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동행] 주님 손에 무거운 짐을 완전히 맡겼다

사진: UnsplashIlona Frey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잠 13:20)
본지가 [동행] 코너를 통해 믿음의 삶을 소개합니다. 노년의 독자들에게는 추억과 재헌신의 결단을, 다음세대의 독자들은 도전과 권면의 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그가 나를 데리고(20)

그즈음 우리 어머니는 나를 시집보내야 한다고 야단법석이셨다.

깨끼저고리를 새로 해 입으시고 좋은 신랑감 있다고 누가 얘기하면 보러 가시느라 열심이셨다. 한번은 어느 전도사님을 보러 갔는데 그 전도사님이 싫다고 뒤로 나자빠지는 환상을 보셨다. 그때 하나님이 주관하신다는 것을 조금 깨달으셨다.

그래도 어머니 멘토이신 분께 부탁했더니 학원 운영하는 믿음 좋은 청년이 있는데 선숙이를 한 번 데리고 오라고 하셨단다. 어머니를 따라 나에게는 오성 장군같이 높이 생각되는 선생님을 뵈러 갔다. 내 신앙 여정을 들으시더니 본인이 결혼하게 된 이야기를 주욱 담담하게 해 주셨다.

일제 탄압으로 처녀들은 모두 위안부로 붙들려 갈 때 선생님은 유재현 목사님이 인도하시는 부흥회에서 크게 은혜받았을 때였다.

그러나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으려면 결혼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예수님도 안 믿는 남자와 결혼을 하여 시골로 숨어들어 아들 하나를 낳았다. 그러나 도저히 예수님을 전하지 못하고는 못 살겠어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수도원으로 오게 되었다고 하셨다. 아마 그 남편은 이미 자식들이 있고 혼자된 분이셨던 것 같다.

나 같은 미미한 존재에게 솔직히 자신의 인생을 털어놓으셨다.

그 저녁에 따끈한 밥을 금방 해서 대접해 주시고 학원 남자 얘기는 꺼내지도 않으시고 기도와 사랑으로 응원해 주셨다. 그분의 간증이 답이었다.

그 진솔하시고 겸손한 모습이 엄청 인상적이었다.

이후 어머니는 결혼하라고 들볶고 설치고 다니시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으시고 묵묵히 기도로 밀어주셨다.

어머니는 나한테 상당한 믿음의 거성이건만 아주 담백하셨다.

그날 주님께 간구했다.

“주님! 제게 주님이 원하시는 한 길만 주세요. 두 길을 보면 선택하기가 힘들어요. 열어주시는 대로 순종하겠습니다.”

그 이후 갈래 길이 나와서 골치 아플 일은 한 번도 안 일어났다. 심심할 정도로.

코리 텐 붐의 ‘주는 나의 피난처’를 읽으며 코리처럼 나도 ‘결혼’이라는 어려운 짐가방은 아버지 하나님께 들어달라고 요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코리가 오빠 친구 신학생에게 청혼받았다가 양해 한마디도 못 듣고 일방적으로 깨져서 마음 아파할 때, 아버지는 시계가 잔뜩 들어있는 가방을 코리에게 들게 했다. 너무 무거워하니까 “코리야 네가 들기 무거운 짐은 아버지에게 맡기렴.”하고 아버지가 가방을 들어주었다.

그때 코리는 아버지의 무언의 메시지를 깨닫고 그 무거운 결혼에 대한 짐가방을 주님께 맡겼다. 그 이후 많은 유대인들의 목숨을 히틀러에게서 구하는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혁혁한 일을 해냈다.

나도 이때 주님의 손에 내 결혼과 삶이라는 가방을 완전히 맡겼다.

독신 사역자는 알밤과 같다.

가을이 깊어질 때 서리오는 즈음에 밤송이들은 밤새 입을 딱딱 벌리고 익은 밤들을 땅에 쏟아낸다. 나와 친구들은 잠이 덜깬 상태로 눈 비비며 밤나무 밑으로 간다. 밤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다. 어떤 밤은 세 쪽 자리 밤, 두 쪽 자리 밤, 그중에 통밤이 있는데 우리는 이 밤알을 ‘회오리 밤’이라고 불렀다. 이를테면 큰 원룸이다. 밤 속에 칸을 안 나누고 오직 한 개의 밤알이 형성된 거다. 알이 둥글고 통통하고 윤이 나며 매끈매끈하다. 이 밤을 만나면 그날은 최고의 날이다. 쪽 밤 여러 개 보다 아주 수확이 많은 것이다. 그리고 맛도 더 있는듯 했다.

나는 독신 사역자 생활은 이와 같다고 느꼈다. 커플보다 일을 조금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통으로 하니 거대한 가정이 움직이는 것보다 빠르고 효과적일 때도 있다. 아무 때나 누구나 찾아와도 되고 찾아가도 된다. 찾아갈 수도 있다. 조그만 구멍에는 작은 손만 들어가지만 큰 손은 못 들어간다. 하나님은 다 때에 알맞게 효과적으로 모든 사역자들을 쓰신다. 그러니 가정 이루었다고 독신 앞에 자만할 것도 아니며, 독신이라고 위축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알밤 생각을 하며 나는 사역할 때 어깨를 펴고 기세 있게 일하곤 했다.

교역자들이 다 함께 승용차로 이동하는데 운전하시는 목사님이 사이드 기어 사이로 자꾸 손을 집어넣으신다. 근데 손이 두껍고 커서 안 들어가는데도 애를 쓰신다. “왜 그러세요?” 물으니 이 사이로 물건을 떨어뜨렸는데 손이 안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제가 해 볼게요.”하고 작은 내 손을 넣으니 쏘옥 들어가서 찾으시던 물건을 집어드렸다. “이 조그만 손도 쓸모가 있네요.”하며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아직 가정을 이루지 않은 사역자를 보면 “난 ‘회오리 밤’도 좋더라.”한다. 그러나 으스댈 건 없다.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으니라”(잠 14:4)는 말씀 앞에 겸손해야 한다. 다 주님의 아름다운 계획을 이루는 보석들이니까. 주님은 모든 때를 아름답게 하셨다(전 3:11). 이 아름다움을 받아내는 것은 오직 나의 몫이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황선숙 | 강변교회 명예전도사. 서울신학대학교 졸. 강변성결교회 30년 시무전도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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