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박태양 칼럼] 천주교, 종교혼합의 선구자

사진: Jacob Bentzinger on unsplash

눈먼 기독교(17)

개신교 NGO인 월드비전의 해외구호팀장으로 수년간 활약했던 한비야는 전 국민적으로 인정받는 구호전문가이자 여행전문가다. 그녀는 천주교인이면서도[1] 개신교 성향의 단체에서 탁월하게 일한 것으로 평가받는데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녀의 포용력 있는 종교관 때문이다. 그녀의 다음 글이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는 불교와 천주교의 하이브리드다.[2] 외가가 독실한 불교 집안이고 엄마 역시 불자였기 때문에 어렸을 때 외가 식구들을 따라 절에 다녔다. 법당에서 절도 수없이 했고 절 밥도 수없이 먹었다. 우리 형제들은 외할머니에게 옛날 얘기 대신 재미있는 불교 법문을 듣고 자랐다. 외할머니는 막내 외삼촌을 결혼시키신 후 아예 출가하셔서 계를 받고 스님이 되셨는데 그 늦은 나이에도 무문관에서[3] 면벽 3년 묵언 수행을 하시는 등 불심이 지극하셨다. 그런데도 우리 부모님이 서울 식구 모두가 천주교로 개종하겠다고 했을 때 할머니는 무엇을 믿든 온 마음을 다해 믿으면 된다고 하신 멋진 분이셨다. 그 후 우리 식구들은 모두 영세를 받고 천주교 신자가 되었는데 불교 신자인 큰형부가 우리 가족으로 합류하면서 또다시 불교의 영향을 받고 있다.[4]

한비야는 대외적으로 천주교인임을 밝힌다. 그러나 불교와 개신교 그리고 다른 어떤 종교도 수용하며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그녀가 독특한 가정 종교사(宗敎史)를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종교 간의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받아들이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외할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무엇을 믿든 온 마음을 다해 믿으면 된다고 한비야는 생각하며 그것이 멋진 모습이라고 확신한다. 개신교도 가운데도 이런 스타일의 신앙을 가진 자들이 많지만 천주교인 가운데는 이런 신앙인들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천주교인과 불교도는 비교적 세상 속에서 잘 어울리는데 개신교도는 상대적으로 잘 섞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들, 그중에는 한국 사람도 있고 외국 사람도 있다. 내가 현장 파견 근무를 떠날 때마다 나의 무사 귀환을 위해 108배를 올리는 불자 친구, 아침마다 묵주신공을 바치는 성당 친구, 매일 새벽기도 때 중보기도 한다는 개신교 친구도 있다. 뿐만 아니라 중동과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모슬렘 친구도 있고, 아무 신도 믿지 않는 사람도 있고 만 가지 신을 믿는 무속 신앙인도 있다. 이들은 종교도 다르고, 믿는 방법도 기도하는 방법도 다르지만 날 위해서 한마음으로 각자의 신에게 기도해주는 친구이자 나를 온갖 위험에서 구해주는 생명의 은인이다.[5]

한비아의 이러 종교관은 당연히 세상에서 존중받고 칭찬받는다. 종교로서 차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하는 태도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조심할 것이 있다. 한비야는 박애주의자고 휴머니스트지만 아직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알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기독교는 모든 신앙이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기독교 밖에는 천국과 영생이 없다는 것을 한비야는 과연 인정할 것인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비야는 기독교의 배타적 구원관을 인정하기 힘들어할 것이다.

한비야의 이러한 종교 스타일이 사실 천주교인들의 보편적 종교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개신교도 가운데에도 종교다원주의적 성향을 가진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종교혼합적 영성을 주도하는 것은 역시 천주교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헨리 나우웬 영성의 실체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수로 있다가 낮은 자들을 섬기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으로 유명한 헨리 나우웬이라는 예수회 사제가 있다. 『상처 입은 치유자』, 『예수님의 이름으로』 같은 책으로 개신교에서 널리 알려진 이 사람은 21세기 최고의 영성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진짜 영성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 다음의 글은 그의 일기(日記)로 엮어진 생애 마지막 작품에서 인용한 것이다.

