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이 현행 12주까지 낙태가 가능하던 법을 완화해 임신 20주까지 확대하면서, 기독교계와 불교계가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생명을 수호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은 없었다.
크리스채너티투데이에 따르면, 태국은 2022년 10월 26일부터 임신 20주까지 낙태 시술을 합법화했다. 2020년 2월까지 일부 예외 규정을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했던 불교 신자가 다수인 태국에서 극적인 반전이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시행하거나 받는 사람에게 벌금과 징역을 부과하는 형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태국 의회는 지난해 임신 12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동남아시아 국가의 낙태 제한은 역사적으로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더 엄격했다. 테라바다 불교도(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함)는 낙태가 모든 살아있는 것을 죽이지 않는다는 불교 첫 번째 계율인 불살생(不殺生)을 위반하는 죄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혼모와 십대의 임신을 바라보는 태국 사회의 좋지 않은 시선들과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오랫동안 여성들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낙태하거나 낙태 예외 규정(형법 제305조 1항 만약 여성이 임신을 유지한다면 그 여성의 신체 또는 정신에 위험이 될 수 있어서 부득이하게 행하여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낙태했다. 이번 낙태법 개정안은 태아의 생명보다는 엄마의 선택권을 더 중요시함을 보여준다.
일부 태국 기독교인과 불교인은 생명의 신성함에 대한 공통된 우려를 이유로 개정된 낙태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은 성교육을 제공하고 미혼모에 대한 더 많은 정부 지원을 추진함으로써 낙태 방지를 위한 풀뿌리 차원의 노력을 하고 있다. 여러 기독교 사역은 계획에 없던 임신을 경험한 여성과 이미 낙태를 한 여성을 상담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
태국에서 낙태가 금기시되는 영역으로 남아 있기에 태국 사회의 단합된 움직임은 부족하다. 그러나 태국 북부의 임신 센터인 교육과 생명과 엄마 팀(ELM)의 이사인 케이티 밀러는 “우리는 태국 여성들이 생명을 선택하는 방법을 알도록 조용히 준비하며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의 법과 수치심
헌법재판소 판결 이전에는 강간, 근친상간, 15세 미만 여성의 임신, 태아의 장애,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가 불법이었다. 불법적으로 낙태를 한 여성은 최대 3년, 낙태를 시행한 의료종사자는 최대 5년 징역형에 해당하였다.
세계보건기구(WHO) 동남아시아 사무소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태국 의사들은 모체의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예외 조항(정신 건강 포함)에 대해 광범위한 해석을 내렸다. 보고서는 매년 공립 병원에서 약 3만 건의 낙태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태국에서 대부분의 낙태는 민간 시설이나 간판 없는 낙태 클리닉을 이용하거나 스스로 약물을 투여함으로 이루어진다. 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매년 총 30만~40만 건의 낙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불교 신자들은 낙태를 불교의 다섯 가지 계율 중 첫 번째 계율(불살생(不殺生))에 어긋난다고 여길 것이지만, 태국은 명예를 중요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어린 소녀가 임신하게 되면, 부모는 종종 자신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딸에게 조용히 낙태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북동부 우돈타니 시에 있는 병원의 사회복지사인 카이스리 시리눔분타비(51세)는 불교 신자로서 자신도 낙태가 일어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신하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처럼 정말 필요한 경우라면 이에 대한 해결책과 안전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위험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불법 낙태를 시도하는 산모들의 생명을 걱정한다. 일부는 정상적인 경로로는 판매하지 않는 낙태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안전하지 않은 불법 진료소를 방문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낙태는 산모 사망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리눔분타비는 또한 아직 아기를 가질 준비가 되지 않아 결국 아이를 버리거나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여성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그녀는 이것이 다른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살아 있어도 죽는 것과 같다. 그러면 사회적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생명을 지지하는 불교 신자와 기독교인
그러나 많은 불교 신자들은 보수적인 견해를 고수한다. 치앙마이에서 아동 권리 강사이자 독실한 불교 신자인 퐁시리 시리수완짓(61세)은 태국 사회에서 이 법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불교인들은 낙태와 아이를 죽이는 것을 죄로 여긴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낙태, 자살, 살인, 사형, 안락사 등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를 자제해야 할 것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나쁜 업보를 쌓는 것이고, 이는 사람의 다음 생의 상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그들은 믿는다.
태국의 유명한 불교 지도자인 프라 라차다마니텟 승려는 이 문제에 대해 소신 발언했다. 그는 낙태한 여성은 성관계를 원하지만 “아이를 돌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라고 “망친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승려인 담마난다는 낙태는 살인이며 불교에 어긋나는 것이며 여성이 낙태를 선택하면 죄를 짓고 나쁜 업보를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성이 선택할 권리가 있지만 결정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소수 의견으로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고 2021년 태국 국회 앞에서 활동가들과 낙태권리의 확대를 지지한 프라 샤인 와라담모 승려가 있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견해가 동료 불교도들 사이에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전국 의료 및 공중 보건 종사자 연맹 회장을 비롯한 두 명의 의사가 이끄는 무료 낙태 반대 네트워크가 태국 의회에 제출한 서한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불교의 믿음을 지적했다. 그들은 개정된 낙태법은 의료 전문가의 신념과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이기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태국 인구의 약 1%를 차지하는 기독교인이 불교도와 공통된 원인을 공유하는 영역이다. 창조 치앙마이 교회의 추키앗 차이분스리(48세) 목사와 파폰순 에카푼(24세)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이번 낙태법 개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회자들은 “태국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사랑의 주이시고, 사람에게 생명과 호흡을 주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호흡을 박탈할 권리가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차이분스리와 에카푼 목사는 창세기 2장 7절과 출애굽기 21장 22-25절 말씀을 인용하며 하나님은 태아를 소중히 여긴다고 말했다. 그들은 교회 공동체에 개정된 법에 관해 이야기했으며 전국의 교회가 생명의 신성함을 지지하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차이분스리와 에카푼 목사는 태국 기독교인이 지역 사회에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믿는다. 창조 치앙마이 교회는 교회의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성경적 원칙과 성과 순결에 대해 가르치고, 하나님의 말씀을 거스르는 법을 분별하도록 돕는다. 태국 가정에서는 성관계와 낙태에 관한 이야기는 터부시되기 때문에 목사들은 기독교인 부모와 교회가 이러한 불편한 대화를 나누도록 권장한다.
