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TGC 칼럼] 복음은 집 열쇠와 함께 온다

사진; Jaye Haych on Unsplash

이 땅의 것들에 피해를 입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들(우리의 영혼, 하나님의 말씀, 언젠가 영화롭게 될 육체 등 새 하늘과 새 땅에서도 남아 있게 될 것들)은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요즘 강연 활동을 많이 한다. 그리스도인 이웃들은 우리가 집에서 집단적 공동생활체를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보수적인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따금 지역 교회 목회자들은 우리를 초청하여, 우리집에서 무엇을 하고 있고 왜 그렇게 하는지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한다.

2014년 5월 8일, 캐롤라이나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아름다웠다. 남편과 나는 한 침례교회에서 낯선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강연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정 예배를 드린 후에 아이들을 데리고 그 교회로 향했다. 우리는 집을 나서기 전에 샐리와 벨라에게 얼린 땅콩버터를 바른 레드빈을 간식으로 줬다. 그리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보관했다. 우리는 급히 서둘렀고, 성경책들을 펼쳐진 채로 식탁 위에 놔두었다. 출발 전에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는데 성경책들이 식탁 위에 대충 정사각형의 형태를 이룬 채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레고 조각들, 플라스틱 공룡들, 광선검 한 자루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문에 붙어 있는 모든 잠금장치를 사용하여 이중, 삼중으로 문단속을 하였다.

강연은 잘 진행되었다. 우리는 다른 기독교 가정들에게 집을 개방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 안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보라고 독려했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스도인 청중에게 있어 그것은 설득하기 쉽지 않은 주제였다. 그리스도인들은 대개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교제를 나누기를 좋아한다. 그들에게 낯선 사람은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일 수 있다.

우리는 사회적 계층이나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방법을 묻는 좋은 질문들에 대해 상세하게 대답했다. 강연을 마치고 우리는 녹스와 메리를 다시 자동차에 태워 한 시간 동안 낯익은 지역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좋은 날이었다. 나는 집에 가면 커피를 마시고, 빨래를 하고, 다친 발을 얼음찜질하고, 아이들에게 ‘캐스피언 왕자’의 마지막 장을 읽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들어가는 순간,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항상 활발하고, 감정 표현이 풍부하며, 활기 있게 움직이는 골든리트리버 샐리가 상처를 입은 채 겁에 질려 한쪽 구석에 웅크려 있었고, 옷들과 접시들과 가족사진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한쪽 창문의 틀이 부러진 채 쇠지렛대와 함께 툭 튀어나와 있었다. 도둑들이 개 먹이 그릇을 지탱하는 틀을 밟고 깨진 창문을 통해 기어들어 온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큰 개들을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았던 듯하다. 바닥에는 어머니가 맡긴 도자기 그릇들, 남편이 세례식에서 사용하는 금색 용기, 펼쳐진 성경책들이 함께 나뒹굴고 있었다. 온통 난장판이 된 상황에서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곤 성경책들 곁에 있는 금색 세례용 그릇뿐이었다.

나는 다친 개에게 다가가서 얼굴에 입을 맞춰주었다. 녀석은 나를 보고 살살 꼬리를 흔들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는 듯했다. 나는 마치 물속을 걷듯 조심스럽게 집안을 돌아다녔다. 샐리가 그런 내 뒤를 천천히 따라왔다. 도둑들은 내 어머니의 텔레비전을 벽에서 잡아 뜯어 놓았다. 벽과 바닥에 구멍이 나 있었고, 바닥의 구멍은 아마도 텔레비전을 떨어뜨려 생긴 것처럼 보였다. 모든 서랍들이 다 열려 있었고, 양말, 퍼즐 조각들, 수학 비디오, 구슬, 개 심장약 등, 서랍 안에 들어 있던 내용물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도둑들은 시댁에서 5대째 내려오는 가보인 내 약혼반지를 포함해 모든 귀금속을 훔쳐 갔다. 나는 항상 내가 그것을 착용하면 손상이 되거나 분실될까 봐 걱정했었다. 손에 정원의 흙이 많이 묻는 여름철에는 특히나 더 조심스러웠다. 그날 아침에 나는 반지를 바라보면서 오늘 이것을 착용하는 것이 안전할지 아닐지를 잠시 생각하고 나서 그냥 놔두고 나왔는데, 결국 그것이 반지를 잃지 않을 마지막 기회였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에 노인 전용 아파트로 거처를 옮긴 나의 어머니는 그녀가 간직하던 가보들을 모두 내게 맡겼다. 우리집은 추억을 간직하기에도 좋고, 안전한 보관처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둑들이 그것을 모두 훔쳐 갔다. 어머니는 최근에 다른 가족 문제 때문에 (나의 조카가 어머니에게는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나와만 연락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였다. 어머니는 그 사실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아차렸다(나는 페이스북은 물론, 그 어떤 소셜 미디어도 사용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것들을 사용한다). 나는 너무 녹초가 되어서 어머니에게 도둑맞은 사실을 보고할 방법이나 어머니의 분노로부터 나를 보호할 방법을 강구할 여유도 없었다. 그저 “이것은 하나님의 손길이니 받아들이자”라는 생각뿐이었다.

