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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칼럼] 최근 이란과 여성의 베일

사진: pixabay

밖에서 보는 이슬람(32)

이슬람의 양 종파에서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 무하람

무하람은 이슬람력에서 첫 번째 달을 말한다. 시아파 무슬림들에게 있어서 무하람은 수니파에 의해 살해당한 이맘 후세인을 추모하는 시야 최대의 행사인 ‘아슈랴(Ashura)’가 있는 달로 철저히 복수를 다짐하는 의식이다.

이들은 무하람 월 제1일부터 제10일까지 길거리 행렬을 하면서 이맘 후세인의 순교를 의미하는 수난극을 공연하고, 고행의 목적으로 쇠사슬이나 거친 야자열매로 자기 등과 가슴을 채찍질하거나 자해를 한다. 이는 후세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의 고통에 동참하면서, 카르발라(현 이라크 지역) 전투 당시 어려움이나 위험에 처해 있던 이맘들을 지원하지 못했던 당시 사람들의 죄를 상징적으로 속죄하고 참회하는 죄의식의 승화된 표현이다.

한편, 수니파 무슬림들에게 있어서 무하람 달은 완전히 다른 의미가 있다. 이맘 후세인의 죽음이 애도하는 시아파 무슬림들과는 달리, 은혜로운 축복의 날로 기념하면서도 별다른 축하 의식을 행하지는 않는다. 무하람 달 제1일은 이슬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경건한 날로 여기며, 모스크에서 기도하는 날로 단순히 기념하고 있어서 양 종파의 갈등은 좀처럼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페르시아라는 거대한 제국의 후손인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을 통해 이제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위치에 올랐고 수니파를 향해 거의 대등한 위치에서 자신 있게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시아파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더는 소수파가 아니며, 이슬람 혁명 덕분에 대국으로 올라섰다고 생각하기에 이슬람 혁명의 끈을 절대 놓을 리가 없다.

이란에서 호메이니의 위상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는 호메이니가 구심점이 되었다. 그는 팔레비 왕이 통치하던 시절에는 왕명에 거역하여 국가에서 추방된 연약한 노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가 구심점이 되어 이슬람 혁명이 성공되고 나서 그는 이란의 영웅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아파 무슬림의 최고 지도자가 되었다.

이란의 존재 이유는 이슬람 혁명 정신 수호

현 이란 정부가 자랑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20세기 후반(1979)에 팔레비 왕정을 몰아내고 이슬람 혁명을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이란 정부는 이슬람 혁명을 온 세계에 퍼뜨리는 것이 자신들의 존재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란의 고위 공직자들은 이슬람 혁명의 수출을 이란의 존재 이유로 본다. 만일, 이슬람 혁명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이란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으로 언급한다. 당시 호메이니는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주도하면서 두 가지 메시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당시 팔레비 왕정이 부패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슬람 혁명을 통해 이슬람 정권을 수립하기만 하면,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알라께서 주신 석유만 가지고도 국가 운영이 가능하며, 남은 재정은 국민에게 공평하게 배분해 줄 것으로 공약하면서 팔레비 왕권을 몰아내고 자기들이 정권을 잡으면 알라께서 인정하는 정의와 공평의 나라가 될 것으로 말했다.

이에 당시 이란 국민은 부푼 기대감으로 호메이니를 열렬히 환영하며, 팔레비 왕정을 몰아내기 위하여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때 미국의 카터 대통령은 팔레비 왕정을 지지할 것을 공식 천명하자, 팔레비 왕정은 미국의 약속을 등에 업고 반 팔레비 세력을 무차별 제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기 국민을 다루는 팔레비 왕의 잔인한 모습을 보게 된 이란 국민은 크게 진노하여 호메이니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결국, 왕정 수비대까지도 팔레비 왕에게 등을 돌리게 되자, 팔레비 왕은 자가용 비행기로 이란을 탈출하게 되는데, 이것이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다.

이란 경제의 추락 원인

이란은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힘을 빌려 알라의 이름을 업고 이슬람 혁명을 통해 정권은 잡았다. 그러나, 경제나 정치의 경험이 전혀 없는 이슬람 성직자들이 사회의 모든 분야를 차지하게 되자 이전 정권에서 유능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해외로 도피하게 되면서 전문가 없는 이란 경제는 곤두박질치게 되었다. 당시 정권을 잡은 이란의 종교인들은 정치나 경제의 비전문가들이었기 때문에 대책을 찾을 길이 없었다. 친미의 팔레비 정권하에서 부정부패에 항거하면서 이슬람 혁명을 받아들인 이란 국민은 이슬람 혁명을 환영하며 꿈꿨던 장밋빛 환상은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사실, 당시 이란 국민은 호메이니의 이슬람이 좋아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팔레비 왕정을 대신할 다른 정권이 필요했으며, 그것이 무엇이든 받아들일 상황이었다.

