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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박해의 땅, 구자라트로 전도여행을 떠나는 이유

사진: 원정하 목사 제공

저희는 분주한 성탄 주간에 단기선교팀을 보낸 다음날 하루 동안 꼬박 만화전도책자가 들어간 ‘절제회 전도팩’을 포장하고, 그 다음날 이른 아침에 구자라트로 떠났습니다. 김재옥&노미화 선교사님, 조융&송화숙 선교사님, 저와 손정아 사모, 그리고 저희 집에 다니러 온 채소영 자매까지 일곱 명으로 구성된 팀이었습니다. 차량 두 대에 대략 6000팩 정도를 싣고 갔는데, 1000팩은 힌디어, 5000팩은 구자라트 어였습니다. 그리고 이틀에 걸쳐 다 나누고, 뭄바이로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 이번 구자라트 전도팀원들. 사진: 원정하 목사 제공

구자라트는 현재 대부분의 한인 선교사들이 사역지를 떠난 상황입니다. 심지어 현지인 사역자들의 전도 조차 매우 위축되어 있습니다. 구자라트는 힌두 근본주의의 아성이자, ‘반 개종법’의 중심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동성 있는 전도가 가장 효율적이라 판단했습니다.

물론 위험은 있지만, 그렇다고 선교사가 전도하지 않는 것은 우산이 비에 젖을까봐 사용하지 않는 것. 혹은 소방관이 뜨거울까 봐 화재 현장에 진입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갖고 전도에 나섰습니다. 구자라트가 거의 텅 비다시피 한 지금,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저희 뭄바이 선교사들이 가장 많은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도팩’을 나누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설교하고 영상을 보여줄 시간과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정성스럽게 번역한 우리 만화 전도책자에는 저희가 평생에 걸쳐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내용이 빼곡히 들어 있습니다.

▲ 전도팀이 배포한 전도책자를 보고 있는 현지인. 사진: 원정하 목사 제공

현지인이 아닌 우리, 외국인 선교사의 손으로 전도책자를 나누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외국인 선교사가 전도하다가 걸렸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징역 후 추방입니다. 그러나 현지인이 전도하다 걸리면 일가족이 몰살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지인에게 리더십을 주는 것과, ‘선교사들은 위험하니 대신 현지인이 전도하게 하라.’는 완전히 다른 주제입니다. 전자는 현지인을 사랑해서 희생하는 것이고, 후자는 현지인을 희생시켜 선교사의 안위를 가져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따라서 이 같은 전도방식은 저를 비롯한, 많은 선교사들이 겪는 유혹입니다.)

또한 전도 팩에 굳이 태극기와 한글을 넣는 이유는, 한류나 대한민국의 권위로 인한 호감, 보호 효과 때문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만에 하나 ‘태극기와 한글이 없는’ 전도팩을 나누었다가 그것이 증거가 되어 수사가 진행될 때, 그 지역의 반기독교적인 상황을 고려해 인도인 사역자들을 보호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표식이 없다면, 그들이 전도한 혐의를 받아 체포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원정하 목사 제공

그리고 전도 활동을 SNS에 올리거나 선교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선교 보고 및 기록 때문이기도 하지만, 혹여 우리가 아닌 다른 한국 선교사들이 수사망에 잡혔을 때, 본인들이 아니라 김재옥, 원정하, 조융 선교사 가정이 주도한 것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아예 유니폼까지 입고 사역을 했으니, 다른 한인 선교사와 혼동이 될 여지가 없지요.

그러면서도, 동선은 ‘다만’이라는 도시로 정했습니다. 이곳은 구자라트어를 쓰는 곳이지만, 구자라트가 아닌 특별한 자치구입니다. 중국으로 치면 과거의 홍콩 같은 곳이지요. 인구 3만 명 정도의 아주 작은 해변 도시입니다. 다른 모든 곳이 영국 식민지였다가 1947년에 독립했는데, 이 ‘다만’이라는 곳은 1960년대까지 포르투갈 식민지였다가 별도로 독립한 지역입니다. 그렇다고 기독교인 비율이 높지는 않는데(1.18%) 주변 구자라트의 다른 지역들보다는 훨씬 자유롭고 별개의 행정권과 법의 통제가 있는 지역입니다. 즉, 구자라트 주의 반개종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희박한 곳이 바로 다만입니다.

▲ 구자라트주의 특별한 행정도시인 다만에서 전도활동이 진행됐다. 사진: 원정하 목사 제공

우리 팀은 뭄바이에서 출발해서 마하라쉬스트라-구자라트 경계선까지는 힌디어 전도팩을 나누고, 구자라트에서 다만까지는 기동성 있게 차창으로, 혹은 차에서 잠깐씩 내리며 나누다가 다만시 안에서는 아주 자유롭게 활동을 했습니다. 숙박도 다만 지역에서 했습니다. 구자라트라는 위험지역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구자라트에는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지역이 ‘다만’ 외에도 두 곳 더 있습니다. ‘디우’와 ‘실바사’입니다. 이곳들도 비교적 전도 여행의 안전 기지가 될 수 있는 곳들입니다. 물론 그 곳들에서만 전도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은 저런 지역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저희 일행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순회 전도의 중간 기지로서, 전략적으로 상당히 좋은 땅들입니다.

물론 이 같은 우리의 전도활동이 얼마나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몇 팩을 나눌 때 한 명이 예수님을 믿을지는 알 수도 없습니다. 저는 그 비율을 낙관적으로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100팩에 한 명, 1000팩에 한 명이 예수님을 영접하거나 그런 결과를 보지 못한다고 해도 감사한 일입니다. 바리스타 선교사님들이 커피를 몇 리터 내릴 때 한 명이 구원받을지, 음식점 선교사님들도 닭을 몇 마리 튀길 때 한 명이 구원받을지, 미용실 선교사님들도 몇 분의 손님의 머리를 손질해야 한 명이 구원받을지 계산하며 사역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외국인이 담임목회나 노방 설교를 할 수 없는 나라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다만 주님께서 주신 마음으로, 주님께서 주신 기회를 좇아, 사력을 다 할 뿐입니다. 몇 달에 걸쳐 수십 키로를 걸어가서 한번 설교할 기회를 갖고, 또 걷고 걸어야 했던 바울 사도의 충성만큼은 아니라도, 저희 선교사들 역시 맡은 자리에서 복음의 역할에 충성을 다 하고자 할 뿐입니다.

사진: 원정하 목사 제공

이번 전도여행 팩은 전액 ‘기독교 대한감리회 청년회 전국 연합회’의 헌금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한국 감리교 청년들의 기도와 헌신이 세계 박해 순위 9위인 나라, 인도에서도 가장 어려운 땅 중 하나인 구자라트에 심겨졌으니 기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주님이 하셨습니다!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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