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동행] 하나님은 나를 기다려주시며 돌보아 주셨다

사진: m-h-on Unsplash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잠 13:20)
본지가 [동행]이란 코너를 통해 믿음의 삶을 소개합니다. 노년의 독자들에게는 추억과 재헌신의 결단을, 다음세대의 독자들은 도전과 권면의 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그가 나를 데리고(7)

주일학교 교사로 죽을 둥 살 둥하며 주일학교를 섬기는 나를 부르실 때면 남석봉 장로님은 항상 “황 선생!”하며 깍듯이 대해주셨다. 한 번도 경어를 놓치신 일이 없으셨다.

장로님이 어린이전도협회에서 교사훈련 있다고 가라고 하셔서 원우연 목사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글 없는 책이며 어린이 신앙 육성과 전도설교 등 많은 것을 배우며 내 신앙은 무럭무럭 자랐다. 여름성경학교 때 이 글 없는 책으로 설교할 때는 나도 울고 어린이들도 울며 큰 은혜를 경험하곤 했다.

나는야 친구 되신 하나님과 푸른초장 한없이 거니네
손을 잡고 기쁨을 나누면서 단 둘이서 한없이 거니네
지나간 날들 내게 말씀하며 앞날의 될 일 내가 들을 때
믿을 수 없는 꿈만 같은 세상 믿으니 이 세상 천국같애
나는야 친구되신 하나님과 영원히 다정하게 지내리
천지는 모두 없어진다해도 우린 영원히 지내게 되리

이렇게 꿈만 같이, 구름 위를 걷듯이 성장해 갔다.

그러나 어디로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지가 뚜렷하지 않아서 금식기도를 한 것이다. 어느 날 새벽기도를 제일 늦게까지 하고 있는데 담임 목사님이 오셔서 말씀하셨다.

“황선생, 신학교 갈 생각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요.”

나는 속으로 “나같이 비천한 것이 무슨 신학교를요. 좀 나보다 나은 사람이 가야지요.” 하고 나는 그 말씀을 저만치로 버리고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 목사님 말씀도 신학교 4학년 때야 생각이 날 정도로 아주 지워버렸다. 나를 눈여겨보시며 기도하시는 분들은 하나님의 표지판을 보셨으나 나는 볼 눈이 아직 없었던 것이다.

어느 설날 갑자기 남석봉 장로님 내외분이 선물을 잔뜩 가지고 사당동 산동네 판자촌 우리 집에 찾아오셔서 어머니께 말씀하셨다.

“황선생을 신학교에 보내게 허락해 주세요. 권사님!” 부탁하시러 오신 것이었다.

“나는 그 애는 하나님께 바칠 생각이 없습니다. 정 그러시면 그 애한테 물어보시지요.” 어머니는 정말 나를 하나님 일할 아이로 전혀 생각이 안 드셨다.

이 말씀을 듣는 나도 그랬다. 감히 나 따위가 언감생심 신학교냐? 좀 더 낫고 거룩한 사람들이 가야지 이런 심정이었다. 나는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러나 장로님 내외분 성의를 봐서 시험을 치겠다고 선심 쓰듯이 서울신학대학에 입학시험은 보았다. 후에 보니 성경시험은 1등이란다. 그렇게 밥맛도 모르고 식사하듯이 신학 맛도 모르며 충정로 신학교 교정을 밟았다.

장로님은 등록금을 다 치르시고 나보고 학교에 가라신다. 사흘 금식 기도했으나 아무 응답이 없어서 확신이 없는 채로 입학식 날 어정쩡하게 학교에 뒤늦게 갔다. 기숙사에 들어갔는데 그 저녁에 노트를 20권 이상 다른 문구류와 기숙사생들과 나눠 먹을 간식거리까지 사 오셔서 나를 격려해 주셨다. 그렇게 나는 믿음 여정의 한 획을 그었다.

그 다음 학기에도 내가 알바하는 것으로는 학비와 집에 생활비가 안 되니 신학교를 그만두는 것밖에 별 도리가 없는 것 같았다. 어머니 친구 권사님은 내 등록금 고지서를 교회 강단 앞에 펴 놓으시고 하나님께 부르짖으셨단다. 그 권사님이 애타게 기도해 주신 것은 본인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분명히 받고 신학교에 가려했으나, 장로님의 간곡한 청혼으로 종의 길을 못 걸으신 안타까움까지 사무쳤던 것이었다. 그리고 ‘황선생’은 분명한 주님의 종 감이라 확신이 들어서 더 애타게 기도하셨던 것 같다. 1학년 2학기에도 권사님 주선으로 등록금은 해결되었으나 나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확증이 없었던터라 고달프게 1학년을 마쳤다.

교회 장로님이 교육청에 아시는 분이 계셔서 ‘알바’ 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하니 초등학교 부설로 주민대상의 한글 가르치는 일자리를 주셨다. 생활비는 조금 넉넉해졌으나 고달픈 몸은 버스 손잡이를 잡고 단잠을 잘 정도로 힘들었다. 그야말로 신학공부하는 맛은 썼다.

그즈음에 우리 룸메이트가 나를 소개하여 동양선교회(OMS) 한국지부 성경통신학교 담당으로 일을 하게 되니, 공부는 둘째이고 몸이 찢어질 지경이었다. 드디어 하나님이 내 마음이 가난해졌을 때 동양선교회 일만 하기로 가닥을 잡아주셨다. 그제서야 신학이 눈에 들어오고 강의실에서 교수님 말씀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선교사님이 가르치신 현대신학 강의는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오고 책은 안 읽혀져서, 학우가 작성한 레포트를 빌려서 축약하여 제출하기도 했다. 후에 얼마나 성령께서 책망하시는지 교수님 찾아가서 레포트 학우 것을 베꼈다고 자백하고 나니 성령님은 마음이 평안해졌다. 주여! 이 못난이를 어찌하오리까? 이리도 시원치 않은 나를 하나님은 기다려주시며 돌보아 주셨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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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숙 | 강변교회 명예전도사. 서울신학대학교 졸. 강변성결교회 30년 시무전도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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