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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인도 나환자촌을 다녀오다

ⓒ 원정하

오늘은 김재옥&노미화 선교사님, 단기선교를 온 남현슬 자매님과 함께 저희 부부가 빈민구제 헌금을 나누고 절제회 전도팩을 전달하러 봄베이 치타캠프의 나환자촌을 다녀왔습니다.

맥도날드 햄버거와 음료수를 각각 300개씩 준비해서 나환자촌 마을광장에 갔습니다. 사실 나환자 분들의 대부분은 고령으로, 오늘 뵈온 300여분 중 10% 미만이셨던 것 같습니다. 나환자의 가족분들까지 함께 모여 살기에 나환자촌으로 부르는 것인데, 한 지붕 아래에서 평생 같이 살면서도 전염되는 경우가 드물 정도로, 이제는 의술도 위생도 많이 발전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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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환자들에게 전달할 선물을 포장하고 있다. ⓒ 원정하

저희를 얼마나 반가워하시는지, 정말 온 보람을 크게 느꼈지만 한 분 한 분 붙잡고 인사하고 교제를 나누는 사치는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좁고 어두운 마을광장에서 300여 명을 질서 있게 줄 세워서 햄버거, 음료수, 스트로우, 절제회 전도팩을 질서 있게 나누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새치기하려는 분들, 중복으로 받으려는 분들도 많고, 심지어 창문 안으로 손을 넣어 훔쳐가려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어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다행히 잘 훈련된 네 명의 선교사와 단기선교사 한 분, 마을 인력 두 세분과 함께 신속하게 나누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300인 분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속도감 속에서는 문제 발생의 여지도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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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 원정하

선교 초년 시절에는 이런 사역 중에도 ‘언젠가 나중에는 깊은 교제가 가능하겠거니’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10년이 지나보니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흐른 만큼 사역의 필드들이 더 늘어나고 대상도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은 표면적인 교제 수준에서 끝나곤 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사역대상들과 깊은 관계는 어렵겠다 싶은 사역들이 많습니다.(특히 구제사역들의 경우) 한 분당 평생에 딱 몇초의 만남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저희는 결국 성령님과, 또 저희가 드린 전도책자 안의 말씀에 그들을 맡겨드리고, 기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가 간 다음에 천천히 햄버거를 드시면서, 어떤 분들은 절제회 전도팩의 복음 내용들을 천천히 보시며 여유 있게 성령님과 교제를 하실 수 있기를… 저희의 존재는 그분들에게 잊혀져도 괜찮습니다.

이런 식의 사역이 살짝 외로움과 아쉬움을 남기기는 합니다. 그 대신 백전노장의 동료선교사들끼리 밝고 깊은 교제를 나눌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리고 정작 현장에서는 폭풍같이 지나간 순간들을, 집에 와서야 천천히 사진으로 보며 아! 이 할머니 알아. 이 아이가 이런 말을 했었어… 하면서 그 현장을 천천히 묵상하는 것도 또 다른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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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을 전하는 사역자들과 선물을 받기 위해 줄서 있는 사람들. ⓒ 원정하

또 이 사진들과, 이 글을 통해 여러분들의 기도와 사랑도 그분들을 향하게 될 테니까요. 비록 할 수 있는 일들은 적어도, 이렇게 큰 사랑으로 작은 일들을 계속 해 나가려 합니다. 선교와 구제의 사역속에, 주님만 이분들에게 심길 수 있기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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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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