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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칼럼] ‘페툴라 귤렌’과 포스트모던 이슬람

사진: Pixabay

밖에서 보는 이슬람(50)

튀르키예 현 집권당의 개혁

지금의 튀르키예(터키) 에르도안 정부가 그동안 이루었던 개혁은 무엇보다도 터키 국내적으로는 공화국의 핵심 이념인 세속주의를 향한 매우 강한 위협과 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 현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에 의해 터키 세속주의가 위협받는 일련의 정책이 국회 안에서 통과되었다. 그중에서도 터키 세속주의와 충돌되는 가장 예민한 두 가지 사안은 1934년에 발효되었던 복장(服裝)법 폐지와 터키 군부의 개혁이며, 이 두 사안만으로도 지금 터키는 충분히 위기를 맞이했다.

터키에서 복장 법의 폐지가 가져다주는 의미는 터키 여성의 히잡 착용이 법적 금지에서 법적 허용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뜻한다. 혹자는 그동안 터키 내 이런 히잡 착용 금지 자체가 인간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터키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 사안은 단순하게 ‘입고, 못 입고’의 문제를 벗어나 터키의 핵심 이념인 세속주의와 직결된 문제이며, 세속주의의 존폐가 이 복장 법에 달려 있다고까지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다른 사안인 터키 내 군부의 개혁은 지금까지 공화국의 수호자 자리를 지켜왔던 터키 군이 이제 더는 터키 세속주의 정신을 계승하지 못할 것에 대한 불안과 염려로부터 시작한다. 현 집권당으로서는 탈 세속주의와 이슬람 성향의 다양한 개혁을 이루어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커다란 위협 요소를 군부로 판단했기에 군부의 힘을 약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터키 군의 막강한 군사력을 줄이라는 요구가 유럽연합으로부터 들어왔다. 왜냐하면, 지금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조건 중 하나가 한 국가의 군사력이 쿠데타 등으로 그 나라를 뒤집어엎을 만한 힘을 소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로부터 현 집권당이 가진 군대의 힘의 축소라는 원래의 속셈을 정당화시켜 줄 수 있었다. 이는 세속주의 이념을 수호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힘으로서의 군부가 늘 부담스러웠을 에르도안 정권에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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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튤라 귤렌. 사진: 유튜브 채널 BBC 캡처.

페툴라 귤렌은 누구인가?

2016년에 발발한 터키 내 쿠데타 시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페툴라 귤렌’은 1941년 터키 동북쪽의 에르주룸에서 출생했으며 이맘 아버지를 둔 가정에서 이슬람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는 이슬람과 과학, 신앙과 이성 그리고, 국가와 종교의 조화에 관해 연구한 쿠르드 출신 ‘사이드 누르시’의 서적을 접하게 되면서부터 첨단과학과 물질만능주의 앞에서 이슬람이 생존할 유일한 길은 이슬람의 재해석이라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이슬람의 새로운 ‘빛’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이런 그의 주장은 이후 정부 관리, 언론인, 법조인, 기업인, 대학생 등의 다양한 분야에까지 수많은 지지 세력을 형성하면서 소위 ‘광명파’ 운동을 일으킨다.

또한, 사이드 누르시가 저술한 6천 페이지에 달하는 ‘광명의 책들’을 독파한 그는 누르시의 사상과 수피즘의 신비주의를 병합시켜 자기 사상으로 재탄생시키는데 이것이 지금의 ‘귤렌 종파’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

1959년부터 이맘의 삶을 시작한 그는 터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설교하던 중 국가모독죄로 연금되기도 하였으며, 1980년에 발생한 군사 쿠데타 시기에는 그에 대한 체포령이 내려지면서 한동안 숨어 지내기도 하였다. 1999년에 신병 치유를 목적으로 미국으로 옮긴 그는 현재까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2008년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선정 ‘세계 100대 지성’ 투표에서 미국의 양심으로 알려진 놈 촘스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 같은 세계적 학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이슬람 사상가이며, 학자요, 저술가이다. 물론, 터키 안에서도 이슬람의 현대화에 노력하는 융합 운동가로도 평가받아왔다.