Today I personally believe that while Jesus came to open the door to God’s house, all human beings can walk through that door, whether they know about Jesus or not. Today I see it as my call to help every person claim his or her own way to God.[6]

위의 글에서 나타나듯이,[7] 헨리 나우웬은 종교다원주의와 뉴에이지의 영성을 가진 사람이다. 예수를 아는 것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그는 자신의 유작(遺作)에서 말하고 있다. 결국 헨리 나우웬의 영성은 반성경적 보편구원론에 기초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교계에서 팔리는 그의 책은 수십 종에 이른다.

그의 영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그의 잘못된 구원관에 의해서만이 아니다. 그는 평생 동성애적 성향으로 갈등하며 살았고 죽는 순간까지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그의 생애를 연구한 사람들이 지적한다.[8] 깊은 묵상으로 잘 알려진 가톨릭 사제였으나 그의 사상에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성경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한국 개신교 내에서 그는 관상기도의 대가(大家)로 수많은 신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이는 정말 위험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헨리 나우웬과 그의 스승 토머스 머튼의 관상 기도는 성경적 기도가 아니라 불교의 참선(參禪)을 바탕으로 해서 행해지는 기도이기 때문이다. 헨리 나우웬과 토머스 머튼의 영성은 종교혼합적 영성이다.

천주교가 종교혼합의 선구자라고 지칭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교황이 그것을 주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27년간 교황으로서 전 세계 로마 가톨릭 신자들을 다스렸던 요한 바오로 2세는[9] “예수 그리스도를 인정하지 않는 다른 종교인들도 구원받을 수 있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했다.[10] 교황이 반(反)성경적인 언급을 했지만 천주교는 그것을 수정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천주교는 교황 무오설(無誤說)을 믿기 때문이다. 즉, 교황이 종교적으로 발언한 것에는 잘못이나 실수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종교관 덕분에 요한 바오로 2세는 전 세계 가톨릭 교도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좋아했던 인기 많은 교황이었다.

인기 많은 천주교 지도자로서 우리나라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김 추기경은 단순한 인기가 아니라 진심어린 존경을 받은 나라의 어른이었다. 평생 청렴과 겸손으로 본을 보였고, 민주화 과정에서 정의를 대변했던 분이기에 그의 인격과 성품을 온 국민이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번은 김 추기경이 성균관 유생들과 함께 죽은 조상에게 절하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나온 적이 있다. 천주교의 수장이 제사를 드린 것이다.[11] 이것은 제사가 더 이상 우상숭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제사는 조상 ‘공경’의 모습일 뿐 ‘숭배’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제사는 이미 현대인들에게 종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목사 아버지를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 기독교를 비방하며 살았던 린위탕은[12] 제사를 옹호하는 다음의 글을 통해 제사가 틀림없이 조상을 숭배하는 종교적 행위임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인의 선조 숭배는 이미 몇몇 논자(論者)들에 의해서 종교로 불리고 있다. 우선 나 자신도 이 설이 거의 옳다고 믿고 있다. (중략) 초자연적인 것을 거의 제외하고 생각한다면, 중국의 조상 숭배는 그리스도교, 불교, 마호메트교에 있어서의 신불(神佛)의 신앙과 병존시킬 수 있다.[13]

물론 천주교가 제사를 허용하는 것은 지방(紙榜)을[14] 붙이지 않고 절한다는 조건이 수반된다. 지방 없이 조상신에게 절하면 아무 문제없다는 것이 천주교의 공식 입장이다. 과연 그럴까? 종이에 이름을 쓴 것이 없으면 우상 숭배가 아니고, 있으면 우상 숭배가 되는 건가? 이런 것을 일컬어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15]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천주교의 제사허용이 일반인들에게는 참으로 바람직하고, 화합 지향적으로 보이고, 융통성 있게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제사를 우상숭배라 보고 있는 개신교가 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천주교의 종교혼합 사례를 한 가지만 더 보자.

2012년 석가탄신일을 맞이하여 명동성당은 ‘부처님오신 날 함께 기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달고, 주일 미사(예배)에 성악가 출신 승려를 초청해 특송을 들었는데, 곡은 ‘아베 마리아’였다. 물론 종교간 화해와 우의를 다지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우리나라 천주교회의 대표인 명동성당이 이러한 행태를 보여준 것은 우리나라 천주교와 그 지도자들이 이미 종교혼합적 신앙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천주교는 앞으로도 모든 종교가 통합되는 데 맨 앞에서 그 역할을 감당할 소지가 다분하다.


