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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양 칼럼] 토마스 머튼, 동양 종교의 영성으로 가득 찬 가톨릭 신부

unsplash의 Taylor Flowe

눈먼 기독교(20)

20세기 미국의 가톨릭 교회가 배출한 가장 유명한 수도사이자 영성 작가인 토마스 머튼은 한 평생 동양 종교를 바탕으로 한 뉴에이지 영성을 기독교 내에 확장시키는데 앞장 선 인물이다. 미국의 명문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후 수도사가 된 머튼은 중년에 이르러 노자, 장자, 부처 같은 동양사상에 깊이 몰입했다. 특별히 참선 수행에 심취한 그는 자신이 머물렀던 겟세마네 수도원을 비롯한 미국 곳곳의 수도원에 불교식 참선을 퍼뜨렸고, 미국의 젊은이들과 지성인들이 동양사상에 마음을 열도록 만든 일등공신으로 인정받는다.

그는 말한다. “우리가 (단지 기독교인들만이 아닌) 사람들이 하느님과의 연합을 달성하도록 어떻게 가장 잘 도울 수 있을까? 그들이 이미 하느님과 연합돼있음을 말해주기만 하면 된다.”[1] 스스로 말하듯 머튼은 범신론자였고, 그의 사상은 뉴에이지 그 자체다. 진보적 가톨릭이자 종교혼합주의자이고 신비주의자인 토머스 머튼의 책과 사상을 헨리 나우웬은 적극 추천했다. 머튼 신부는 동서양 종교의 합일을 지향했다. 나우웬은 머튼을 단 한 번 만났지만 ‘영적 아버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추종했다. 1995년 12월 10일에 기록한 자신의 일기에서 나우웬은 머튼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이렇게 드러냈다.

27년 전 오늘 토마스 머튼과 칼 바르트가 세상을 떠났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그들이 기독교 영성과 신학에 미친 지대한 영향을 인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2]

루이 신부라는 애칭을 가진 머튼은 20세기 가톨릭 에큐메니컬리즘의[3] 선구자다. 그는 당대에 종교다원주의, 혼합주의에 누구보다 앞장선 사람이다. 도교, 선불교 등이 추구하는 깨달음이 결국 기독교와 같다고 이해함으로써 20세기 뉴에이지 사상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나우웬은 1970년대에 쓴 『살기 위한 기도』(Prayer to Live)에서 머튼이 힌두교 현자들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힌두교의 「요가저널」에[4] 따르면, 머튼은 아시아 여행을 하기 오래 전에, 이미 선불교, 수피즘,[5] 도교, 힌두 베단타 등과 접하고 동양철학과 지혜를 직접 수련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머튼은 평소 “가능하다면 훌륭한 불교도가 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관조했으며, 이 관조를 통해 ‘신’과 ‘자아’와 ‘세상’이 점점 하나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자신 안에 있는 참 자아가 신과 다름이 아님을 깨닫고 그것을 알리는데 노력했다. 물론 이것은 동양사상에 함몰된 인간의 한 모습일 뿐이다. 머튼은 반평생 도교, 불교와의 대화를 추구했다.

그는 또 5년에 걸쳐 장자와 도교에 관한 다양한 글들을 번역하면서 노자의 도덕경에 매료돼 『장자의 길』(The Way of Chuang Tzu, 은행나무)을 써냈다. 단순히 동양 종교를 참조한 정도가 아니라 그 속에 깊이 몰입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나간 것이다. 머튼은 장자로부터 다이세츠 스즈키가 선(禪)에 대해 말한 바와 같은 것을 배웠다. “선은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깨어나게 해주며 자각할 수 있게 해준다. 선은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가리킬 뿐이다.” 머튼은 여기에 덧붙여 이렇게 말했다. “선사의 행동과 몸짓이 경종을 울리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것은 어떤 ‘진술’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장자는 머튼의 진짜 스승이다.[6]

머튼의 글을 보면 뉴에이지 영성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인류의 일원이 되는 것은 영광스런 운명이다.” “만일 사람들이 자신들의 실제 모습을 모두 볼 수 있기만 한다면 엎드려 서로를 경배하는 큰 문제가 일어날 줄로 나는 추측한다.” “우리 존재의 중심엔 죄와 환멸에 때 묻지 않은 ‘무’(nothingness)의 점, 순수진리의 점이 있다.” “이 작은 점은 우리 속에 있는 신(神)의 순수한 영광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 속에 있다.”

