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지 내 ‘남-남 성관계 후 3개월 헌혈 제한’ 삭제
성적지향 관계없이 모두에 같은 질문…”중요한 이정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성애 및 양성애 남성의 헌혈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의 권고 지침을 마련했다고 CNN방송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새로운 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헌혈 희망자들은 사전에 제출하는 적격심사 설문지에서 동성·양성애 남성에 한한 별도의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간 미국에서는 남성이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뒤에는 3개월 후에야 헌혈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와 관련한 질문을 없앤 것이다.
새 지침에서도 새로운 파트너나 다수의 파트너와 항문성교를 한 사람은 3개월간 헌혈이 제한되지만, 성적 지향과 관계 없이 모든 사람이 같은 질문을 받는다.
다만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헌혈이 금지된다.
FDA 백신책임자인 피터 마크스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소장은 “FDA는 헌혈자의 적격 여부에 대한 개별위험평가를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를 확보하는 동시에 혈액 수여자를 위한 적절한 보호장치를 유지하는 데 힘써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권고 지침의 시행은 FDA와 다양한 성소수자(LGBTQI+) 커뮤니티 입장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1980년대 헌혈을 통한 HIV 전파를 막기 위해 동성·양성애 남성의 헌혈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2015년 FDA는 헌혈 전 1년간 성관계를 하지 않은 동성·양성애 남성에 대해 제한적으로 헌혈을 허용하도록 규정을 수정했고, 2020년 그 기간이 3개월로 단축됐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번 권고 지침으로 혈액 부족 현상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헌혈 시설이 이를 어느 시점에 적용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더힐에 따르면 FDA는 “이제부터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권고 시행 기한은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헌혈센터 원블러드의 홍보담당자 수잔 포브스는 이번 지침이 “모든 헌혈자가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헌혈자 적격성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음을 뜻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성소수자 인권 단체 ‘글래드'(GLAAD)는 HIV 감염 위험 감소 요법(PrEP)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의 헌혈이 금지된 데 대해 “불필요한 낙인”이라며 “과학을 우선순위에 둘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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