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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물구하기 전쟁…‘무력 충돌’ 수단, 상수도 파괴에 신음

수단 나일강에서 물을 구한 여인(EPA 연합뉴스 사진)

한 달 넘게 이어진 수단 군벌 간 분쟁이 가장 격렬하게 벌어진 곳 중 하나인 수도 하르툼.

이곳 주민 아델 모하메드는 섭씨 40도의 찌는듯한 더위와 언제 재개될지 모를 총격을 무릅쓰고 물을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을 나선다.

손에는 냄비, 대야, 주전자가 들려 있다. 모하메드는 주변이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이웃과 함께 하르툼 교외를 가로지르는 나일강으로 향한다.

지난달 15일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 사이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서 북부 하르툼 여러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해주던 상수도가 파괴됐다. 이제 수도꼭지에서는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 하르툼에서 물을 얻으려면 집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들고 간 용기에 나일강물을 가득 채운 뒤 서둘러 귀가하는 일이 모하메드에게는 이제 일상이 됐다.

26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현재 하트룸 주민 약 30만 명이 모하메드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식수는 물론 샤워와 빨래를 위한 물도 부족하다.

일부 주민은 오랫동안 쓰지 않던 우물에서 다시 물을 길으려 시도하지만 그마저도 마땅찮아 나일강으로 떠나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모하메드는 “전쟁이 막 시작됐을 때 우리는 공업 지대에 있는 공장 우물에서 물을 얻었지만 일주일 후 RSF가 그마저 점령했다”고 말했다.

정부군과 RSF는 22일 밤부터 7일간의 인도적 휴전에 들어갔으나 주거지와 병원을 비롯한 곳곳에서는 여전히 산발적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하르툼 주민들은 물을 구하려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 며칠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또 다른 북부 하르툼 주민 라시다 알 티자니는 한 병원 근처에 머무르면서 이곳의 우물 등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물을 구하고 있다.

티자니는 “병원에 가기 위해 총격이 멈출 때까지 기다린다”면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단 한 벌의 옷도 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물이 없어 고향을 떠나는 일도 수단에서는 이제 흔하다.

남부 하트룸에 살던 라셰드 후세인은 분쟁 발발 뒤 약 200㎞ 떨어진 마다니 지역으로 피란했다. 그는 “포격과 전투가 아니라 물 부족 때문에 집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는 군벌 분쟁 이후 지금까지 물 부족 등 이유로 후세인과 같이 고향을 떠난 수단인이 130만 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이 같은 상황 속 앞서 수단 군부 정치를 막기 위해 조직됐던 여러 위원회는 이제 물 배달, 식량 배급 등 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위원회 관계자는 물을 구하러 떠났다가 친구가 총에 맞아 죽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물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애도는 사치였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친구의 몸을 씻겨주지도 못한 채 그대로 땅에 묻어야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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