이슬람 혁명 정부하에 이란의 종교 상황

이란에는 이슬람교 외에도 법적으로 보장된 자유를 누리는 종교가 있었는데 이른바, 유일신을 믿는 종교들이다. 이들이 말하는 유일신교는 이슬람교를 비롯하여 유대교, 배화교(조로아스터교) 그리고, 기독교이다. 이들에게는 자기들의 고유 예배 형식에 따라 자기들의 언어로 예배를 드릴 자유가 있다. 그러나, 이란어(Farsi)를 말하는 이란 현지인들에게 전도할 수 있는 자유는 엄격히 규제되었다.

현재 이란에는 약 4만여 명의 유대교인이 자기들의 회당에서 자유롭게 종교행사를 하며 살아간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지상 최대의 적으로 간주하며 정치적 갈등을 유지하면서도 이란 안에서는 대대손손 이란 국적을 가지고 사는 유대인들(다니엘 혹은 에스더 때부터 이란에 이주해 살던 이들의 후손)에게는 이들의 종교를 인정해 주고 활동을 보장해 주고 있다.

중국을 통해 배화교로도 알려진 조로아스터교는 선한 신 아후라마즈다(Ahuramazda)와 악한 신 아리만(Ariman)의 두 신을 인정하므로 유일신 종교로 볼 수는 없지만, 이슬람교를 받아들이기 전의 이란 전통 종교였으므로, 법적으로 그들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기독교도 오래전부터 대대손손이 이란 땅에 와서 이란 국적으로 사는 아르메니아 사람들과 아시리아 사람들에게 이들의 예배의 자유를 보장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에서 개종한 기독교인들을 절대 인정하지 않으며, 그들에게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어려움과 박해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신정 통치의 강화 작업

이란의 이슬람 혁명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통치자들이 알라의 뜻에 따라 정의롭게 통치하는 것과 국민에게는 자유로운 삶을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알라의 뜻에 따라 다스리겠다는 혁명 정부의 신정 정권이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이 결국 이슬람 율법이었다. 그리고, 신앙은 개인이 가진 양심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경찰력으로 통제하는 통치의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든,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이란 내 모든 여성의 머리에 베일을 쓰게 하는 것은 좋은 사례이다.

이란 여성의 베일 착용

이전 팔레비 왕정 때까지 자유롭게 머리모양을 꾸미고 살던 여성들에게 갑자기 머리에 베일을 쓰라고 하자 대대적인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이에 베일 착용 반대운동의 주동자들을 체포하여 알라를 대적하고 이슬람의 근간을 흔드는 반역 행위라는 명목을 붙여 공개처형을 하는 일이 몇 차례 있고 나서는 무서워서 감히 이 일에 나서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여성의 베일 착용은 알라의 뜻이며, 베일은 여성 보호를 위해 필수로, 모든 무슬림 여성의 기본 의무라는 것을 매우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여성의 머리에 베일을 쓰게 하는 것이 정숙한 여성의 상징이며,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지금도 이란에서는 외국인이든 현지인이든 여성은 머리에 베일을 쓰지 않고는 외출할 수 없다. 여성을 가리는 복장을 ‘차도로’라고 부르는데, 이는 원래, ‘텐트’라는 라는 의미로 여성은 항상 집(Tent) 안에 있어야 하는 것과 외출 시에도 텐트 즉, 집 안에 갇힌 채로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란 여성은 초경이 시작되는 나이는 12~13세가 되면, 외출 시에는 반드시 베일을 착용해야 한다. 식당에서도 베일 착용을 하지 않은 여성은 출입이 금지되며 만약 이를 위반할 시 당사자 외에 식당 주인도 이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등의 문책을 받게 된다.

베일은 무슬림 공동사회의 관습, 사회적 지위, 집안 전통, 각종 계층 등에 따라 다르다. 베일은 크게 전신 가리개용과 스카프 식으로 머리만 가리는 용으로 나뉘며, 색상과 길이는 사회환경과 기후 등의 영향을 받아 이슬람 국가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베일 착용이 법적으로 강제적이지 않은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세네갈 등에서의 무슬림 여성의 베일은 섬유와 디자인이 다양하다. 베일의 색깔은 검정이 많지만, 모로코, 튀니지 등 나라별로 여성의 베일 색깔은 화려하고 다양하다.

무슬림 여성의 히잡(베일) 착용 명분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의 명분은 꾸란 여러 곳에 언급되어 있다.

