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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칼럼] 줄어드는 텐트촌의 생존 공간

ⓒ 복음기도신문

2차 장마로 인해, 휴가 시즌으로 인해, 그리고 연휴로 인해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이제는 조금 진정이 되는 듯 합니다. 오늘 아침 날씨는 가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선 듯 한 느낌을 줍니다. 생각해보면 시간만큼 성실하게 자기 일을 하는 것도 드문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하나님께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나눠주신 시간을 잘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용산역으로 향합니다. 김밥을 간식 봉지에 담아 포장을 하고 대합실로 올라갑니다. 기분이 그래서 그런지 용산역도 많이 한산해진 듯 합니다.

예쁜 옷으로 한껏 치장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산으로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한동안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는 했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가끔씩 들 것 같다는 생각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함께 모여 간단한 나눔과 시작 기도를 드린 뒤 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사역 시작과 동시에 텐트촌으로 향합니다. 최근에는 동역자들의 개인 사정으로 사역에 함께하지 못하는 분들이 계셔서 줄을 서 계신 분들께 간식을 전해드리고 텐트촌으로 내려갔는데 오랜만에 조금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을 듯 합니다.

먼저 고가 밑에 있는 텐트들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어디를 가셨는지 빈 텐트들만 저희를 맞았습니다. 몇 번을 소리쳐 불렀지만 묵묵부답입니다. 할 수 없이 그냥 돌아 나오려는데 한 아버님이 풀숲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 나왔습니다. 어디를 다녀오시냐고 물었더니 뒤쪽에 있는 텃밭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합니다. 뭘 가꾸고 계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정성을 다해 돌보고 계시는 듯 보입니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걸음을 옮깁니다. 다음은 정자 옆에 계신 아버님께로 향했습니다. 이 아버님은 지난주에 병원에 다녀온다고 했는데 치료를 잘 받으셨는지 궁금해 뵙자마자 그 내용을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아버님은 피부암이라고 합니다. 허벅지 뒤쪽에 종양이 발견됐는데 처음에는 아주 작은 크기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악성이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름이 거의 10cm 정도로 커져 제대로 앉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라매 병원에서 급하게 수술을 받고 회복중이라고 합니다.

수술한 부위를 보니 봉합한 부위가 거의 15cm정도 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처음 안 사실은 피부암은 수술을 성형외과에서 한다고 합니다. 아버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아버님을 찾아왔습니다.

저는 잠시 물러나 있었는데 옆에서 얼핏 들어보니 아버님 텐트 앞에 예전에 쓰레기가 쌓여있던 곳(지금은 말끔히 치워짐)을 가리키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저는 쓰레기를 치워준 단체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아버님과 대화를 나눠보니 코레일 직원이라고 하였습니다.

쓰레기가 치워진 땅의 소유주가 코레일인데 쓰레기가 다시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뒤에 있는 펜스를 앞으로 당겨 쓰레기가 치워진 자리에 설치한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쓰레기를 치운 게 자신들의 목적에 의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코레일처럼 다른 소유주들도 쓰레기가 쌓인다는 미명하에 자기 땅에 펜스를 치면 결국 텐트를 칠 공간이 줄어 기존에 계시던 분들마저 텐트촌을 떠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부터 텐트촌 철거 얘기가 계속 나오고는 있지만 종교단체와 사회단체의 제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런 방식으로 텐트촌의 규모를 줄여나가 결국 없애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레 듭니다. 제 생각이 지나친 비약일 수 있지만 뭔가 찜찜한 기분은 지울 수 없습니다.

텐트촌을 없애더라도 그곳에 계신 분들의 보금자리는 보장해줬으면 합니다. 하나님께서 텐트촌에 계신 분들과 함께하시며 지켜주시길 기도드립니다. <류연우>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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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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