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TGC 칼럼] 목사여, 당신 영혼이 우선이다

사진: Biegun Wschodni on unsplash

생명의 떡으로 다른 사람들을 먹이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나부터 그를 먼저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소홀히 하고 있었다

타인에게 전하는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가 정작 당신으로 인해 허사가 되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아보십시오.

신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 나는 천진난만하고 이상주의에 가득한 청년으로 원대한 계획과 장차 목회에 대한 큰 희망을 품고 있었다. 적절한 훈련과 나의 열정을 고려할 때, 그리스도를 모르는 영혼과 그들을 향해 나아가는 나 사이에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읽어야 하는 모든 책을 열심히 탐독했다. 무비판적인 관심이었든, 선입관 때문이었든, 내가 읽은 모든 책은 목회 성공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내가 이미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확신을 더 강화시켰다. 훌륭한 목회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나는 이미 획득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던 내가 리차드 백스터(Richard Baxter)를 만났다.

물론 내가 말하는 백스터는 1647년부터 1661년까지 영국 키더민스터(Kidderminster)에서 사역한 그 사람이다. 백스터를 만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단어와 문장의 힘이다. 아무리 오래전에 죽은 사람이라고 해도, 작가는 여전히 살아서 나를 가르친다. 죽은 사람이라고 무시하지 말라. 그는 여전히 나의 사역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나를 향해 말하고 또 도전했다. 

설교에서 그리스도를 무시하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신학교 도서관에 앉아 백스터의 참된 목자(The Reformed Pastor)를 읽을 준비를 하던 때가 기억난다. 동기 모두가 다 그 책에 열광했다. 목회와 관련해 나의 평소 확신을 더 강화해 줄 결정적인 말을 기대하면서 나는 첫 장을 펼쳤다. 그러나 잠시 후, 더 이상 진도를 나갈 수 없었다. 

타인에게 전하는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가 정작 당신으로 인해 허사가 되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신이 전파하는 복음이 효과적으로 역사하는 데에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아보십시오. 세상을 향해 구주가 필요하다고 선포하는 당신이 행여라도 마음으로는 그분을 소홀히 하는 건 아닌지, 그분 자신과 그분이 주시는 구원의 은혜에 대한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십시오. (17)

백스터의 말은 마치 커다란 벽돌처럼 나를 때렸고, 내 마음은 확신으로 찔리는 것 같았다. 내가 그토록 열정적으로 다른 사람을 향해 전하는 바로 그 은혜를 내 마음에서 먼저 찾으라고 도전한 사람은 그때까지 아무도 없었다. 처음으로 나는 “복음의 역사하심”이 행여나 나로 인해서 허사가 되지 않도록 내 마음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우둔함을 사역으로 덮다

백스터의 말을 자세히 살펴보며 도전받는 것이야말로 내게 성화의 과정이라는 게 분명해졌다. 내가 믿음으로 구원받은 건 분명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생수를 전파하려는 열망 자체가 내가 이미 그 우물 속 깊은 물을 마셨음을 의미한다고 나는 섣불리 가정하고 있었다. “당신이 전파하는 복음이 효과적으로 역사하는 데에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아보십시오.” 이 문장이 마치 양동이 속 냉수처럼 내 영혼 위에 쏟아졌고, 영적 잠에 취했던 나는 놀라서 깨어났다. 백스터의 글 앞에서 압도된 나는 잠시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며칠 동안 백스터의 말이 나를 떠나지 않았다. 그의 경고는 나를 두렵게 했다. 그리스도와의 뜨거운 교제를 최선을 다해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은혜의 상태에 있다고 자족하며 사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목회에 대한 열정만으로 내 마음을 지키는 데에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섬기려는 나의 젊은 열정이야말로 도리어 예수님의 은혜(sweetness)에 대하여 나의 영이 우둔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표지가 되고 말았다. 

내 영혼의 영적 온도를 재겠다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노출되었다. 개혁된 목회자의 날카로운 말씀에 내 마음이 훤히 드러났다.

