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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K 칼럼] 너희 믿음이 어디 있느냐?

▲ 렘브란트의 '갈릴리 호수의 폭풍'. 1633년 작.

믿음을 흔드는 광풍

우리 믿음을 흔드는 광풍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본문이 “하루는”으로 시작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욥 1:6, 13; 2:1). 늘상 하던 건강검진, 평소처럼 출근하고 등하교하는 시간, 평범했던 ‘하루’, 갑자기 우리 삶에 광풍이 불어닥친다. 제자들 중엔 갈릴리 바다에 익숙한 어부들도 있었다. 하지만 광풍 앞에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무리 수영을 잘하고, 바다를 잘 알아도, 배를 침몰시킬 만큼 무시무시한 광풍 앞에 사람은 무력하다.

애초에 제자들이 배에 오른 것은 예수님의 지시 때문이었다. “호수 저편으로 건너가자”(22절). 갈릴리 사역을 하실 때 예수님은 종종 호수 이편에서 저편으로 건너가 모여든 무리에게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파하셨다(마 9:1; 14:34-35). 예수님은 배를 타고 행선할 때 잠이 드셨다. 잠깐 졸으신 게 아니다. 낮이 아니라 날이 저물 때였고,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셨다(막 4:35, 38).

갈릴리 바다(호수)는 “긴네렛”(민 34:11), “게네사렛”(눅 5:1), “디베랴”(요 6:1)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수면은 바다보다 210m나 낮고, 남북 길이 21km, 폭 12km, 수심 50-60m 정도의 큰 호수이다(면적: 부평구 5배 크기). 북쪽 헤르몬산에서 불어오는 차고 건조한 바람과 남쪽 아라바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이 만나는 곳이라 기상 변화가 심하고 광풍이 자주 일어났다.

호수로 내리친 광풍은 큰 물결을 계속해서 일으켰고(“큰 놀”—진동, 요동, 마 8:24), 높고 강력한 파도가 배에 쉴 새 없이 부딪쳐 배 안으로 물을 가득 쏟아부었다(막 4:37). 본능적으로 ‘이러다 죽겠다’라는 직감이 드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아마도 제자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봤을 것이다. 바울이 로마로 압송될 때 광풍을 만나 위태로운 배에서 선원들이 거루를 끌어 올리고 줄로 선체를 둘러 감고 연장을 내리고 짐과 기구와 식량까지 다 바다에 버리면서 목숨을 구하려 애썼던 것처럼, 광풍 가운데 구원을 얻으려고 죽을 힘을 다했을 것이다(행 27장). 하지만, 아무런 소망이 없었다. 사람의 힘으로, 지혜로, 노력으로 광풍을 이길 방법이 도무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예수님께 달려갔다.

주여 주여(다급함) 우리가 죽겠나이다(24절)
선생님이여 우리가 죽게 된 것을 돌보지 아니하시나이까(막 4:38)

마가복음 말씀을 보면 제자들의 요청은 순수한 구원의 요청이 아니라 지금까지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으신, 광풍으로 죽음의 위기에 처한 제자들 가운데 주무시고 계신 예수님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있다. 시편 44편에서 유사한 외침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종일 주를 위하여 죽임을 당하게 되며 도살할 양 같이 여김을 받았나이다 주여 깨소서 어찌하여 주무시나이까 일어나시고 우리를 영원히 버리지 마소서 어찌하여 주의 얼굴을 가리시고 우리의 고난과 압제를 잊으시나이까(시 44:22-24)

인생의 광풍을 만났을 때, 우리의 믿음이 급격히 요동친다. 잔잔한 호수 같은 우리 마음에 진동이 일어나고 성난 파도가 일어 우리 믿음을 파선시킨다(딤전 1:19). 우리가 믿고 있던 교리가 무용지물이 되고, 온갖 지혜와 힘과 노력을 다 쏟아부어도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믿음도 점점 죽은 것처럼 변한다.

도대체 주님은 지금 무얼 하고 계시는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라고 약속하지 않으셨는가?(마 28:20). 인생의 광풍 중에 나와 함께 계신 것이 사실이라면 왜 주무시는 것같이 죽을 것 같은 나를 돕지 않으시는가? 나를 버리신 것처럼, 나에게서 얼굴을 가리신 것처럼 내가 겪는 고난을 바라만 보고 계신 것인가?

