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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칼럼] ‘예수는 없다’란 책을 읽고

사진: Aaron Burden on Unsplash

며칠 전 어떤 지인이 책을 한 권 주었다. 지금 인기 있는 베스트 셀러인 <예수는 없다>라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 중에 훌륭한 <비교 종교학자>의 글을 나 같은 개혁주의 신학자가 감히 평가를 할 수 있겠는가 싶어서 망설였다. 그러나 이 글은 저자인 오강남 박사의 책 <예수는 없다>라는 책을 비판하기보다 그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쓴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회의를 갖거나, 한국교회를 무차별 비판하는 이른바 ‘가나안 교인’들에게 내 생각을 들려주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의 책대로라면, 나 같은 사람은 천상 꼴통 보수주의자요, 근본주의자이다. 근본주의라는 말은 1900년 초에 성경의 권위를 믿지 않는 자유주의자들이 온 세계 교회를 점거하자, 미국과 영국의 정통신학과 신앙을 지키려는 학자들이 몇 해 동안 ‘근본주의, Fundamentalism’란 논문집을 출판했었다. 그런데 자유주의 진영에서는 이들을 싸잡아 근본주의자들이라고 비판했었다. 한국에도 에큐메니컬 운동을 반대하는 교회들은 모두가 근본주의자라고 매도당했다. 그런데 나는 그들이 말하는 근본주의가 아니고 개혁주의자다. 그럼에도 나 같은 사람을 근본주의자로 몰고 간다면 근본주의가 맞다. 왜냐하면 근본주의의 믿음의 핵심은 성경대로,

1) 하나님의 천지 창조와 섭리
2) 성경의 완전 영감과 계시
3)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과 중보자 예수 그리스도
4) 예수 그리스도의 육체적 부활
5)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확실히 믿는다.

오강남 박사의 책에서는 “이러한 신앙을 가진 자들은 우리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근본주의자들이요, 이것이 한국교회를 병들게 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근본주의자들을 마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는데, 내 생각에는 다섯 가지 원리를 믿지 않는다면 사실 그리스도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종교인’과 ‘기독교인’은 서로 다르다. 그의 주장은 비교종교학자답게 모든 종교는 결국 똑같다는 것이다. 즉 기독교나, 가톨릭이나, 불교나, 유교나, 모슬렘도 따지고 보면 다 같은 하나님을 믿는 것이라고 둘러댄다. 이는 그만의 주장이 아니고, 오늘의 세계종교학자들, 자유주의신학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리고 기독교가 뭐 별스럽게 특별하거나, 기독교의 하나님이 자기들의 하나님으로 주장하거나, 오직 예수만 믿으면 구원 얻는다는 식의 발상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비판 사상을 이른바 “종교의 신학”(Theologia Religionis)이라 한다.

이쯤 되면 제대로 성경적 신앙생활을 못하는 자들이나, 평소에 기독교회에 대한 비판과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나, 신앙의 확신이 없는 자들에게 이 책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마치 옛날에 함석헌 선생의 글에, 산 정상을 오르는데 꼭 동쪽으로만 올라야 정상에 오른 것도 아니고, 서쪽이든, 북쪽이든, 남쪽에서 올라가도 결국은 산 정상에서 만난다는 것이다. 이것이 ‘종교다원주의(Religious pluralism)’인데, 오늘의 전 세계 자유주의자들 특히 에큐메니컬주의자들의 핵심메시지이다. 종교다원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성경은 신뢰할 수 없고, 성경을 성경대로 믿는 사람은 무식하고 무지하고 유치한 자로 취급한다. 또한 그렇게 믿는 자들을 ‘문자 주의’로 폄하하고, ‘성경을 우상시 말라’고 한다. 그런데 기독교는 그냥 종교가 아니라, ‘복음’이라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복음이란 무엇인가? 복음은 말 그대로 ‘기쁜 소식’, ‘복된 소식’이다. 그렇다면 뭐가 그리 기쁜 소식인가?