귤렌의 사상

1960년대 초부터 터키 내에서 세속주의, 공산주의, 이슬람주의 등 이념 갈등이 심화하자 귤렌은 공개 설교를 중단하고 이슬람에 세속주의를 가미한 서구식 교육 기관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이런 새로운 일련의 변화를 위한 귤렌의 이슬람 운동을 가리켜 소위, ‘히즈메트(봉사)’ 운동이라고 부르는데, 봉사를 바탕으로 진정한 이슬람의 가치를 알린다는 의미가 이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히즈메트’ 운동은 고비용과 양질의 교육을 지향하면서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진정한 인재를 길러내어 결국 세상을 이슬람화 시키는 것에 그 목표를 두고 있다. 그 하나로 에르도안 정권과 갈등을 빚기 이전까지 터키 내 정치, 경제, 교육, 언론 등에서 광범위한 귤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성공한다.

귤렌의 핵심 가르침

귤렌의 핵심 가르침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알라가 빛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지식이 빛이며, 셋째는 선하게 사용하는 재물이 빛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알라가 빛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지만, 왜 지식이 빛인가에 대해서 그는, 종교 과학은 의식의 빛이고, 문명과 기술은 지성의 빛이기 때문에 이 둘이 결합하게 될 때 진리는 더욱 분명해진다고 설명한다. 또한, 재물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이슬람 공동체의 화해와 단결을 위해 재물을 가지고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요약해 보면, 종교와 과학의 빛이 이슬람 공동체 안으로 들어왔으며, 모든 무슬림은 자기 재물을 가지고 봉사하면서 이슬람 정체성을 강하게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슬람의 종교 가치를 함양하는 젊은 인재들을 양성하면서 이 땅에서 ‘알라’의 일들을 이루어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종교는 의식의 빛이요, 과학은 지성 곧, 이성의 빛이기 때문에 결국 이것들은 인간의 내면에서 나오는 같은 빛으로 여겨지므로 사원에서 알라를 섬기는 일이나 학교에서 수학과 과학을 열심히 공부하는 일은 결국 같은 일로 간주한다. 이런 그의 사상은 그의 많은 설교 안에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세속주의 이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터키 국민에게 충분히 매력적이고도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은 분명하다.

귤렌 운동(Gulen movement)

귤렌의 이런 종교 일치와 통합주의 사상은 이슬람의 현대화 노력으로 이어졌으며, 1998년에 열렸던 로마 교황청의 ‘종교 간 대화 평의회’에서 당시 교황 요한 바울 2세와의 만남에서도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한편, 이슬람 종교를 재해석하는 계몽 운동가이자, 이슬람 사상가로 알려진 귤렌이 집필한 60여 권의 책에서 나타난 그의 핵심 사상은 앞에서도 기술했듯이, ‘이슬람의 현대화’이며, 이를 가리켜 ‘귤렌 운동’으로 지칭한다.

이 운동은 대략 세 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국가가 이슬람 공동체가 되어 이 운동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며, 둘째는 ‘도움(HELP)’ 운동으로, 수많은 터키 내 법인을 설립하고 이슬람 정체성을 가진 수많은 인재를 기르고, 이슬람 공동체를 세워나가기 위한 재원의 마련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성실’ 운동인데, 이슬람 공동체의 연합을 위한 매우 필요한 덕목으로 강조되었다.

이 외에도, 귤렌 운동에 가담한 자들은 공동체 네트워크 안에서의 보안과 비밀 유지를 위해 철저한 단합을 강조한 ‘연합과 일치’ 운동도 언급할 수 있다. 이런 귤렌 운동은 그들이 세운 교육 기관에서 학생들에게 정직과 국가에 대한 충성과 헌신 그리고, 이슬람 공동체를 위한 철저한 봉사를 강조했기 때문에 자녀들을 보냈던 부모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왔었다.

그러나, 귤렌 운동의 실상은 겉으로 드러난 긍정적인 것들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예를 들면, 국가에 대한 봉사는 자기들이 세워나가는 이슬람 공동체에 대한 봉사를 궁극적으로 지칭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 터키공화국조차 자기들의 이슬람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식의 야심이 드러났으며, 결국 국가 전복을 꾀하려는 터키 내 쿠데타 시도로 이어지면서 이를 입증하게 되었다.

