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명퇴비율 높아…지난해 퇴직자 55.4%가 명퇴
“교권 추락이 주원인”…지난해 1학기에만 교권침해 1천596건
교직에 회의를 느끼는 교원이 늘면서 퇴직교원 가운데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명예퇴직하는 비율이 과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현장에선 교권이 추락하면서 점점 커지는 직업적 회의감을 주원인으로 지목한다.
14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등에 따르면 2018학년도(전년도 4월2일∼조사연도 4월1일)부터 초·중·고교 모두 명예퇴직 교원 비율을 앞질렀다.
지난해엔 초·중·고 교원 전체 퇴직자 1만1천900명 중 55.4%인 6천594명이 명예퇴직자였다.
중학교의 경우 퇴직교원 가운데 명예퇴직 교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학년도 63.5%, 2021학년도 60.9%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초등학교도 2019학년도 52.9%, 2020학년도 59.8%, 2021학년도 55.4%로 명예퇴직 비중이 절반을 넘었고, 고등학교도 같은 기간 46.6%, 53.4%와 50.7%를 기록했다.
중·고등학교에선 이미 10여년전부터 명예퇴직 비율이 정년퇴직을 웃돌았으나 2018년부터는 초등학교까지 비율이 역전됐다.
정년이 보장된다는 직업상 장점이 있는 교단에서 명예퇴직 비율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체 퇴직자의 10% 수준이었다.
명예퇴직 비중은 이후 학교급별로 20∼60% 선을 넘나들었는데, 연금 수령액을 줄이는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통과(2015년)를 앞두고 2014학년도에 높아졌다가 다시 30∼4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비율이 다시 높아진 모양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022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에서 “2005학년도에는 초·중·고 모두 정년퇴직률이 가장 높았으나 2021학년도에는 명예퇴직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법 개정에 따른 연금 수령 시점이나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문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최근 교권추락으로 교직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 명예퇴직 증가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2019년 전국 유·초·중·고교와 대학교원 5천49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교원 명예퇴직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로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추락'(89.4%)이 꼽혔다.
교총이 지난해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원 8천43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할지 묻는 항목에 ‘그렇다’는 응답이 29.9%에 그쳤다. 스승의 날 연례 설문조사에서 이 문항의 긍정 응답이 30%를 밑돈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교권침해 사례는 코로나19 이후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한 초·중·고교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지난해 1학기에만 1천596건으로, 처음으로 연 3천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교권침해는 2017년 2천566건, 2018년 2천454건, 2019년 2천662건으로 매년 2천500건 안팎이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으로 1천197건까지 줄었다가 대면수업이 재개된 이듬해 2천269건으로 다시 늘었다.
안정된 고용과 급여로 한때 선호 직업이었던 교직을 떠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달 20일부터 28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만1천377명 중 2천950명(25.9%)이 ‘거의 매일 이직 및 사직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중간 연차인 근속연수 15년 이상∼25년 미만의 초·중·고 퇴직 교사는 2017년 888명에서 2019년 979명, 2021년 1천88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지역 사립 중·고교에서 18년간 근무한 한 교사는 “학생·학부모 모두 교사를 예전만큼 존경하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느낌 때문에 교직에 애착이 없는 젊은 교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권침해도 다반사인데 예전에는 가르치고 지도하는 게 먼저였다면 요즘은 그런 학생들과의 마찰을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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