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시험감독청 “전통적 시험 중요”…싱크탱크 “표절 확인 불가능해져”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통해 학생들이 손쉽게 대리 과제 수행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교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전통적인 시험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됐다고 영국 방송 스카이뉴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많은 교육 전문가가 교육 과정 중에 학생들에게 과제를 제시해 수행하도록 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평가하는 방식이 점점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고, 정규 시험이 이전보다 중요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학생들이 교실 밖에서 과제를 해오는 방식에는 늘 표절이나 대리 수행의 위험이 있었지만,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 에세이 작성부터 문제 풀이까지 인간과 같은 답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챗GPT는 다른 차원의 도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시험감독청(Ofqual)의 조 색슨 청장은 챗GPT로 인해 전통적인 시험 조건들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영국 교육 싱크탱크 EDSK는 최근 보고서에서 어느 때보다 진화한 AI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수행 평가 방식의 정확도와 신뢰도가 저하됐다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수행 평가 방식에 표절 위험은 늘 어느 정도 있었지만, 학생이 제출한 과제가 본인 작품인지 확실하게 확인하는 일이 이제는 교사나 지도자들, 평가위원회들에 사실상 불가능한 작업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경고는 최근 수년간 영국 사회에서 정규 시험의 가치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간 영국에서는 외운 지식을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 필기 시험이 학생들의 연구능력이나 대학 수학능력 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독립평가위원회는 조사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성적 평가 제도에 큰 영향을 미친 만큼 시험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현재처럼 16세 학생들이 대학 진학에 중요한 시험을 치르는 ‘임의적인’ 평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니 블레어 연구소는 이보다 더 나아가 중등교육을 제대로 이수했는지 평가하는 등급제 시험인 중등교육자격시험(GCSE)이나 대입자격시험인 A레벨(A-level)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챗GPT의 유행 이후 이와 반대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영국 교육부 고문을 지낸 톰 리치먼스 EDSK 국장은 챗GPT가 “수행 평가 방식의 확대를 치명적으로 훼손했다”라며 “이는 광범위한 부정행위로 이어질 수 있고, 최종 성적의 공정성을 현저히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싱크탱크는 중등교육에서 학생들의 지식과 이해도를 측정하는 주요 방식으로 필기시험을 유지하되, 이를 넘어선 능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대입을 위한 2년간의 A레벨 과정 중 첫해인 12학년에 구술시험으로만 성적을 내는 추가 과목을 수강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교육부 대변인은 시험이 “여전히 가장 좋고 공정한 평가 방식”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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