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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통신] 115초만에 날라간 행복

사진: 김형석 제공

지난 14일부터 이번 지진의 진앙지 가지안탭을 베이스로 하여 터키교회 현지 지도자 및 ‘국제사랑의봉사단’ 선발대 일원으로 몇 사람이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사랑의봉사단 2진 봉사자들이 도착해서 구호 활동에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가지안탭-이슬라히에-눌다-오스마니에-카흐라만 마라쉬-아디야만 등등 지진 최대 피해지역들을 찾아 600km가 넘게 다니며 현장 상황 파악과 긴급 구호품을 전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파악한 현장 상황과 필요를 토대로, 국제사랑의봉사단과 함께 지진 참사 극복을 위한 자원봉사대원  모집과 모금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 텐트 속에서 버티어 내야하기에 추위와 부족한 생필품, 끊어진 전기, 비위생적인 화장실 등이 지금은 최우선적 불편함들이지만 도움의 손길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 속에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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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폐허가 된 튀르키예. 사진: 김형석 제공.

115초만에 날라간 행복

현지시각 2월 6일 오전 4시 17분 36초 가지안텝에 첫 발생한 진도 7.8의 지진은 9시간 후 진도 7.5 규모로 카흐라만 마라쉬를 강타했습니다. 단 2분도 안 된 진동은 4만 명 이상 사망자를 기록하며, 터키 남동부를 너머 시리아 북동쪽까지 초토화시키는 대재앙을 만들어냈습니다.

저희가 가는 곳곳마다 지진 피해 현장은 참담함 그 자체였습니다. 발생 일주일이 넘은 지금 폭격을 맞은 듯 완전히 붕괴된 가옥과 상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기울고 깨지고 갈라진 아파트와 고층 건물들, 찌그러지고 뒤집혀진 차량들을 보며 무너진 건물더미 아래 갇혀 고통과 추위속에 죽어갔을 이들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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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건을 위해 건물들을 부수는 포크레인과 중장비 차량들,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 나온 경찰과 군인들 그리고 터키 정부와 구호단체가 마련한 텐트촌과 구호물품을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선 피해 주민들로 가득한 거리 풍경. 사진: 김형석 제공.

기지안탭 저의 숙소에 엊그제 새벽 1시 30분쯤 진도 4의 여진이 발생하여 침대가 흔들리기도 했다는데, 고단한 저는 잠에 취해 전혀 몰랐습니다. 이렇게 저처럼, 새벽에 발생한 지진은 잠결에 피할 겨를도 없이 수 만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생활기반과 일상을 무너뜨렸고, 구사일생 살아남은 자들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사별의 고통속으로 내몰았습니다.

제가 만난 메헴멧은 지진 발발 당시 자기 손으로 22명이나 되는 형제와 친척들의 시신을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빼내야 했고, 이후 120여 명의 이웃들 시신을 더 꺼냈다고 합니다. 망연자실,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그에게 날마다 우리에게 새 힘을 주시는 주님께서 소망과 살 길을 열어 주시길, 비록 언어는 다르지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사람들, 다시 일어서다

전기도 물도 끊긴 채 저녁이 되면 유령 도시가 된 길거리마다, 치안 유지를 위해 경찰들이 경계를 섭니다. 터키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각 TV마다 24시간 지진 구호 관련 방송을 내보내며 복구를 위해 국력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스탄불 등 각지에서 온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봉사자들이 재해 현장으로 달려와 의료와 구호, 운전 등 다양한 모습으로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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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색 조끼를 입은 필자와 현지 구호단원들. 사진: 김형석 제공.

저희가 입은 국제사랑의봉사단 붉은조끼 단복을 보는 현지인들마다, 외국에서 온 구호 단체 멤버들인줄 알아보고 감사의 표시를 합니다. 그제 밤에 커피숍에서는 저희가 마신 커피값을 사양했고, 어제는 재난 현장을 다니다보니 수 십 군데 잔 못이 박힌 펑크난 우리 차량을 수리해준 정비 업체 주인은 수리비 받기를 한사코 거부했습니다.

