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잠 13:20)
본지가 [동행]이란 코너를 통해 믿음의 삶을 소개합니다. 노년의 독자들에게는 추억과 재헌신의 결단을, 다음세대의 독자들은 도전과 권면의 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그가 나를 데리고(10)
오라버니 식구들과 함께 사당동 산등성이에 살 때 올케의 첫아기 출산일이 가까웠다. 산부인과는 엄두도 못 낼 때인데 친정에 몸 풀러 갔던 올케가 남산만한 배를 안고 하꼬방 우리 집으로 들이닥쳤다. 친정 어머니가 그 집 씨는 그 집에 가서 낳으라고 쫓아보내셨다는 것이다. 아이구 두야!
배냇저고리 하나 준비하지 못했는데 어머니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준비를 했다. 어머니는 벌벌 떨면서 첫 손주를 집에서 받았다. 얼마나 많은 출산 빨래가 나오는지 걷잡을 수 없다.
그 많은 빨래를 하기 위해 언덕에서 내려가서 졸졸 나오는 물을 초롱에 받아서 물지게를 지고 오르는 일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선교회에 갔다가 녹초가 되어 오면 그 밤에 물을 한 없이 길어 올려야 했다. 오라버니는 수줍음이 많아서 안 되고 어머니는 연세 드셔서 못하셨다. 한 열흘 묵묵히 길어 올리다가 부아가 났다.
“주님, 나 더 이상 못해요. 이젠 지칠대로 지쳤어요.”하며 투덜투덜대며 이렇게 불평해도 마땅하다고 주님 앞에 생쇼를 했다.
그때 마침 케이스 글라스 선교사님이 주관하시는 선교잡지를 구독하고 있었다.
“우리는 형제를 사랑함으로 사망에서 옮겨 생명으로 들어간 줄을 알거니와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사망에 머물러 있느니라 그 형제를 미워하는 자마다 살인하는 자니 살인하는 자마다 영생이 그 속에 거하지 아니하는 것을 너희가 아는 바라”(요일 3:14~15)
이 말씀을 구구절절 해설하는데 갑자기 눈앞에 어떤 광경이 보였다.
‘우리 집 안방 아랫목에 예수님이 누워계셨다.’ 너무 놀랐다. 올케가 누워 있는 곳에 예수님이 계시며 “올케를 예수님 공경한다고 생각해라.” 하시는 것 같았다.
얼굴이 화끈거리며 불평한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그때 주님이 말씀하셨다.
“네 집에 내가 와서 몸져누워 있다면 그래도 불평하겠느냐?”
“아뇨 주님이시라면 1년이고 10년이고 물 길어 올려 섬겨도 한없이 기쁘죠.” 대답했다.
“올케를 나라고 생각해라.” 하셨다.
그날 이후 뒤뚱뒤뚱 리듬 타가면서 물지게 지며 날아갈 듯이 기쁘게 물을 길어 올렸다. 사무실 언니는 쇠고기까지 사주어서 산모를 귀하디 귀하게 섬길 수 있었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황선숙 | 강변교회 명예전도사. 서울신학대학교 졸. 강변성결교회 30년 시무전도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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