“믿는 여성들에게 일러 가로되 그녀들의 시선을 낮추고 순결을 지키며 밖으로 나타내는 것 외에는 유혹하는 어떤 것도 보여서는 아니 되니라. 그리고 가슴을 가리는 머리수건을 써서 남편과 그녀의 아버지, 남편의 아버지, 그녀의 아들, 남편의 아들, 그녀의 형제, 그녀 형제의 아들, 그녀 자매의 아들, 여성 무슬림, 그녀가 소유하고 있는 하녀, 성욕을 갖지 못한 하인 그리고, 성에 대한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어린이 외에는 드러내지 않도록 하라…(이하 생략)”(꾸란 24:31).

“예언자여 그대의 아내들과 딸들과 믿는 여성들에게 베일을 쓰라고 이르라. 그때는 외출할 때라. 그렇게 함이 가장 편리한 것으로 그렇게 알려져 간음 되지 않도록 함이라. 실로 하나님은 관용과 자비로 충만하심이라.”(꾸란 33:59).

무슬림 여성의 베일 착용 관점

한편, 무슬림 여성의 관점에서 보면, 베일 착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명분을 가진다.

1. 식민지 세력에 반대하는 국가적 운동과 외국 정치에 반대하는 저항의 상징이며, 여성운동의 도구이다.

2.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확산한 무슬림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을 보호하려는 전통적 페미니즘 운동의 상징이다.

3. 무슬림 여성들이 얼굴을 드러낸 천한 계층의 여성과 자신을 비교함으로써 자신들의 높은 신분 및 권위를 나타낸다.

4. 대량 생산으로 베일의 낮은 가격 조성은 삶이 어려운 여성들에게 경제적 유익을 주며, 유행에 민감할 필요가 없다.

5. 무슬림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전달한다.

6. 성적인 유혹을 피하고 순결한 자로 정숙하게 보이도록 얼굴을 가리기 위해 베일을 착용한다.

이런 점에서 베일 착용은 명예를 중요시하는 이슬람문화에서 가문의 명예 지키는 방어 수단이다. 그러므로, 복음 전도자들은 무슬림 여성들이 베일을 착용하는 문제에 대해 무조건 공격하거나 믿음으로 베일을 벗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무슬림 여성의 베일 착용 문제점

일반적인 자연환경에서 볼 때, 무슬림 여성의 베일 착용이 햇볕과 자연 공격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한다는 것도 여성의 억압을 위한 한낱 명목상 이유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 이슬람권에서 베일을 착용한 여성들은 사회진출이 늦어지고,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기도 한다. 베일로 인해 여성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서 이슬람 남성들 사이에 동성연애가 많이 생기게 됐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베일이 경제적 이득을 가져온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적지 않은 무슬림 여성이 전신 은폐용의 베일 속에 비싼 옷을 입는다고 말한다.

현 이란 국민의 반발에 대한 핵심

이란 이슬람 정부는 신정 통치의 국가답게 온 국민에게 이슬람 율법을 강요하고, 이슬람 원리주의에 따른 통제와 처벌을 강화해 가지만, 이미 이전 왕정 때 유럽식 자유와 민주주의를 접했던 이란 국민에게 너무 심한 변화라고 생각되어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란의 경제가 처음 이슬람 혁명 정부의 공약처럼 석유를 사용해서 이란을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이끌었다면 이란 국민은 그것으로 만족하며 참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란의 경제 파국은 결국 이슬람의 강압 폐쇄 정책 때문이라는 국민의 인식이 굳어지고 있는 현 이란에서의 예전의 민주주의를 동경하며, 반이슬람 운동이 다시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이란 안에는 지하교회 교인까지 포함해서 거의 백만 명의 기독교인이 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많은 기독교인의 증가 소식에는 전 세계 교회의 이란을 향한 간절한 기도와 관심은 물론 이란 안에서 교회와 기독교인들의 고난이 가장 커다란 역할을 했다. 이란 안에서 이슬람 정부의 핍박이 오늘날 이란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만들어냈다. 우스갯소리로, 이란 교회의 부흥에서 가장 커다란 역할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호메이니’라고 말하는데, 매우 적절하고 의미심장한 말이다.

지금 전 세계 시아파 이슬람의 종주국 거대 이란은 민주화의 사태로 곳곳에서 대대적인 내부 손질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이란 여성의 히잡 착용 반대운동은 이슬람에 대한 국민의 배신감과 회의감에 따라 나타난 민주화로 가는 빙산의 일각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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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 장신대 신대원 졸업, 前 중동선교회(MET) 본부장, 現 FOT 선교회 대표. 국내 이슬람권 선교사 네트워크 회장, 저널 ‘전방개척선교(KJFM)’ 편집인, 아신대학교(ACTS) 중동연구원 교수. 저서: ‘밖에서 본 이슬람, 무슬림 이해하기'(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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