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호 / 믿음의 삶
복음선교관학교에서 주님은 내게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던 개념들을 내 수준에 맞게 정리해 주셨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선악과에 대한 내용이었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창 3:5) 나는 그동안 이 말씀을 지식적인 수준으로 선과 악을 분별하는 눈이 생긴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강의를 통해 이것을 존재적인 관점에서 봐야 함을 알게 됐다.
하나님이 ‘선’이기 때문에 선과 악의 기준을 하나님이 세우신다. 하나님처럼 된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선악과를 먹으면, 선과 악의 기준을 너 스스로 세울 수 있게 되는 거야. 너의 생각이 옳고 그름의 기준이 되는거야. 곧 네가 너의 주인이 된다.”이다. 이것은 이 땅에 태어나는 모든 인간에게 나타나는 문제의 근원이다. 스스로 옳다고 기준을 정하고 그것으로 남을, 때로는 스스로를 정죄하는 자기 의, 자기 옳음을 주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음이 실제된다는 말은, 자기의 의를 세우지 않는 것임을 알게 됐다.
나의 옳음을 주장하지 않고, 십자가에서 죽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7살짜리 아이하고도 서로 자신의 옳음을 주장하며 싸운다. 꼭 내 의를 분노를 쏟아내고 나서야 생각나는 십자가, 비참한 그때에 십자가로 나아가는 것은 또 십자가다. 그렇게 나의 어떠한 옳음도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루는 푸드마켓을 이용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했다. 그곳에서는 나라에서 제공하는 점수를 매월 받아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 그 날은 전월에 남은 점수가 이월된다는 말을 듣고 남은 점수를 사용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었다. 당시 이월 안내를 해줬던 직원은 없었다. 다른 직원에게 이월 얘기를 하니 이월은 안 된다고 했다. 또 이 내용을 처음부터 고지했다고 말했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으나 처음부터 고지를 했다는 거짓말이 마음에 걸렸고 직원의 불친절하고 무시하는 태도에 마음이 어려워지면서 나도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언성이 높아졌다.
마켓을 나오려는데 그 직원이 내게 “거기는 기독교죠?”라고 물었다. 내가 누군지를 그는 알고 있었다. 순간 인신공격을 한다는 느낌이 들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나고 여러 감정이 들었다.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 죄송하고 주님 얼굴에 먹칠한 거 같아서 괴로웠다. 나를 말리지 않았던 남편까지 원망이 되었다.
그런데 주님 앞에서 할 말이 없었다. 진리가 아닌 것에 목숨을 걸고 나밖에 모르는 옛 자아의 모습으로 반응해버린 것에 낙심이 되었다. 괴로운 나날을 지나는데 주님은 사과할 마음을 주시고 순종을 결단하게 하셨다. 한 주가 지나고 귤 한 상자를 사 들고 푸드마켓으로 갔다. 그 직원은 자리에 없었다. 다른 직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무례했던 것을 사과했다. 사과하는 자리로 나아가기까지 어려웠지만 순종하게 하셨다. 내가 할 수 없었던 순종이었는데, 극적인 화해는 아니었지만 부들부들 떨면서도 순종의 걸음으로 나아갔던 것을 주님이 기뻐하셨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주님이 하셨다!
내가 순종하지 못할 때에도 결국 주님이 나를 순종하게 만드시니 너무나 안전하다. 이 평안과 감사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창조한 열방의 영혼들에게 동일하게 누려지기를 소망한다. [복음기도신문]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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