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고정희 칼럼] 시간이 지나고 있다

▲ 조선고등학교에서 선교팀이 요3:16을 찬양하는 모습. 사진: 고정희 제공.

일본 땅에 조선인 아버지 이름으로 사는 모임에 다녀왔다. 작년 여름에 폐교된 우리(조선)학교에서 아버지들 축구대회를 열었다. 아이들이 뛰어 놀던 작은 운동장에서 아버지들이 공 하나로 무척이나 재미있게 뛰어 다니신다. 이제는 아이들도 선생님도 없다. 그렇게들 한 참을 뛰시고는 운동장 한켠에 금새 숯불을 피우고 바베큐로 즐거운 점심시간을 만들었다. 자주 만나던 아버지들도, 한 번씩 보던 아버지들도, 처음 보는 아버지들도 모두들 따스한 눈빛으로 반겨주었다. 맛있게 구워진 고기를 올려준다. 많이 먹으라고 한다.

사랑이 자꾸 더해져서 일까? 띠 띄워지고 있다.

우리 조선의 분단과 함께 가는, 일본 땅의 우리(조선)학교는 그 역사가 70년이 넘었다. 그렇게 오래되고 낡은 우리(조선) 학교 중 하나가 폐교되어 오사카시에 팔린 줄 알았었다. 실은 우리 부부가 가장 많이 찾아간 학교이다. 그런데 팔지 않기로 했단다. 수도관도 오래되고 건물이 튼튼하지 않기에 걱정이기는 하지만 조선인들의 문화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했단다. 그 첫 번째 모임이 아버지 축구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모임에 우리 부부를 초대해 주셨다. 같이 밥 먹자고.

그들이 정겹게 자꾸 부르는 목사님, 사모님이 얼마나~ 복된 것임을 이들은 아직 모르겠지.

‘보라!’ 하시는 것 같았다.

보라 내가 이 성을 치료하며 고쳐 낫게하고 평강과 성실함에 풍성함을 그들에게 나타낼 것이며 내가 유다의 포로와 이스라엘의 포로를 돌아오게 하며 그들을 처음과 같이 세울 것이며 내가 그들을 내게 범한 모든 죄악에서 정하게 하며 그들이 내게 범하며 행한 모든 죄악을 사할 것이라 (예레미야 33:6~8)

그 옛날 하나님은 유다 백성의 죄악과 우상숭배를 심판하셨다. 예루살렘이 바벨론 군대에 의해 파괴되고 백성들이 사로잡혀 갔지만, 하나님의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예루살렘을 평강과 성실이 풍성한 도성으로 회복하겠다는 약속을 하셨다. 자기백성을 결코 잊지 않으시는 사랑이다.

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왜 그들을 따뜻하게만 표현하냐고 묻곤 한다. 이들에게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이름은 그저 ‘두렵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들에게 끝이 아닌 것을 안다. 하나님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그 시간이 지나는 삶에 그들이 ‘이거 좋네’ 하면 ‘그거 좋네’ 같이 해주고, 그들이 ‘그렇지?’ 하면 ‘그렇다’라고 말해주며 동행해 주고 싶다.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이들이 아닌 것을 알기에.

아웃리치 팀과 조선고등학교를 방문했다. 보통은 초등 중등학교을 가게 되는데 잘 공개되지 않는 고등학교를 보게 되었다. 수업을 함께 했고, 쉬는 시간에 함께 떠들었고, 치마저고리를 입은 선생님들, 이곳 저곳 씌어진 우리말, 교실의 사진과 그림들을 보며 우리가 싸워야 할 것들과 싸우며 긴장하였음이라. 그 날 저녁 화장실을 가는데 모두 함께 다녔다.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이것이다.

그날, 그곳에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저를 믿는 자는 모두 구원을 얻으리라고 찬양이 담대히 선포되었다.

일정 중에 한 형제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 근육경련과 열이 40도가 넘는 상태가 계속 되었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오직 주님 이었다. 극한 스트레스로 온 몸에 염증을 안고 이 땅에 왔더란다. 그날 아침 형제는 주님에게 ‘일본, 조선, 무엇보다 더 너를 사랑한다’는 엄청난 사랑의 고백을 받고 눈물을 흘렸었다. 눈을 뜨면 병원이라서 꿈이구나 하고 몇 날을 계속 잤더란다. 하나님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하나님은 몸속의 염증이 빠지는 시간과 몸에 쉼을 충분히 채우시고 깨우셨다.

이처럼 사랑하기에 이렇게나 아플까, 고통스러울까.

우리에게 보게 하셨다.

그리고 우리도 우리가 싸워야 할 것들과 밤 새 그렇게 싸웠다.

눈을 뜨니 새 날이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고후5:17

우리(조선)학교 운동장에 울려퍼지는 아버지들의 함성에 기도를 실어 보낸다.

‘이곳을 하나님의 평강과 성실이 풍성한 도성으로 일구어 주십시오.’

이 곳이 우리에게서 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게서 난 것임을 모두 함께 보고 싶습니다.’

이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이 사람들을 상관 말고 버려두라 이 사상과 이 소행이 사람에게로서 났으면 무너질 것이요 만일 하나님께로서 났으면 너희가 저희를 무너뜨릴 수 없겠고(행 5:38~39)

우리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북에서 남에서 그리고 남은 퍼즐 한 조각이 일본 땅에서.

민족의 완전함을 위하여, 하나님 나라의 완전함을 위하여 싸우고 있다.

이처럼 사랑하기에 이렇게나 아플까.

하나님이 우리 민족을 어떻게 구원하는지 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새것이 되었도다.

오늘 우리는 우리가 싸워야 할 것들과 싸우자!

주님께 속량 받은 사람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 올 것이다. 그들이 기뻐 노래하며 시온에 이를 것이다. 기쁨이 그들에게 영원히 머물고 즐거움이 넘칠 것이니 슬픔과 탄식이 사라질 것이다 사35:10

너희는 지나간 일을 기억하려고 하지 말며 엣일을 생각하지 말아라.

내가 이제 새 일을 하려고 한다. 이 일이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느냐? 내가 광야에 길을 내겠으며 사막에 강을 내겠다. 이 백성은, 나를 위하라고 내가 지은 백성이다. 그들이 나를 찬양할 것이다. (이사야 43:18~20)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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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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