광풍을 잠재운 예수

주님은 그들이 깨울 때까지 잠에서 깨지 않으셨다(24절, “잠을 깨사”-수동태). 마치 그들이 깨울 때까지 기다리신 것만 같다. 만일 예수님이 단지 뛰어난 교사나 인격이 훌륭한 위인, 업적이 대단한 시대적 영웅에 불과했다면, 바닷사람들이 애써도 안 된 광풍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예수님은 그냥 사람이 아니시다. 하나님—사람(신인). 육신을 입으신 하나님이시다. 예수님은 곧바로 그 진실을 증명하셨다. 바람과 물결을 꾸짖으셨고, 이에 그쳐 잔잔하여졌다(24절). 예수님은 사람이 절대 길들일 수 없는 만물을 향하여 명령하셨다: “잠잠하라 고요하라”(막 4:39).

성경의 초자연적 요소를 배척하는 이들은 예수님이 명령하셨을 때, 우연히 광풍이 잠잠할 때가 되어 자연의 현상 중 하나로 서서히 바다가 잔잔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본문을 보면 “이에 그쳐 잔잔하여”졌다고 말한다(24절). 명령했을 때, 즉각적으로 바람이 멈춘 것이다.

바다의 물결이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괜찮아지거나, 앞선 상황보다 조금 개선된 것이 아니다. 마태, 마가의 기록을 보면 “아주 잔잔하게 되”었다(마 8:26; 막 4:39). 갈릴리 호수의 베테랑 어부들이 보기에도 이것은 자연적인 현상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능력이 분명했다. 바람과 바다가 예수님께 즉각 순종한 것이다.

제자들이 서로 말한 것을 보라. “그가 누구이기에 바람과 물을 명하매 순종하는가?”(25절). 그분은 하나님이시다. 만물의 창조자, 만물에게 명령을 내리면 그대로 순종하는 만물의 주관자. 하나님의 임재와 역사를 목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랬듯, 제자들은 두려워하고 놀랍게 여겼다(25절). 그들과 함께하신 분이 누구신지 분명해졌다. 예수님은 하나님이시다.

우리는 성경의 사건에 익숙한 그리스도인이면서도,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종종 잊는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분이 누구신지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유한한 존재로서 물질세계에 둘러싸여 보는 것을 의지하며 살기 때문에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과 역사를 읽고 믿으면서도, 내 삶 속에서는 그분의 능력을 제한한다. ‘예수님이 나와 함께 하시긴 하지만 내가 겪는 이 상황에 뭘 하실 수 있겠어?’라고 판단한다.

결혼의 시기가 너무 늦어버린 청년에게 성경은 ‘하나님은 흙으로도 배우자를 만들어 당신 앞에 보내주실 수 있는 분’이라고 말한다. 아기를 간절히 원하는 중년 부부에게 성경은 ‘하나님은 100세 할아버지에게 아들을 주신 분’이라고 말한다. 원수와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성경은 ‘전쟁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고 말한다. 말도 안 되는 병력 차이를 가졌어도 하나님은 천사 하나를 보내어 적을 전멸시키셨다. 사랑하는 자를 잃었을 때 성경은 “예수님은 썩어서 냄새가 나는 시신을 살리신 분”이라고 말한다.

당신은 하나님을 정말 그런 분으로 믿고 있는가? 당신과 함께하시는 예수님께서 정말 그런 초자연적 능력으로 당신을 능히 구원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믿고 있는가? ‘그렇게 하시는가’는 온전히 그분의 주권에 달려 있지만, 적어도 ‘원하시면 그렇게 하실 수 있는 분’으로 믿고 있느냐는 것이다.

누가가 이 말씀을 기록한 목적이 여기에 있다. 데오빌로를 비롯하여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신지 어떤 일을 하셨는지 이미 알고 있는 성도에게 그분이 진짜 누구신지 확실하게 믿게 하려는 것이다(“알고 있는 바를 더 확실하게 하려 함”, 눅 1:4). 많은 환경과 상황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를 불확실하게 만들고 우리가 붙들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희미하게 보이도록 하지만, 하나님 말씀은 정반대의 일을 한다. 알고 있는 바를 확실하게 믿게 하고, 우리와 동행하시는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더 선명하게 보게 한다.

