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2023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대회, 5년 만에 열려
“세계 기독교 인구의 절대 다수가 남반구에 거주하는 21세기에 나타난 ‘세계기독교’ 시대에 한국 선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국내외 선교사와 목회자, 선교학자 650여 명이 참여한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엔코위)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3박4일간의 일정으로 개막됐다.
‘다시 그곳에서(엡 2:10)’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는 지난 2018년 대회 이후 5년 만에 열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선교상황이 달라진 이후, 한국 선교계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이사장 이규현 목사(수영로교회)는 개회 예배에서 “그동안 한국교회가 승리주의에 도취해 있다가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지금 패배주의에 젖어 있다.”며 “지금 우리 사는 세상을 바라보면 답이 없다고 느껴진다. 또 교회는 사라지고 노회가 합병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에베소서에 바울은 실망하지 않았다. 우리도 바울처럼 하나님의 비전을 바라보며 다시 길을 찾아야 한다. 순수한 복음을 붙잡고 주님을 찬양하며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매일 에베소서를 본문으로 말씀강해를 시작, 주제 강의와 선교 현장의 케이스 스터디와 10가지 주제의 선교영역을 선택, 소그룹 토의로 진행됐다.
첫째 날, 선교와 거룩을 주제로 한철호 선교사(미션파트너스 대표)는 “그동안 기독교가 힘을 가진 세력으로 복음을 전하던 크리스텐덤 시대를 경험한 이후, 지금 기독교가 남반구 대륙 전역으로 확산하고 세계기독교 시대가 열리며 힘에 의한 선교가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시대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선교사는 “지난 시대의 선교가 외부로부터 가는 자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내부인 중심의 선교, 내부인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공동체를 세워가고 외부자가 이를 돕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한국선교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회개하며 태도의 변화를 보이며 다음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상철 카리스교차문화학연구원 원장은 2024년 서울에서 열릴 로잔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 선교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대위임령 성취를 위한 사역, 대위임령 성취를 촉진할 수 있는 돌파구나 협력이 필요한 분야 등을 조사해 8가지 주제가 선정됐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전 세계 선교를 위해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로 문 원장은 사역의 돌파구 사례, 제자도의 중요성, 훈련의 필요성, 젊은이들에게 귀 기울이기, 상황화의 필요, 교회들이 외부 현실에 개입할 필요, 미전도종족의 복음화 대위임령의 의미 분명히 하기 등으로 모아졌다고 말했다.
홍현철 한국선교연구원 원장은 “1900년대 초반 한국교회가 처음 선교사를 파송했다. 1979년부터 10년간 한국인 선교사수가 93명에서 시작된 이후 2012년부터 큰 폭의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최근 3년간 2만 2000여 명 수준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선교사의 평균연령은 53.1세이고 60대 이상은 26.5%를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선교의 고령화는 한국 선교계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기독교, 21세기 새로운 기독교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
둘째 날은 한국선교와 세계기독교라는 주제로 이미 와 있는 세계기독교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인식, 그리고 한국선교에 대한 반추와 본질적인 변화를 위한 질문과 세계교회와 협력 방법 등이 논의됐다.
이날 임태순 선교사(GMP)는 “2021년 현재 전 세계 기독교 인구 중 북반구(서구)에 사는 기독교인은 32.7%인데 반해 비서구 세계에 사는 기독교인은 67.3%로 이 같은 격차는 2050년이 되면 점점 더 벌어질 전망”이라고 전제했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에서 기독교의 무게 중심이 서구에서 비서구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21세기의 새로운 기독교 정체성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 세계기독교”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세계기독교’는 서구가 그동안 근대 선교운동을 통해 온 세상에 확산된 기독교가 아닌, 새로운 기독교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임 선교사는 “그동안 북미주 교회들이 주도하던 전형적인 서구 선교단체인 국제위클리프선교회는 서구교회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세계기독교(지구촌기독교)로 전환된 상황에 맞게 조직적 틀을 개편, 단체명을 ‘위클리프글로벌연맹’으로 변경하고, 서구 선교사들이 갖던 단체의 리더십을 과감하게 내려놓았다.”며 “한국선교 역시 앞으로 비서구교회로부터 파송되는 선교사들과 적극적인 연합과 동역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에서 기독교인 대신 ‘쁘레미’로 불러
셋째 날, 남겨진 과업, 발견된 과업이란 주제로 한국선교에 주어진 세계복음화의 과업 중에서 돌파하지 못한 지역과 영역과 사상과 문화를 살펴보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모델이 제시됐다.
진기영 아릴락선교연구원장은 ‘힌두교, 불교, 이슬람 선교의 장벽과 다리’라는 제목으로 전방개척선교 지역인 이곳에 선교의 돌파가 일어나지 못하는 원인을 현지 종교, 문화와 같은 외적 장벽 외에도 선교사들의 내적 장벽에 주목했다. 돈에 의존하는 선교는 복음의 왜곡을 가져오며, 인도의 경우 가난하고 검소하고 단순한 생활은 선교사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서양선교사들이 선교기지 또는 기독교 마을을 만들어 개종자들을 기존 사회에서 분리시키는 방식은 이들이 기존 가족과 공동체에서 복음을 전할 자연적 다리를 불태운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인도에서 사역한 뻔잡 데이빗의 경우, 개종자들을 기독교인이라 부르지 않고 쁘레미(하나님으로부터 사랑받는 자)라는 이름으로 교회가 전무했던 이곳에 10만 명이 넘는 교인과 교회를 세웠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명석 교수(아신대/전 아프리카 가나 선교사)는 “전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1세기 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스페인독감의 생태적인 도전을 또 다시 겪게 됐다.”며 “인류가 기후와 생태환경의 변화가 우리의 삶과 생활양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절감하며 창조세계를 포괄하는 생명선교가 새로운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앙아프리카 니제르의 산림녹화가 1980년대 호주 출신 토니 리나우도 선교사에 의해 주도된 사례와 남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조림사역을 통해 생태환경 회복을 이루는 지구지킴이운동(Earth Keeper Movement)도 네덜란드 개혁교회 선교사 마르티누스 대닐에 의해 주도됐다.”고 소개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풀뿌리 선교사로 순종해야
넷째 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최선이란 주제로 한국교회, 선교단체, 선교사, 성도와 다음 세대가 감당해야 할 방안이 제시됐다.
손창남 선교사(OMF)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을 실천하는 모든 선교적 행동을 하는 풀뿌리 선교사”라며 “이는 초대교회와 근대, 현재에도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 선교활동”이라고 말했다. 손 선교사는 “이를 위해 모든 선교지역을 창의적 접근지역으로 간주하고, 돈으로 하는 힘의 선교가 아니라 초대교회 성도들처럼 연약한 상태에서 복음을 전하는 약함의 선교, 전 세계에 있는 800만 한인 디아스포라를 통한 풀뿌리 선교를 통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선교적 상황을 맞이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세계선교전략회의(National Consultation On World Evangelization, 세계복음화를 위한 국가 선교전략회의)는 1974년 로잔대회에서 제시된 세계복음화와 관련된 미전도종족선교 과업을 실행하기 위해 1989년 싱가포르에서 모인 모임으로, 그 이후 1995년(서울), 1997년(프레토리아)에 진행됐다. 1991년 1차 회의를 시작으로 2018년까지 7차에 걸친 NCOWE회의를 통해 전방개척 선교와 한국선교 방향을 제시해왔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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