어제 저녁 식사했던 식당에서는 적지 않은 우리 식비를 무스타파 케말이라는 어느 현지인 손님이 내주는 일도 있었습니다. 자기 나라 사람들이 겪는 고통앞에 아무 것도 하는 게 없어 마음이 무거웠는데, 멀리 외국에서 와서 돕는 이들이 식사하는 걸 보니 밥값이라도내고 싶었다 합니다. 그야말로 관,민, 군,경 모두가 국난 타계를 위해 한 마음으로 뭉쳐 뛰어드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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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숙소인 천막 앞에서 놀고 있는 이재민. 사진: 김형석 제공.

더욱 걱정되는 이들

약 400만 명의, 세계에서 시리아 난민이 가장 많이 사는 나라가 터키입니다. 저희가 베이스를 둔 가지안텝을 비롯해 이번 지진 발생 지역에 시리아 난민들 대부분이 삽니다. 이번 지진 피해를 입은 시리아 난민들은, 터키 정부와 기관의 적극적 구호가 이루어지는 대규모 텐트 촌에는 터키인들과의 갈등을 우려해 못 가고, 무너진 집 부근에서 텐트를 치고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터키 정부는 구호에 국가의 차별을 두고 있지 않다 합니다만 팔이 안으로 굽듯 고통 앞에 신음하는 자국민을 우선적으로 도우려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싶습니다. 특히 반군의 점령 지역인 시리아의 이들립과 아프린 등지에는 시리아 정부를 통한 지원과 구호 물자가 전달되기도 어렵고, 반군에게 대재앙에 대처할 국가적 관리능력이 있을 리 만무하고, 피해 상황도 제대로 보도 되질 않으니 큰 기도 제목입니다.

기도해주십시오

1)  재건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 긴긴 터널을 가는 듯한 재건활동이겠지만, 지치거나 낙심하지 않고 터키인들이 새삶을 찾게 되길 기도합니다.

2) 교회, 일어나 빛을 발하라

터키의 8300만 명 인구 중에 개신교 신자는 9천 명뿐입니다. 다수의 무슬림들 사이에서 힘겹게 믿음을 지켜왔을 교회가, 국가적 위기 앞에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앞장서서 섬기게 하시고, 강도 같은 지진을 만난 이웃에게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위로와 소망의 전달자가 되게 하소서.

신이 진노해서 자기들에게 지진으로 벌을 주셨다고 여기는 무슬림들에게, 당신의 유일하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죄 위해 대신 내어주신 사랑의 하나님을 그들이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3) 잊혀져 가는 사람들을 위해

터키 내의 지진으로 고통 겪는 소외된 시리아 난민 그리고 시리아 북서부 지역의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지난 2011년 4월 내전 발발 이래 정확한 사망자를 집계할 기관도 없어 대략 50만 이상 사망, 그리고 전체 국민 2400만 명 중에 절반 이상이 고향을 떠난 시리아입니다. 전쟁과 가난, 죽음의 공포 속에 지난 12년 간을 떨며 살아온 그들을 대지진이 강타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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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형석 제공.

여행 금지 국가가 되어 한국인은 갈 수도 없는 시리아

개인적으로 저희에게는 비록 가족 모두 수갑을 차고 2009년 4월 추방된 땅이지만 당시 같이 성경 말씀을 읽으며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감사와 감격의 새 삶을 시작했던 믿음의 그루터기들이 남아있는 그리운 곳, 어찌 그리도 그들의 삶은 처절해야 하는지 생각하면 눈물만 날 뿐입니다. 

우리 눈에 맺힌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주님께서 시리아 땅의 영혼들을 위로해주시길 기도해주십시오.

4)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번 대지진까지 불과 1년 사이에 일어난 재앙들입니다.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처처에 지진과 기근이 일어나리니 이 모든 것이 재난의 시작이니라”(마 24:7,8)

주님께서 다시 오시기 전에 이 세상에 일어날 일들을 예고하신 말씀입니다. 적어도 영적 감각이 있는 신자라면, 현실 너머 현상을 말씀으로 분별하고 깨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 주님의 재림이 점점 임박해오고 있음을 알아야겠습니다.

영원한 신랑 우리 주님이 오시는 그 날이, 신부인 교회와 성도에게는 재난과 심판이 아니라 영원한 천국 잔치의 감격의 날입니다. 그날이 오길 간절히 사모하고, 거룩한 신부로서 주어진 사명 감당해 내는 우리가 되길 기도합니다.

튀르키예 지진 현장= 김시므온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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