내가 쓴 조그마한 <복음에서 복음으로>라는 책에서 나는 “복음은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이 쓴 것만 복음이 아니고,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전 성경이 복음’이라고 썼다. 그런데 복음의 핵심 내용은 인간이 자기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죄인이지만, 하나님께서 그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주시기로 약속하시고, 때가 되어 성육신하시고, 우리 죄를 위해 죽으셨다가 3일 만에 부활하신 역사적 사건(Historical Fact)을 믿으면 값없이 의롭게 된다”고 했다. 이것은 성경에서 하나님의 인간 구원에 대한 매뉴얼이다. 때문에 이 복음은 우리에게 기쁨이요, 확신이요, 감격이요, 능력이다. 복음은 바로 하나님의 은혜이다. 다른 종교에는 깨달음을 통해서 도(道)에 이르고, 수행을 통해서 열반에 이르는 등 자기 노력 즉 자력(自力)으로 구원에 이른다고 한다. 기독교는 복음이지만, 다른 종교는 자기 노력으로 성불이 된다. 물론 다른 종교에서 수행자로의 삶, 윤리와 도덕이 기독교인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 그것은 존경받을 만하다. 또한 기독교인 중에도 복음 진리를 싸구려로 생각하고 신행(信行) 일치가 안되는 것도 기독교인이 욕먹는 일인 것은 맞다. 오강남 교수께서 평생 자기의 비교종교학에서 깨우친 경험을 가지고 한국교회의 치부를 예리하게 파헤친 것은 참 고맙다. 과거 한국교회가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었다면, 오늘날은 그 불꽃이 점차 약해지고 시들어진 느낌이 있다. 이런 때는 두 가지 조치가 예상된다.

어떤 이는 시들어가는 불을 향해서 물동이로 물을 부어 확 꺼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이는 시들시들해가는 불꽃에 장작을 더 올리거나, 기름을 더 부어 활활 타오르게 하는 이도 있다. 나는 그 후자이다. 한국교회가 많이 세속화된 것도 맞고, 유물주의, 인본주의적으로 나가는 것도 맞고, 샤머니즘적인 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교회가 말씀과 성령으로 바로 깨어나서 건강한 교회로 회복되었으면 한다. 나는 성경의 절대 권위를 믿는다. 그리고 성경의 영감을 믿는다. 성경은 케케묵은 옛 문헌이 아니고, 지금도 믿는 자에게 구원의 확신과 능력을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때문에 지금도 말씀과 성령의 사역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

50년 전 필자가 암스텔담 뿌라야 대학교에서 공부하며 방황할 때, 나는 당대의 최고의 칼빈주의 철학자인 ‘헬만 도예베르트’박사를 찾아갔다. 그는 본래 법학자, 곧 법철학자였으나 칼빈과 아브라함 카이퍼의 사상적 체계를 이어받은 당대의 최고 노학자였다. 나는 그에게 대뜸 “선생님의 철학의 근본은 무엇입니까?”라고 했더니, 그는 내게 말하기를, “예, 저의 철학의 핵심은 시편119:105에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라는 말씀을 기초로 해서 신학, 철학, 정치, 경제, 문화, 학문, 예술 등 삶의 전 영역에 하나님의 말씀이 기초가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나는 무릎을 쳤다. 그 이듬해에 암스텔담에서 스위스의 ‘바젤’로 가는 야간열차에서, 나는 스위스의 대 전도자 ‘빔 말고, Wim Malgo’라는 사람의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책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오늘 떠오르는 태양은 수수만 년 전에 벌써 있었던 태양이다. 그런데 그 태양이 매일 새롭게 다시 떠오르듯, 하나님의 말씀도 참 오래되었으나, 그 말씀이 날마다 우리의 영혼을 새롭게 변화시킨다”고 했다. 정말 감격이었다.

비교종교학자의 기독교 비판은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은 지금도 살아있고, 영과 혼을 쪼개어 우리에게 여전히 새로운 생명을 주고 있다. 이 생명의 말씀에 감격하고, 그리고 주 예수를 사랑하는 자가 참 예수를 아는 자이다. 나의 외조부는 퇴계학파의 선비로서 안동 도산 서원의 원장을 지내셨다. 그랬던 내가 하나님의 말씀에 붙잡혀,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만을 증거하는 목사로 꼭 55년이 되었다. 예수는 성경대로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 곧 속죄 주요 그리스도이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모두 많이 부족한 것은 맞다. 그래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시는 인격적 하나님이시요, 예수는 없는 게 아니고 그는 지금도 살아계셔서 역사를 지배하고 섭리하시는 만왕의 왕이요, 만주의 주가 되시고 우리의 생명이 되신다.

그러므로 코로나19 이후 흔들리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종교다원주의자요, 비교종교학자의 말이 마치 진리인 듯이 그의 비판적 논리에 너무 상처 입지 마시고, 이 사악하고 어두운 시대에 하나님의 말씀을 성령께서 깨우쳐 주시면 확신에 이른다. 예수는 그리스도이시고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다. 성경 곧 하나님의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하고 인류의 구원을 안내하는 여전히 참된 베스트셀러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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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박사 | 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40여년간 목회자, 설교자로 활동해왔으며, 최근 다양한 국내외 시사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한 칼럼으로 시대를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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