[1] 로마 가톨릭 신자를 우리나라에서 일컫는 말

[2] hybrid, 잡종

[3] 無門館, 명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 없는 방

[4] 한비야, 『그건 사랑이었네』, 푸른숲, 80쪽

[5] 앞의 책 101쪽

[6] 오늘 나는 예수가 하나님의 집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주기 위해 오셨기에 모든 인류는 예수에 대해 알든 모르든 그 문을 통해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믿는다. 오늘 나는 모든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의 하나님을 향한 길을 주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는 것을 안다. (필자 번역) – 헨리 나우웬, Sabbatical Journey, crossroad, 51쪽

[7] 위 인용문을 번역본이 아닌 영어 원본에서 끌어온 이유가 있다. 헨리 나우웬의 이 책은 『안식의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복있는사람’이라는 출판사가 번역, 출간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이 두 문장의 49개 단어를 포함한 총 여덟 문장의 213개 단어가 누락돼 번역됐다. 이것은 실수가 아닌 고의적 누락이다. 단락의 마지막 부분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중간 부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역자의 의도인지 아니면 출판사 편집부의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그 목적은 명백하다. 헨리 나우웬의 신학적 잘못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전혀 그런 의도가 없이 삭제된 것이라 해도 출판사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번역본이 원본과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장 몇 개 빠진 것이 무슨 문제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내용이 빠짐으로 그 앞뒤 내용은 완전히 다른 사상으로 나타난다. 즉, 삭제된 부분 전까지 내용에는 예수 믿지 않고는 구원받지 못한다는 믿음을 가진 어떤 이들을 헨리 나우웬이 긍정하는 듯 하는 언급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헨리 나우웬의 핵심 사상이 한국어 번역본에는 영어 원본과 정반대의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참으로 심각한 거짓을 행한 것이다. 원문에서 생략된 문장들은 다음과 같다. 一 Still… I felt somewhat uncomfortable, even though this belief was present in my own upbringing. My conviction as a young man was that there is no salvation outside the Catholic Church and that it was my task to bring all “nonbelievers” into the one true church. But much has happened to me over the years. My own psychological training, my exposure to people from the most different religious backgrounds, the Second Vatican Council, the new theology of mission, and my life in L’Arche have all deepened and broadened my views on Jesus saving work. Today I personally believe that while Jesus came to open the door to God s house, all human beings can walk through that door, whether they know about Jesus or not. Today I see it as my call to help every person claim his or her own way to God. I feel deeply called to witness for Jesus as the one who is the source of my own spiritual journey and thus create the possibility for other people to know Jesus and commit themselves to him. I am so truly convinced that the Spirit of God is present in our midst and that each person can be touched by God’s Spirit in ways far beyond my own comprehension and intention.

[8] 그의 책 『예수님의 이름으로』에서 헨리 나우웬은 동성애, 낙태, 안락사 같은 이슈들을 도덕적 측면이 아닌 하나님의 사랑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다분히 논쟁이 될 수 있는 주장이다. 또한 그는 실제로 네이선 볼이라는 남성에 대해 우정 이상의 애착을 가졌는데 그의 이러한 지나친 의존성으로 인해 네이선은 나우웬과 결별하였다. 이후 충격을 받은 나우웬은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수개월 간의 치료 기간 중 매일 침대에서 남성 치료자의 품에 안겨 울면서 위로를 받았다. 그 치료자는 나우웬을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었다고 마이클 포드가 지은 『헨리 나우웬』이라는 책에서 말하고 있다.

[9] Johannes Paulus II (재위: 1978년 10원 16일~2005년 4월 2일)

[10] 「중앙일보」, 1998년 9월 24일

[11] 김수환 추기경은 성균관대학교를 설립한 유학자인 심산 김창숙 선생을 기리는 상을 2000년에 수상했다. 이 상과 관련하여 고인의 묘소 앞에서 절을 올린 것이다.

[12] Lin Yutang, 林語當, 대만 출신의 세계적인 소설가, 중국 고전 번역가, 산문가, 문예비평가, 언어학자

[13] 임어당, 『생활의 발견』, 학원사, 145쪽

[14] 죽은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는 종이로 된 신위(神位)

[15] 속이 뻔히 보이는 것을 가지고 남을 속이려 하는 짓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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