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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옳다 여기던 가치관을 하나하나 허무셨다

282호 / 믿음의 삶

나는 어릴 적부터 예수님을 믿고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랐다. 그래서 항상 바르게 율법대로 살아야 된다는 생각에 바리새인과 같이 살았다. 그래서인지 매년 돌아오는 사순절마다 날 위해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이 믿어지지 않고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나보다 더 큰 죄인의 구원자이신 예수님이지.’ 입술로는 주여 주여 해도 마음은 누구보다 완악했다.

그런 내가 어느 날 복음학교에 참석하게 됐다. 그곳에서 내가 얼마나 큰 죄인인지, 나의 병든 자아와 자기 사랑의 실체를 보게 하셨다. 그때야 비로소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게 되었다.

주님을 만나고 믿음의 걸음을 걷는다고 해도, 옛 습관대로 돌아가려는 병든 자아와 죽기까지 싸워야 했다. 그리고 자기 사랑에 빠져 인정과 평판에 목마른 나와 싸워야 했다.

복음학교를 다녀온 후 삶은 광야와 같았다. 서울로 이사를 와 가족도 없고, 마음 나눌 지체나 공동체도 없었다. 심지어 대형교회를 섬겼던 내가 이제는 이름도 빛도 없는 작은 외국인 교회를 섬겨야 했다. 살아계신 주님을 만났지만 자기 연민에 빠지는 날이면 한없이 공허하고 우울해졌다.

그때 주님은 중보기도학교와 선교관학교, 말씀기도 모임을 통해 십자가 복음을 다시 듣게 하시며 말씀과 기도의 훈련을 하게 하셨다. 지금까지 가장 믿음을 많이 쓰고 있는 영역은 다른 어떤 것보다 매일 말씀과 기도로 주님과 기쁨의 교제를 나누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옳다 여겨왔던 가치관을 하나하나 무너지게 하셨고 나의 열심도 아무 소용없음을 철저히 깨닫게 하셨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예루살렘 성전도 무너졌던 것처럼 고린도전서 3장 16절 말씀처럼 하나님은 눈에 보이는 성전에 거하시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에 계신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셨다. 나의 열심과 연민에 빠져 있던 내게 주님은 언제나 주님이면 충분함을 말씀과 기도로 때마다 깨닫게 하셨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열심과 특심이 아니라 주님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임을 광야와 같은 서울살이에서 배우게 하셨다. 주님은 내가 다른 어떠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주님만 100% 신뢰하며 의지하길 바라며 훈련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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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고은선

그중 몽골교회의 사역은 주님만 온전히 신뢰하는 시간이었다. 나 빼고 99%가 몽골인인 교회에서는 기본적인 회화 말고는 언어가 되지 않았다. 내 열심과 특심이 전혀 필요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주님은 오직 주님만 바라보고 주님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몸소 배우게 해주셨다.

나는 이제 믿음의 걸음도 내 열심과 나의 어떠함으로도 할 수 없는 그저 죄인임을 고백한다. 그러기에 나는 정말 주님이 필요하다. 나의 완전한 소망되신 주님이 때로는 병든 자아와 자기 사랑에 빠져 넘어질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리라는 것을 믿는다. 이제는 임마누엘하신 주님과 함께 담대히 믿음의 걸음을 걸을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린다. [복음기도신문]

이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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