위의 글에서 이미 우리는 성선설, 무원죄설, 보편구원론(만인구원론), 인간숭배론, 인간신론, 종교혼합, 다원주의, 그리스도 구속의 ‘불필요성’ 등, 뉴에이지 사상의 핵심요소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웨인 티즈데일은 『세계 속의 한 수사』(A Monk in the World)에서 머튼을 선불교, 힌두 베단타, 요가 텍스트 등을 한데 뭉뚱그린 ‘국제 초종교영성의 비저너리’로[7] 소개했다. 머튼의 말년의 책 『참선과 탐욕의 새들』(Zen and the Birds of Appetite)에서는 기독교계 신비철학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와 일본의 선불교를 비교하면서 제2부 전체를 선승(禪僧) 다이세츠 스즈키에 몽땅 할애하기도 했다.

토마스 머튼을 20세기 영성의 대가라고 추켜세우는 자들은 그의 동양사상과 뉴에이지를 결국 수용하는 자들이다. 머튼은 명백히 가톨릭 수도사 복장을 한 승려였다. 그가 달라이 라마와 친밀하게 지내고 다이세츠 스즈키를 멘토로 여긴 것은 단순한 교제 차원이 아니라 영성의 교류 차원이었다. 그는 특히 스즈키를 마하트마 간디나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맞먹는 존재로 생각했는데, 어떤 면에서 그의 생각은 맞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간디와 아인슈타인은 둘 다 유일신 하나님을 절대 부정했고 일종의 범신론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스즈키 역시 만물에 내재된 신, 특히 신적 존재로서의 인간 자신을 전파한 사람이었기에 토마스 머튼에게 있어 스즈키와 간디와 아인슈타인은 모두 한 형제처럼 여겨질 수 있는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인 셈이다.

기독교의 안방까지 쳐들어온 머튼의 사상

창간 이후 지금까지 한 결 같이 건전한 신학적 관점과 목회적 방법론을 제공하고 있는 「목회와신학」은 우리나라 목회자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매거진이다. 특히 부록으로 제공되는 「그말씀」의 도움을 받아 설교와 가르침을 행하는 목회자들이 매우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그말씀」이 1996년 5월호에 ‘동양사상과 설교’를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다. 그런데 이 특집은 동양사상이 기독교의 설교와 가르침에 침투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다룬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동양사상을 기독교에 잘 접목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다루었다. 다음 글은 당시 미션스쿨의 교목이었던 사람이 토마스 머튼의 『장자 연구』를 전문 인용하여 기고한 글이다.[8]

사람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설교자는 성경이 말하는 사람의 모습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문제다. 그런데 동양의 영성은 기독교 전통一특히 바울 신학적 관점一에서 보기 어려운 낙관론 인간관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의 견해는 구약의 풍성한 인간 이해가 신약의 신학화 및 경전화 과정에서 상당히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구약성경을 깊이 있고 넓이 있게 관찰하면 동양의 영성과 많은 유사성을 찾을 수도 있다. 특히 인도의 고전인 우파니샤드의 문헌에 보면 구약성경의 인간관과 상당히 유사한 인간 이해를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다른 비교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비교에 다른 도식화와 비약의 위험이 있다. 그러나 우파니샤드가 말하는 인간관을 전체적으로 보면서, 그동안 기독교의 설교가들이 너무 편협한 신약一특히 바울적一인간 이해에만 매달리지 않았는가 돌이켜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9]

기독교 사상의 절대 기준이어야 할 성경이 힌두교의 우파니샤드에 의해서 비평되고 있다. 「그말씀」이라는 책 제목은 엄연히 하나님의 살아 있는 말씀인 성경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냥 ‘말씀’이 아니라 ‘그’ 말씀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이방 경전을 기준으로 삼아서 기독교 성경을 비교함으로써 교회가 스스로 성경을 사람의 책 수준으로 폄하해서 취급하고 있다. 저자는 구약적 인간 이해가 왜곡됐을 수 있으니 힌두 경전으로 교정하라고 조언한다. 신약의 인간 이해를 바울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하는 것은 편협하니 우파니샤드를 통해 균형을 잡으라고 말해준다. 머튼의 사상이 얼마나 비성경적인지 이 글은 잘 보여주고 있다.