귤렌 운동이 가진 문제점

현재 귤렌 운동이 가진 문제의 핵심은 귤렌의 이슬람에 대한 이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쿠란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정치와 이슬람 종교의 일치를 주장한다. 그러므로, 그에게 있어서 이슬람과 터키공화국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실체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며, 국가의 개념도 결국 이슬람이라는 커다란 공동체의 한 부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귤렌의 야심적 사상은 정치와 종교를 철저하게 분리하는 터키 세속주의 이념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것임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1999년 현 AKP 집권당이 아직 정권을 잡고 있지 않을 당시 터키 국방위원회는 익명을 요구하는 한 터키 민간단체의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귤렌과 그의 운동에 대한 다각적인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미, 여기에서 귤렌 운동의 문제점들이 거의 다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총 72쪽에 걸쳐 작성되었는데, ‘귤렌’ 운동의 목표와 전략 그리고, 터키 국내외 ‘귤렌’ 운동과 관련된 이슬람 활동에 대한 위협을 다방면으로 경고하면서 이에 대한 예방 대책을 함께 제시하고 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귤렌은 이슬람 신학자 겸 은퇴한 이맘으로서 그가 주도하고 있는 귤렌 운동은 새롭게 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원래 터키 내 이슬람 이단으로 알려진 ‘광명’ 파의 여러 차례 변형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같은 그룹이다.

둘째, 귤렌 운동의 기본 이념과 목적은 현 세속주의 터키공화국을 결국 전복시키고 이슬람 정부 형태를 만드는 것으로, 이미 터키 내 다수 정당의 비호 아래 급성장하고 있으며 벌써 몇몇 정당은 이미 귤렌 세력에 의해 조정당하기 시작했다.

셋째, 현재 터키 내외적으로 귤렌 운동의 하나로 설립된 수많은 사립 교육기관들은 유사시 불법 이슬람 교육 기관으로 언제든지 변형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이를 위한 준비가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넷째, 최근 귤렌 운동은 터키 국내적으로는 보험 및 금융 회사 같은 국제 규모를 가진 기업 활동을 통해 재정확보를 꾀하여 왔으며, 이를 위한 청년 사업가 협회를 운영하고 있다.

다섯째, 귤렌은 이슬람과 튀르크 민족주의를 연결하는 일에 큰 관심이 있다. 이에 따라, 이슬람 성향의 정당인 ‘덕목’당(후에 터키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해체 결정된 후 지금의 AKP 집권당 출범 계기가 됨)의 비호 아래 세계 이슬람 협회의 목적 달성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또한, 해외 활동으로는 중앙아시아의 튀르크 공화국들과의 긴밀한 연관을 가지면서 각국에 살아가는 튀르크 수니 무슬림 규합 움직임을 통해 이란 시야 무슬림의 활동을 저지하는 데에도 이바지해 왔다.

마지막으로, 귤렌은 그리스 정교 지도자 및 가톨릭 교황과의 접견을 성사하는 등 세계 종교 지도자들과의 여러 차례 만남을 통해 자신의 이슬람 리더십에 대한 입지와 지지 기반을 확고히 하려는 의지를 다분히 보였다.

이런 귤렌 운동의 지부로는 터키 국내뿐 아니라 중앙아시아를 필두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중부 유럽 국가에 각 지부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사립 교육 기관과 문화원 설립 및 식당 운영, 그리고, 다수의 터키 유학생이 귤렌 장학금을 받고 현재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귤렌 운동의 목표는 단기적으로 터키 내 정부 고위 인사 층과 터키 군대 내에 그들의 지지 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귤렌 세력에게 가장 커다란 방해물인 터키 내 세속주의 세력을 몰아내는 것과 함께 해외의 원조를 받아 터키 내 모든 이슬람 단체와 종파들을 규합하여 하나의 이슬람 연합체를 만드는 것이며, 결국에는 터키의 정체성을 이슬람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터키 내 주요 정치적 사안