예수가 찾으신 믿음

어디서든 잘 자는 사람을 보면 참 부럽다. 비행기 이륙하기 전 잠들어 착륙할 때 깨는 사람을 본적이 있다. 어떻게하면 광풍이 불어 거의 죽게 된 배 위에서 잠을 잘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의 생각과 중심을 아시는 분, 졸거나 주무시지 않는 분께서 왜 깨우기 전까지 일어나지 않으신 것일까? 대답은 그분의 질문에 있다.

바다를 잔잔하게 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믿음이 어디 있느냐?”(25절). 마태는 이렇게 말했다.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마 8:26). 마가는 이렇게 말했다.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막 4:40). 예수님은 무서워한 것 자체를 책망하신 것이 아니다. 광풍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예수님은 자기에게 둔 믿음이 너무 작고, 마치 없는 것처럼 사라진 것을 책망하셨다.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눅 18:8). 예수님은 우리의 믿음을 보기 원하신다.

참 신비로워서 다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진심이 여기 드러난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분께 믿음 두기를 진정으로 원하시고 그것을 확인하고 싶어하신다(아브라함의 시험). 그리고 그 믿음을 발견하실 때 기뻐하시고 그 믿음대로 복을 주기 원하신다.

하나님은 비를 본 적도 없는 노아에게 물로 세상을 심판할 것이니 방주를 지으라고 말씀하셨다. 생리가 끊어진 사라에게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마병과 바다로 둘러싸인 이스라엘 백성에게 곧 마른 땅을 건널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아무것도 없는 광야에서 입에서 냄새날 때까지 고기를 먹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매일 그날 거둘 만나만 거두라고 하셨다. 불뱀에 물려 죽어가는 자들에게 놋 뱀을 보면 살거라고 하셨고, 전적으로 타락하여 죄에 종노릇 하는 우리에게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면 살 거라고 말씀하셨다. 항상 믿음을 요구하신다.

남자만 오천명(2만여 명) 되는 무리에게 먹을 것을 주실 때 예수님은 빌립에게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을 먹이겠느냐”라고 물으셨다. 빌립의 믿음을 시험하시려고(요 6:6). ‘주님이 계신데 무슨 걱정이 있습니까?’ 이 말을 듣고 싶으신 것이다. 오병이어 기적 이후에 예수님은 제자들을 먼저 배 태워 갈릴리 호수 저편으로 가게 하셨는데, 그때 또 광풍이 불었다(막 6장). 홀로 뭍에 계시던 예수님은 밤 사경(새벽 3-6시)까지 기다리시다가 물 위를 걸어 고생하는 제자들 곁을 지나가셨다. ‘두려워마라 나다’라고 말씀하신 주님이 배에 오르자 바람이 곧 그쳤다. 예수님이 무엇을 기대하신 걸까? 믿음이다.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면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믿음.

주님은 두렵지 않으셨을까?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주님도 두려워하셨을 것이다(히 4:15). 하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평안을 누리셨다. 아버지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는 믿음, 겟세마네 동산에서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하셨을 때도(히 5:7),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의 고통을 참고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셨을 때도(히 12:2), 예수님은 아버지를 향한 견고한 믿음을 보이셨다. ‘믿음의 주’께서 우리에게 믿음을 가르쳐 주려고 하신다. 우리 믿음을 온전케 하신다.

인생의 광풍 중에 있는가? 염려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 믿음을 주께 두라. 어떻게 믿음을 주께 둘 수 있나? 믿음의 행위인 기도를 하라(막 9:24; 엡 2:8). 믿음 없음을 도와달라고 구하라(막 9:24). 그러면 하나님의 평강이 예수님이 늘 함께하시는 당신의 마음과 생각을 지키실 것이다(빌 4:7). [복음기도신문]

조정의 | 그레이스투코리아 칼럼리스트

GTK칼럼은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성경의 말씀에서 답을 찾고자 하는 미국 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의 존 맥아더 목사와 GTK 협력 목회자와 성도들이 기고하는 커뮤니티인 Grace to Korea(gracetokorea.org)의 콘텐츠로, 본지와 협약을 맺어 게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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