우파니샤드의 인간관은 성경과 같이 그 논의 자체가 신적인 것과 연결되고 있는 특성이 있다. 즉, 인간 존재를 궁극적이며 영원한 것, 실체적이며 절대적인 것과 연관시켜 파악하는 유사성이 있다. 우파니샤드의 범아일여론은[10] 인간론인 동시에 신론이라고 볼 수 있다. 성경도 인간을 신과의 관계성에서 논의하고 있다.[11]

우파니샤드가 말하는 신론 및 인간론이 성경이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인 양 이 글은 말하고 있는데, 도대체 타 종교의 경전이 어찌 성경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토마스 머튼과 그의 추종자들의 생각이 이해가 안 된다. 성경은 모든 경전 가운데 가장 위대한 책이라고 생각을 하든, 아니면 그냥 다른 경전과 비슷한 위상의 책일 뿐이라고 생각을 하든, 이것은 성경이 책으로 기록된 유일한 하나님의 계시라는 기독교의 전제 조건을 무시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힌두 사상으로 성경을 덮어버리는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주님 자신 안에서는 성부는 영혼이고 성자는 육신으로 비유할 수 있지만 주님과 우리의 관계에서는 주님이 영혼이고 우리가 육신이 됩니다. 사실적으로 주님은 부활하신 이후에 즉 승천하신 이후에 아들로서가 아니라 아버지로서 계십니다.(요한 16:28) “내가 아버지에게서 나왔다가 세상에 있고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에게로 가노라”와 같이 지금은 아버지로 계십니다. 그러므로 이제 주님은 영혼이고, 우리는 육체입니다. (중략) 주님 자신 안에서는 브라만과 아트만으로 구분이 되지만 주님과 우리와의 관계에서는 그 브라만과 아트만은 범아일여로 주님으로 있으며 우리는 그 주님의 형상과 모양으로서의 아트만으로 있습니다. 즉, 주님은 영혼이고 우리는 육신인 것입니다.[12]

이 글은 이방 영성으로 기독교 영성을 짓밟아 놓은 한 사례다. 우파니샤드로 복음을 해석하려는 시도 자체도 어리석지만, 복음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이미 완전히 잘못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자유주의 기독교와 범신론적 힌두교를 뒤섞어놓은 것이다. 이렇게 기독교를 잡탕으로 만들어서 보급하는 교회 아닌 교회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13]


[1] 머튼에 관한 글은 전체적으로 truthnlove.tistory.com/30 김삼 목사의 글을 수정, 발췌, 인용하고, 거기에 일부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2] 헨리 나우웬, 『안식의 여정』, 복있는사람, 106쪽

[3] ecumenicalism, 교회일치주의

[4] 요가는 불교와 마찬가지로 힌두교의 한 분파다.

[5] Sufism,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

[6] 헨리 나우웬, 『기도의 사람 토머스 머튼』, 청림출판, 149-150쪽

[7] visionary, 비전을 전하는 자 또는 현실 감각이 부족한 사람

[8] 제목은 ‘설교자에게 필요한 동양적 인간 이해’다.

[9] 「그말씀」, 1996년 5월호, 116-117쪽

[10] 梵我一如論, 우주의 최고 원리인 범(梵, brahman)과 개인의 본질인 아(我,atman)는 같다는 우파니샤드의 중심 내용

[11] 앞의 책 123쪽

[12] cafe.daum.net/ConjugialLove/D9rV/23 (현재에는 사라진 페이지입니다)에서 인용

[13] 물론 이 같은 현상을 보며 그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고 지적하는 흐름도 있음은 사실이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앞서 인용한 「그말씀」에서도 다음의 글을 게재함으로써 일방적으로 치우친 동양사상 접목 현상을 조금이나마 바로잡고자 시도했다. “어떤 사람들은 설교의 논증을 강화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권위를 빌려온다. 유명한 철학자나 대학자의 말을 인용하기를 좋아한다. 소크라테스가 어쨌고, 공자가 어쨌고, 석가모니가 어쨌다고 말한다. 예수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도 시간이 부족할 텐데 ‘동양의 현자’들에 대해서 말할 시간이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수가 하신 말씀이 공자에 의해서 지지를 받아야 권위가 생긴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제목은 ‘동양적 사유를 통한 설교의 가능성과 위험성’이다. ―「그말씀」, 1996년 5월호, 169쪽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Park Sun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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