차이분스리와 에카푼 목사는 “모든 교회는 새로운 세대를 바라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미래에 교회 지도자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방과 그리스도의 사랑
사회 개발 및 인간 안보부와 협력하는 시리수완짓은 어린 나이부터 배우는 교육이 낙태 건수를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녀는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는 피임법을 포함하여 십대들이 직면하는 문제에 관해 대화하고 강의하는 교육 세미나를 치앙마이 지역 어린이와 교사 대상으로 주최한다.
그녀는 학생들이 자신의 고민거리(왕따, 자살 충동, 성적인 문제 등)를 지명된 학생 리더에게 전달하여 도움을 받도록 권장한다. 학생들은 종종 다른 학생들에게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할 수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런 다음 더 심각한 문제는 교사에게 전달된다.
시리수완짓은 “낙태를 예방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이를 수행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원치 않는 십대 임신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치 않는 임신의 경우, 그녀는 공중 보건 및 인간 안보부와 정신 건강부가 아동 보육 및 지원을 위한 자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업스트림 가족 및 커뮤니티 학습 센터 (Upstream Family and Community Learning Center)의 책임자인 찰렘관 추티마(51세)도 태국에서 낙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교사에게 자원과 교육을 제공하는 그녀의 비영리 단체는 바닥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대신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태국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태국의 낙태 문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저술한 국제 저스티스 미션(International Justice Mission)의 전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인 추티마는 낙태 문제의 근본 원인은 성관계, 임신, 낙태 폭력, 가부장제 사회, 여성에 대한 지원 부족과 같은 문제들이 서로 얽혀있다고 했다. 십대 임신의 경우 사회는 전적으로 젊은 엄마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아버지와 그의 가족은 아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수치심에 가득 찬 엄마는 낙태가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여성들은 임신을 중지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지만, 결정은 종종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형성된 사회적 압력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추티마는 기독교인을 포함한 태국인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태국 정부는 이러한 엄마들을 위해 더 나은 지원, 의료 및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업스트림 센터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가정들이 자녀와 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녀는 워크숍을 통해 여성을 비난하기보다는 지지하는 지역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한다. 절, 교회, 학교는 임산부와 그 가족을 위해 심리적,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도록 권장된다.
추티마는 이 여성들의 “마음과 영혼의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기독교인들이 비기독교인들에게 그리스도의 편견 없는 사랑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또한 기독교인들이 아기가 태어나기 전과 아기가 태어난 후 모두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낙태를 경험한 사람들은 기독교인들이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하나님의 법으로 낙인을 찍고 처벌한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마리아인의 창조(Samaritan’s Creations)와 같은 단체는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길 희망한다. 이들은 기독교 비영리 단체로 방콕의 홍등가에서 여성들에게 제자도, 직업 훈련, 교육, 상담을 통해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고자 한다.
공동 설립자 케이 킬라는 성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여성이 적어도 한 번은 낙태를 경험한 것으로 가정한다고 말했다. 낙태가 금지되었을 때도 “술집 직원들 사이에서 낙태를 받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가 상식”이라고 태국인인 킬라가 말했다. 그녀와 그룹의 다른 구성원들은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는 여성들과 낙태를 한 여성들을 상담한다.
그녀는 십대 임신을 낙태의 주요 동인으로 보고 태국인들이 십대 임신 문제를 좀 더 논의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녀는 “해결하기 더 어려운 문제는 특히 빈곤으로 인해 아기를 잘 양육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ELM 팀은 또한 낙태를 유일한 선택으로 여기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단체이다. 임신 센터의 국제 및 현지 직원은 위기 임신 여성을 만나 이들에게 태아 발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여성이 초음파를 받도록 권장한다. ELM 팀 책임자인 밀러는 불교 신자 여성에게 아기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려줌으로 여성이 아기에게 생명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미혼모들은 임신 중은 물론 출산 후 최대 2년 동안 두 명의 직원과 멘토-멘티로 짝을 이룬다. 이 기독교 단체는 태국 교회가 지역 학교에서는 물론 미혼모들과 일대일로 복음을 나누고 태아 발달 과정을 가르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준비시킨다. 밀러는 이러한 생명 존중 메시지가 확산하고 더 많은 사람이 치앙마이, 방콕, 그리고 태국 남부의 핫야이에 개소할 예정인 센터에 방문하길 희망한다.
밀러는 “이번 개정안으로 참여를 원하는 여성들이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태중의 생명에 대해 교육하는 데 부지런해야 한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이 소중한 아기들의 권리를 위해 일어서야 할 필요성을 믿는 이들에게 일깨워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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