두 번째 (영감받은) 증언

백스터의 글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친구 덕분에 나는 백스터의 말이 수천 년 전 사도 바울의 말을 반복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대 자신과 그대의 가르침을 살피십시오. 이런 일을 계속하십시오. 이렇게 함으로써, 그대 자신도 구원하고, 그대의 말을 듣는 사람들도 구원할 것입니다. (디모데전서 4:16)

백스터의 지적에 부끄럽기 그지없던 나는 “하나님의 사람”(딤전 6:11)인 디모데조차도 마음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기 위해서는 말씀을 상기해야만 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었다. 생명의 떡으로 다른 사람들을 먹이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나부터 그를 먼저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소홀히 하고 있었다. 영적 요리사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내가 정작 “믿음의 말씀과 좋은 교훈으로 양육을 받지” 못해(딤전 4:6) 굶주리고 있었다. 이 얼마나 교만한 자세인가!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내 눈을 열어 목회자에게 그리스도에 대한 개인적이고 경험적인 지식이야말로 목회의 중추적인 본질임을 알게 하셨다. 내가 얼마나 하나님과 그의 은혜에 대하여 깊고 지속적인 수준에서 체험하고 있는지의 여부가 교인들의 영혼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통해서, 무엇보다 나 자신의 영적 건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깊이 깨달았다. 

백스터와 바울을 통해서 하나님이 알려주신 사실은 명확했다. 하나님은 목회자가 주 예수 그리스도와 힘 있고 지속적인 동행을 할 때만 공적 사역의 부름에 적합한 능력을 허락하신다. 더불어서 오로지 그리스도에 의해서 유지되고 또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진리가 계시된다는 사실을 소홀히 하면서 사역한다고 돌아다니는 것이야말로 재앙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바울이 확증해준 백스터의 말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분명히 깊이와 은혜가 없는, 단명으로 끝날 목회의 길을 걸었음이 분명하다. 

기쁨에 달려 있는 유용성

백스터로 인한 방향 전환은 나의 모든 것을 바꿨다. 위대한 목회자가 아니라 예수님을 더 사랑하는 목회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과 그분과의 친밀함은 이제 나 자신의 훈련과 더불어 사역과 삶 전체를 바라보는 프리즘이 되었다. 백스터가 던진 도전 덕분에 나는 내가 존경하는 사역의 영웅들이 은사 때문이 아니라(물론 그들 중에는 은사가 넘치는 이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그리스도의 은혜를 깊이 알았기에 능력있게 쓰임받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예수님과 함께 있었다”(행 4:13). 그래서 신실하게 사역하고 열매를 맺은 것이다. 

동역자여, 사역은 높고도 거룩한 소명이다. 하나님의 백성을 돌보고 그의 영광스러운 복음을 선포함으로 그리스도를 섬기는 사역은 그 누구도 자격 있다고 자랑할 수 없는, 하늘이 주신 특권이다. 오로지 은혜이며 뜨거운 열정으로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당신도 백스터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스도와의 친밀함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고 그분의 은혜로 충만하게 마음을 가꾸는 데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 

사역에서 얼마나 유용한 존재가 되는가는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누리는 기쁨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정작 자신의 마음 상태를 간과하면서 교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지 말라. 사람 마음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예수님의 복음은 당장 우리 자신에게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하다. 예수님을 보물로 여김으로 복음을 소중하게 만들라. 당신의 영혼을 오로지 복음의 은혜로 채워 사역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라. 그리스도의 풍성함과 당신을 향한 그분의 은혜가 가진 깊이를 제대로 모른다면, 모든 사역의 수고가 헛될 수도 있음을 깨달으라. 은혜를 모른 채 지속하는 사역이야말로 궁극적인 비극이 될 것이다. 

당신 자신을, 당신의 마음을 돌아보라! [복음기도신문]

사역에서 얼마나 유용한 존재가 되는가는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누리는 기쁨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원문: Pastor Your Own Heart First: A Sentence That Saved My Ministry

앤서니 키드 Anthony Kidd | Community of Faith Bible Church의 설교 목사이다. 다섯 자녀를 두었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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