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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영 칼럼] “저는 밥을 안하면 나가서 할 말이 없어요”

사진: 지소영 제공

“밥하고 살림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맡겨요. 선생님은 밥을 할 사람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강의를 해야 해요.”

지인의 조언에 제가 말했습니다.

“저는 밥을 안 하면 나가서 할 말이 없어요. 가족들과 함께 밥 먹는 시간을 포기하면서까지 외부 강의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최근 읽은 어니스트 시튼의 <늙은 양파 장수 이야기>는 제 생각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그 내용을 잠깐 소개할게요.

시장에서 양파를 파는 노인은 양파를 모두 사겠다는 고객의 제안에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내 삶을 살려고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이 시장을 사랑합니다. 햇빛과 바람에 흔들리는 종려나무를 사랑합니다. 나는 사람들이 찾아와 인사하고, 곡물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는 친구들 만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것이 내 삶입니다. 그것을 위해 종일 여기 앉아서 스무 줄의 양파를 팝니다. 그러나 내가 모든 양파를 한 손님에게 팔아버린다면 내 하루는 끝이 납니다. 그럼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다 잃게 되지요.”

양파 장수의 삶에 저의 일상을 그대로 붙여보았습니다.

“저도 제 삶을 살려고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가족과 이웃을 사랑합니다. 창가에서 자라는 향긋한 바질과 작은 화초들을 사랑하고, 남편과 산책하는 걸 좋아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빨래를 개고, 마늘을 까고, 버섯을 널어 말리고, 파김치에 짜파게티 끓여 먹는 일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종일 파를 다듬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외부 일에만 집중한다면 제 일상은 끝이 납니다. 그럼 저는 사랑하는 일들을 다 잃게 되지요.”

‘사랑하다’와 ‘살다’는 어원이 같습니다. 저의 일상은 지극히 사소해 보이지만 바쁨이 명함이 되어가는 세상에서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일들입니다. 왜냐면 살아가는 일들은 곧 사랑하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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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영 |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2013년부터 서산에 위치한 꿈의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학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가정예배와 성경적 성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결혼한 이후 25년간 가족과 함께 드려온 가정예배 이야기를 담은 ‘153가정예배’를 최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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