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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피크닉에서 깨달은 좌우명

사진: UnsplashBundo Kim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잠 13:20)
본지가 [동행] 코너를 통해 믿음의 삶을 소개합니다. 노년의 독자들에게는 추억과 재헌신의 결단을, 다음세대의 독자들은 도전과 권면의 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그가 나를 데리고(19)

죠이선교회에서는 연중행사 중 하나로 모든 회원이 피크닉을 갔다.

나는 이런 일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도 안 갔지만 왠지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아서 느즈막이 어슬렁어슬렁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회원들은 벌써 많이 모여서 즐거운 분위기가 낯설어 깜짝 놀랐다.

그때 회장을 맡고 있던 형제가 설교를 하고 있었다.

본문은 마가복음 10장 45절이었다.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이 말씀을 가감 없이 담백하게 풀어나가며 자기 삶이 이렇게 섬기기 위하여 존재함을 받아들이며 너무 감격하고 감사하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라고 했다. 그 형제는 유명 회사 요직에 근무하고 있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내가 예수님을 믿었으나 왜? 구원받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목표로 살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 삶의 좌우명은 뭐지? 하며 안개 낀 들판이었다.

아, “예수님 믿는 것 =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 = 사람들을 섬기는 것”의 퍼즐이 오늘에야 맞춰지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 내 삶은 분명해졌다.

“나는 섬기기 위해 이 세상에 보내졌구나.” 섬김이 내 사명이라는 것은 나의 존재 이유였고 희열로 내 맘에 와닿았다. 그러면 그렇지. 인간이 그냥 사는 것은 말도 안 되지. 이 말씀은 되새길 때마다 내 마음을 환하게 해 주고 먼지 같은 피곤들을 씻어내 주곤 했다. 이날 이후 이 말씀을 외우고 또 외우며 마음에 입에 몸에 새겼다. 섬김의 일이 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생존의 힘과 기쁨을 더해주기 시작했다.

어느 주일 죠이선교회 모임 후 기도회가 있었다.

누구나 기도할 수 있는 모임이었다. 이날, 그동안 나는 거듭나고 교회에서 나름 열심히 신앙생활했으나, 차근차근 신앙훈련을 받지 못해 신앙의 키는 앉은뱅이같이 느껴졌다. 나는 꺼이꺼이 울며 성장하지 못했던 내 모습을 회개했고, 또 성장의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눈물로 감사드렸다. 그 이후 몰라보게 나는 안정되었고 신앙이 쑥쑥 성장하는 것을 나도 느낄 수 있었다.

팀 조장을 하던 어느 날 조별 모임이 끝난 후 한 자매가 나에게 씩씩거리며 와서 “언니, 어쩜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세요?” 하며 화를 버럭 내는 것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내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고 그 자매의 일을 모르는데 내가 지적질을 하고 곤란하게 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난감했다. 일단 심심 사과를 했다.

나에게 기분 나빴던 것을 이야기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나는 사람을 꿰뚫어 보지 못하며 사람들에게 잘못된 것을 본인 허락 없이 광고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 내 말이 혹시 표현이 잘못되어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하다. 앞으로도 지적해주는 대로 고쳐보겠다. 내가 아주 소질이 없는 부분은 흉내라도 내보며 애를 쓸 테니 나를 용서하고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그 자매는 화가 풀리고 그 뒤로는 나를 돕는 편에 서 주었다.

그때 깊이 깨달았다. 내가 100개 잘했어도 상대방이 불편해하면 납작 엎드려서 양해를 구하는 것이 명약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비결은 나의 사역생활에서 두루두루 쓰였다. 내가 옳다는 것을 입을 여는 순간부터 그 사람과 나 사이는 틀어진다. 억울하더라도 일단 ‘깨갱’하고 엎드리면 그 사람과 나는 아주 좋은 절친이 된다. 지금도 내가 모르는 습관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조심조심 걷는다. 목을 빳빳하게 하지 않고 말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온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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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숙 | 강변교회 명예전도사. 서울신학대학교 졸. 강변성결교회 30년 시무전도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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