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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칼럼] 무슬림은 왜 서구문명을 거부하는가?

▲ 매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있는 '하람'사원을 찾는 무슬림 성지순례객들. 사진: 픽사베이.

밖에서 보는 이슬람(46)

중동에서 이슬람의 실패와 자각

지금의 중동지역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이슬람은 그 평가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사회와 문화, 그리고, 정치와 외교의 중심에서 가장 중추적인 임무를 수행해왔다. 이는 전형적인 종교적 신앙을 뛰어넘어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의미하며 중동 사회 안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질서이며, 철학이고 경제 원리이며 동시에 통치 수단으로 존재해 왔다.

AD 7세기 초, 중동에서 탄생한 이슬람(A.D. 622)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외부의 도전을 받아오면서도 이슬람 고유의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와서 급진적으로 발전 변모된 서구의 과학, 기술 그리고, 사상 체계와 만나게 된 이슬람 세계는 전에 없었던 심각한 도전을 받고 예기치 못했던 패배를 맛보게 되었다.

이 상황 속에서 중동의 무슬림들은 이슬람 공동체의 존속과 유지를 위해 이전 그들의 핵심이었던 이슬람법의 재검토와 개혁에 박차를 가한다. 이에 따라서 중동 무슬림들은 서구 유럽을 기준으로 한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자기들 병폐의 요인을 이슬람의 근본으로부터 멀어진다고 자각하기 시작한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중동 무슬림들은 ‘서구 문명의 거부’와 ‘이슬람 근본으로의 복귀’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들의 이런 두 주장은 아랍 민족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로 나타나게 되었는데 특히, 이 중에서 이슬람 근본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동을 중심으로 전 이슬람 세계로 빠르게 확산한다.

아랍인과 아랍 민족주의

아랍 민족주의(Arab Nationalism)는 아랍인들이 단일의 정치적 공동체 혹은 국가를 구성하고 하나의 정부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말한다. 여기에서 ‘아랍인’이란 아랍 지도자 회의의 결정에 의하면, ‘아랍 국가에 살고, 아랍어를 사용하며, 아랍의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자신을 스스로 자랑스러운 아랍인이라 여기는 사람’을 가리킨다.

아랍 민족주의는 아랍인의 통합을 주창한다는 점에서 범아랍주의(Pan-Arabism)와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아랍 민족의 통합뿐 아니라, 아랍 국가의 독립, 국민 통합, 중동에 대한 서구의 개입 차단 등에서 큰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아랍 세계의 통합을 주창하는 범아랍주의와는 다른 성향을 보인다.

아랍 민족주의적 정치 사조가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부터였다. 당시 아랍 지역은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일부였으며, 오스만 튀르크 정부는 제국 내 다양한 민족의 종교, 언어, 관습 등을 인정하며 자치를 허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스만 튀르크 정부가 근대화 개혁을 거치며 중앙집권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아랍 지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자치권이 무시되었으며 이에 대한 저항의 한 방법으로 민족주의 경향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슬람 근본주의의 등장

이슬람 근본주의는 이슬람 원리주의(Islamic fundamentalism)로도 부르는데 이슬람교의 꾸란의 가르침에 따라 원래의 이슬람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을 말한다. 이는 이슬람의 교리를 정치·사회 질서의 기본으로 삼아 이슬람교의 원점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이슬람화 운동이다.

이슬람 근본주의는 이슬람주의, 이슬람 개혁운동, 이슬람 정통주의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부른다. 이처럼 꾸란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은 이미 9세기경 아랍의 아바스 왕조 시대부터 있었다. 그러나, 전통적이고 과격한 무슬림들을 이슬람 근본주의자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대략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이며, 최근에 이르러서는 이슬람 ‘원리주의’라는 말로 자주 쓰인다.

이슬람 근본주의는 이슬람 세계에서는 이슬람 부흥 운동이나 이슬람화 운동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운동은 서구 열강이 중근동에 진출한 이후 전통 이슬람이 외압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내부적으로 부패·무능하여 결과적으로 이슬람 세계의 파탄을 가져온 데 대한 반동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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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이슬람 운동을 이끈 이집트에서 탄생한 무슬림 형제단(출처:30daysprayer.com)

그 처음은 무슬림들이 꾸란의 가르침대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슬람 수니파 안의 운동을 이끈 와하브파이다. 이후, 와하브파의 순수 이슬람 정신을 계승한 단체는 1920년대 말 이집트의 ‘하산 알반나’에 의해 설립된 범이슬람주의, 종교, 정치, 사회단체로 알려진 무슬림 형제단이다. 이후, 이슬람 민족주의로 발전했다가 1950∼60년대에 일시 소강상태에 빠졌으나 이란의 팔레비 왕조를 타도한 호메이니의 이란 이슬람 혁명(1979)으로 다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란의 이슬람 근본주의 시작

