캠프 안에, 바로 두 달 전 까지 한 부족의 왕이었던 분이 세 분이나 있다. 상황이 바뀌어, 우리가 난민이 되어 그분들의 지붕 아래 들어갔을 수도 있었다 생각하면… 우리가 돕는 쪽에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킨더조이 초콜릿을 이렇게 많이 가져와 주어 고맙다. 사실 우리 주일학교는 난민 아이들 때문에 두 배로 늘어났다. 그래서 매주 공과 공부 후 사탕 하나 씩을 나누어 주었는데, 그것도 못 하게 된 상황이었다. 당연히 받을 줄 알았던 아이들이 실망했는데 훨씬 좋은 것을 주게 되어 감사하다.”
“하나님께서 행붕의 쿠키 사람들, 그리고 룬 공주의 아버지와 가족들을 신뢰하셔서 이들을 이곳으로 보내주셨다고 믿는다. 나도 최대한 9월에 다시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국에서도 함께 기도하고, 도울 길을 찾아보겠다.”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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