2016년 터키 쿠데타 시도 세력의 배후가 귤렌 조직으로 밝혀지면서 관련자들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에르도안 현 대통령으로서는 최근 서로의 관계가 어긋나기 전까지 매우 두터운 친분과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왔기에 그 속마음은 사실 편할 리 없다. 왜냐하면, 서로를 너무 잘 아는 터키의 두 거대 이슬람 세력이 이제는 적으로 변해 반목질시의 자리에 서 있으며, 두 그룹 모두 생존을 위해서 못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 터키의 향후는 당분간 이러한 이슬람 내 갈등이 심화하면서 나가는 것이 쉽게 짐작되며, 이를 빌미로 현 정권의 대대적 정적 숙청 작업도 한몫 차지하게 될 것이다. 또한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어버린 이번 사건은 파벌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과 더 나아가, 심해지면 서로를 지지하는 세력 사이에서 내전의 양상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도 조심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 터키 에르도안과 AKP 정권은 비록 쿠데타 시도를 사전에 알아차리면서 막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지속적 정권 유지라는 대명제를 놓고 여전히 불투명한 국내 정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현 정권을 위협하는 수많은 위험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현 터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정치적 사안을 다음과 같이 예견해 본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첫째, 이번 쿠데타 시도 세력의 숙청을 빌미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 결국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민주적인 독재 정치가 계속 예견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조용하게 관망해온 국민 대다수에게 조국의 미래를 향한 불안함을 고조시켜 줄 것이다.

터키 내 민주주의와 인권을 염려해 온 유럽연합을 비롯한 서구 국가에 이번 사태는 부정적 반향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실례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년 전에 폐지되었던 사형제도의 부활이라는 이슈가 터키 안에서 제기되자, 유럽연합은 곧바로 사형제도의 부활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터키 국민의 유럽 내 무비자 통행 법 가능성과 터키의 유럽연합 정회원 가입 가능성에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을 경고한 바 있다. 터키 정부도 이에 질세라 곧바로 성명을 발표하면서 터키에 대한 유럽연합의 부정적인 결정은 유럽연합과 터키 사이에서 최근 체결되었던 시리아 난민수용 이행 약속을 즉각 포기하고 그들을 모두 유럽으로 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둘째, 이번 쿠데타 시도 실패 이전부터 이미 붉어지기 시작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축재(蓄財) 사실이 현실적인 경제 어려움에 봉착한 터키 국민에게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겨주게 되어 향후 정권 유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터키 대 도시들에서의 잦은 폭탄 테러 사건에 이번 쿠데타 시도 사건까지 겹치면서 터키의 주 수입원인 관광산업은 매우 심한 타격을 받게 되었으며, 터키의 국제 신용평가는 지금보다 훨씬 낮아지면서 향후 외국자본의 터키 내 유치가 저조해질 것이며 이에 따른 서민 경제는 날로 어려워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중동에서 터키의 대외정책 변화 조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 터키 정부는 이번 쿠데타 시도의 배후세력으로 귤렌을 지목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 귤렌의 배후에는 그를 감싸며 터키로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암암리에 거부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존재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는 터키의 대외정책 가운데 그동안 터키에서의 굳건했던 미국의 자리가 위협받을 가능성을 시사해 준다. 또한, 이는 최근 중동의 IS 사태가 ‘미국·터키·수니 무슬림국가’와 ‘러시아·시리아·시아 무슬림국가’ 사이에서의 대결 구도를 갖게 해 주었지만, 터키의 향후 대외정책 변화 시도로 중동에서의 이런 외교적 구도를 뒤집어 놓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미국의 선거에서 어느 정권이 집권하느냐에 따라서 미국의 대중동정책 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 미국 정부로서는 ‘페툴라 귤렌’을 터키로 인도해서 터키 에르도안의 환심을 살 것인지, 아니면, 귤렌을 지키면서 터키 정부의 미움을 사면서 러시아 같은 경쟁국에 자기의 자리를 내어줄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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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 장신대 신대원 졸업, 前 중동선교회(MET) 본부장, 現 FOT 선교회 대표. 국내 이슬람권 선교사 네트워크 회장, 저널 ‘전방개척선교(KJFM)’ 편집인, 아신대학교(ACTS) 중동연구원 교수. 저서: ‘밖에서 본 이슬람, 무슬림 이해하기’(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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