당시 이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당시의 친미 정권이었던 팔레비의 세속정권을 무너뜨리고 이슬람교 경전인 꾸란을 헌법으로 삼는 이슬람 공화국의 창설을 최대 목표로 초기 이슬람교의 순결한 정신과 도덕 회복을 위해서는 꾸란과 순나(Sunnah)의 불가침성을 인정하는 것만 그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슬람 근본주의는 1979년 이란의 ‘호메이니’(Ayatollah Ruhollah Khomeini, 1902~89)가 이슬람 혁명에 성공하면서 절정에 이르게 되었으며, 전 세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크게 고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처음에는 이슬람의 시아 무슬림이 이 운동을 주도하였으나 최근에는 분파적 종교운동을 뛰어넘어 수니 무슬림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운동의 지지 세력들은 이슬람 근대화의 실패는 경제침체, 정치 불안, 도덕적 가치관 붕괴를 가져왔다고 여겼다. 이에 따라서 이들은 발생한 이슬람 체제에 대한 좌절감을 극복하는 길은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을 추구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며, 또한, 이를 최고의 이념으로 간주했다.

이러한 입장에서 무슬림 원리주의자들은 철저한 율법 준수와 신에 의한 통치를 주장하고 반외세, 특히, 서구적 정치사상과 사회제도를 경멸하면서 이를 배격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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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귀국한 ‘아야톨라 호메이니’를 환영하는 이란 국민

조화론에서 근본주의로의 복귀

한편,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중동 아랍 세계 안에서는 서구 자유주의 사상과 가치관을 수용하여 이슬람 세계를 근대화해야 한다는 소위 ‘조화론’(Harmony theory)이 대세를 이루었다. 하지만, 20세기 이후부터 서구 열강의 끊임없는 간섭과 개입으로 그들은 깊은 배반감과 상처를 입게 되었으며 기대했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자 이 조화론의 기반은 약화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과거 이슬람 또는, 아랍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알라의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거세지면서 마침내 아랍 민족주의를 대신하여 이슬람 근본주의가 정치적 힘을 입고 등장하게 된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자기들이 의지할 신념 체계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이슬람 정통주의로의 복귀를 지지한다. 이는 과거에 화려했던 이슬람 문화에 대한 무조건적 동경, 기독교인의 강대함에 대한 무슬림들의 상대적인 무력함에 대한 분노, 역사의 현재 흐름에 대한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이슬람의 근본주의가 이슬람 세계에서 힘을 얻게 되자 자연스럽게 서구에 대한 반감이 증대하게 되었다. 서구 침략의 앞잡이처럼 오인된 기독교에 대해 박해도 점차 심해지게 되었다. 이슬람 근본주의가 이슬람주의와는 차이가 있어서 상호 구별과 이해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중동에서의 핵심 사태 중 하나인 이른바, ‘이슬람국가(IS)’의 탄생 배경도 비롯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터키공화국의 세속 이슬람 등장

한편, 터키공화국은 비록 수백 년 동안 중동에서 오스만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이슬람 세계의 리더십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화국의 건국(1923) 때부터 중동의 아랍 국가와는 달리 매우 강한 탈 이슬람화와 세속주의를 표방하며 시작된 국가였다. 이는 국민의 대부분이 무슬림임에도 불구하고, 공화국의 건국이념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이슬람의 정치 개입 불허가 헌법에 명시된 매우 특이한 국가 형태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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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비잔틴제국 정복 이후 17세기에 오스만제국에 의해 건축된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 블루모스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그러나, 20세기 말부터 최근까지 계속되어 온 터키 국내의 경제 악순환 속에서 현 집권당 AKP(정의발전당)와 당을 이끈 ‘에르도안’이 등장한다. AKP와 ‘에르도안’은 강한 이슬람 성향을 지니면서 연거푸 네 번의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20년째 연정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현재까지 터키 국내외 정치에서 그 핵심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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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공화국의 ‘에르도안’ 현 대통령. 사진:픽사베이

이는 터키 국내적으로는 공화국 건국 이념에 관한 매우 강한 도전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중동 외교에 있어서 터키의 입지를 다지는 결과를 낳으면서 공화국 건국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향후 중동에서 그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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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 장신대 신대원 졸업, 前 중동선교회(MET) 본부장, 現 FOT 선교회 대표. 국내 이슬람권 선교사 네트워크 회장, 저널 ‘전방개척선교(KJFM)’ 편집인, 아신대학교(ACTS) 중동연구원 교수. 저서: ‘밖에서 본 이슬람, 무슬림 이해하기’(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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