도둑들은 모든 것을 가져갔으며, 나의 골든리트리버 샐리에게도 큰 피해를 입혔다. 녀석은 우리 가족 가운데 가장 외향적이었고, 일평생 고양이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서도 함부로 대우받아본 적이 없었다. 골든리트리버 품종인 녀석은 “심술궂다”는 게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지만, 멍든 몸을 이끈 채 슬픔에 잠겨 떨고 있었다. 경찰이 와서, 도둑들은 큰 개들이 자기들을 방해할 경우, 총으로 쏴서 죽이거나 몽둥이로 때리는 것이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샐리는 총에 맞지는 않았다. 나는 그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하나님께 감사했다.

경찰들은 우리의 신원 정보를 받아 적었고, 모든 문손잡이와 문틀에서 지문을 채취했다. 그들이 떠난 뒤에 집은 더욱 어지럽혀진 채로 남아 있었다.

도둑맞는 일은 참으로 끔찍한 일이었다.

낯선 사람에게 손 대접을 베풀라고 주장했는데 낯선 사람이 내 개를 두들겨 패고, 물건들을 훔쳐 간 것도 모자라, 집까지 망가뜨린 것을 생각하니 무척 아이러니했다.

우리는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 아이들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몇 달 동안 안정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식사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동료 신자들이 우리를 에워쌌다. 나는 섬기지 않고, 섬김을 받았다. 동료 신자들, 곧 하나님의 가족들이 식탁을 차렸다. 주님 안에서 나의 사랑스러운 아들이자 싱가포르의 교환 학생인 매튜는 방학 중에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기숙사가 문을 닫는 관계로 그날 밤에 우리집으로 잠시 거처를 옮기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차분한 태도로 도움을 주는 그가 오게 되어 좋았다. 수산나는 막 일을 마치고, 우리집에 오는 길에 전기구이 통닭과 버터 피칸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그녀는 내가 버터 피칸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고, “랙트에이드”[소화 촉진 효소의 일종]도 약간 사 왔다.

늘 하던 대로 나는 플라스틱 상자 안에서 닭고기를 꺼내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닭고기 기름과 육즙으로 덮힌 플라스틱 용기를 샐리에게 주었다. 녀석은 자기가 좋아하는 자세로 그 옆에 편안히 엎드렸다(코는 구석에 처박고, 뒷다리는 요가를 하는 물소처럼 쫙 벌린 자세. 녀석은 우리를 둥지면 40킬로그램이나 되는 자신의 덩치를 감출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는 듯했다). 더 많은 친구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올 즈음, 녀석은 플라스틱 용기를 앞발로 붙들고, 차츰 원기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홈스쿨 아빠들은 자기 집 잔디를 가꾸는 일과 중요한 직장 업무를 제쳐놓고 우리를 돕기 위해 연장과 성경책을 들고 나타났다. 저녁 식사와 성경 읽기와 기도와 시편 찬송 부르기를 끝마친 후, 우리는 양동이와 걸레, 쓰레기 봉투와 청소기를 들고 본격적으로 집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도둑맞는 일은 힘든 일이었다.

우리가 공적으로 주장한 것이 그토록 강력한 하나님의 시험의 손길 아래 놓이는 것은 쉬운 경험이 아니었다. 즉, 이 땅의 것들에 피해를 입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들(우리의 영혼, 하나님의 말씀, 언젠가 영화롭게 될 육체 등 새 하늘과 새 땅에서도 남아 있게 될 것들)은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도난을 당한 다음 날, 남편은 야외용 식탁이 놓여 있는 앞마당에 바비큐 그릴을 갖다 놓았다. 그러고 나서 그는 “넥스트 도어” 연락망에 “① 우리는 도난을 당했습니다. ② 도둑들이 물건을 훔쳐갔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③ 그들은 영원한 가치를 지닌 것들, 곧 하나님의 말씀과 우리의 영혼을 빼앗아 갈 수는 없었습니다. 주일날 오후 3시에 모두 우리집에 오셔서 우리와 함께 햄버거와 핫도그를 먹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적고서 ‘전송’ 버튼을 눌렀다.

남편이 방금 우리집 앞마당에 300명을 초대한 것이다. 그런데 수산나는 그날이 어머니날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버터필드 가문에서 흔히 전개되는 상황이었다. 남편은 또한 교인들까지 모두 초대했다. 그는 도둑맞은 경험이 있는 불신자 이웃들을 도우려면 신자들이 많이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안에 하나님의 백성을 가득 채워 이웃들이 도둑맞는 일은 물론이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가운데서 하나님의 손길을 볼 수 있도록 돕게 하는 것, 그것이 곧 남편이 항상 사용하는 전략이었다.

핫도그, 아이들, 물총놀이,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 등, 기쁨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21명의 이웃들과 대다수의 교인들이 참석했다. 종교에 회의적인 불신자 이웃들이 우리에게 힘든 상황을 어떻게 견디고 있느냐고 묻자, 남편은 설득력 있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우리가 형통할 때 함께하시는 하나님보다 시련을 당할 때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전하는 것이, 의심하며 냉소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더 큰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둑맞는 일은 힘든 일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온 집안을 뒤진 흔적들, 벽에 난 구멍들, 타인의 손이 닿은 속옷들,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잡지들과 영양제들, 장갑 크기만한 멍이 든 채 겁에 질려 있는 우리 개를 보는 것은 참으로 끔찍한 일이었다. 가보인 약혼반지를 지킬 수 없었던 것이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주권자이신 하나님이 자신의 영광과 우리의 유익을 위해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하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니 무척 고통스러웠다(롬 8:28).

그러나 우리집 물건을 훔쳐 간 도둑들은 자신이 얼마나 기만적이고 사악한지 느껴야만 할 것이다. 그들은 전기구이 통닭과 버터 피칸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찾아온 친구들의 위로나 한 꺼풀의 페인트칠로도 교정이 불가능할 만큼 악하다. 그들의 인간성에는 큰 구멍이 나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언젠가는 그 구멍으로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집어삼키게 될 것이다. 나는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으면서 일어난 일에 관해 대화를 나누며, 기도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성경책들은 펼쳐 있고, 아이들은 무릎 위에 앉아 있고, 발밑에는 개들이 돌아다니고, 우리는 일용할 양식을 먹고 있었다. 도둑들이 휩쓸고 간 집안은 도처에 침입의 흔적이 역력했지만 우리가 모여 있는 방에서 나는 깨달았다.

“나는 축복받았어.”

“너무 감사해.”

“나는 희생자가 아니야.”

내 처지보다 도둑들의 처지가 훨씬 더 끔찍했다. [복음기도신문]

집안에 하나님의 백성을 가득 채워 이웃들이 도둑맞는 일은 물론이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가운데서 하나님의 손길을 볼 수 있도록 돕게 하는 것, 그것이 곧 남편이 항상 사용하는 전략이었다 

* 이 글은 로자리아 버터필드, 복음과 집 열쇠(개혁된실천사)의 머리글 일부를 출판사의 허락을 받아 간추린 것입니다.

로자리아 버터필드(Rosaria Butterfield) | 오하이오주립대학교 교수. 레즈비언의 삶을 청산하고 그리스도께 돌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뜻밖의 회심의 저자.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저작권자 ⓒ 내 손안의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복음기도신문.> 제보 및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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