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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어렵고 아픈 카렌족을 도울 의사가 될 거에요”

▲ 카렌족 의과대학생 아치타폰 형제. 사진: 필자 제공

화실에서 자란 아름다운 꽃을 보면 상대적인 감동을 받는다. 여러 예쁜 꽃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반면 황무지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꽃을 보면 절대적인 감동을 받는다. 황무지에서는 풀 한포기도 신비로운데 아름다운 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런 모습을 가진 한 청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카렌족으로 방콕 톤부리대학교 의과대학을 다니는 예비 의사 ‘아치타폰(Achittapol)’이다.

그의 배경과 상황은 의예과에 다닐 가능성이 전무한데 2021년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는 옴꼬이에 있는 고등학교 출신에서 전무후무한 의사가 될 것입니다.”

그가 소속된 티와타 교회 원로 목사인 따우목사의 고백이다. 이 한 마디 속에 그가 속한 사회적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옴꼬이는 치앙마이도에 속한 하나의 군인데, 태국에서 절대 오지 중에 한 곳이다. 이곳 주민 절대 다수는 카렌족이다. 그 곳에는 두 곳의 고등학교가 있다. 그가 졸업한 매뜬 위타야콤 학교는 두 곳 중에 군청 소재지가 아니라 면 소재지에 있어 더 열악하다. 승합차는 최근에 다니지만 일반 버스는 노선이 아예 없다. 지금까지 두 학교 졸업생 중에 의예과를 입학한 경우는 없었다. 앞으로도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한다.

태국에서 의과대학에 들어가려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대도시에 있는 학교에서도 일부 특출한 졸업생만 의예과에 들어갈 수 있다. 그가 졸업한 매뜬 위탸야콤 학교 졸업생 중에 지금까지 최고 학과는 간호학과였다. 의예과는 도시 명문학교 출신과 경쟁해야 하는데, 시작, 준비, 지원에서 도저히 비교가 안 된다. 지역적으로 의예과 입학이 불가능하다.

그의 가정은 역기능적인 가정으로 중학교 이후 제대로 공부할 형편이 아니었다. 아치타폰이 중학교 1학년때 아버지의 폐암이 확인되었다. 그 뒤로 아버지는 2년을 더 살다가 그가 중학교 3학년때 세상을 떠나셨다. 졸지에 과부가 된 어머니는 태국 국수(카놈센)를 팔면서 겨우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녀도 건강이 좋지 않아 담석 수술을 하고 무릎과 허리가 좋지 못해 무리한 일을 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등학교를 그럭저럭 졸업만 해도 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민족적으로 카렌족이다. 태국에 약 50만 명 정도의 카렌족이 있는데, 지금까지 2명의 의사가 있을 뿐이다. 그들은 아치타폰이 다녔던 학교와 비교하면 학력이 좋은 학교와 환경이었기에 그나마 가능했다. 대도시의 중, 상류층 타이민족도 그들의 자녀가 의사가 되기를 그렇게 바라며 어릴 때부터 지원하지만 의예과 입학이 아주 어렵다. 아치타폰은 과외나 특별 교육지도는 꿈도 꿀 수 없는 변방의 소수민족이었다.

그런데 황무지에서 꽃을 피우는 하나님이심을 아치타폰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그에 대한 지도자들의 평가는 한결 같았다.

“그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사랑하는 청소년입니다.”

신앙적으로 눈에 띄는 학생이었다. 교회의 각종 수련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찬양의 은사가 있어 태국 컴패션 주최 찬양대회에서 1등상을 받기도 했다. 아버지의 죽음과 이어지는 결핍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을 깊이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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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필자 제공

그는 어릴 때부터 의사에 대한 꿈이 있었다. 아버지의 폐암 선고와 이후 투병 그리고 죽음은 그에게 의사로서의 부르심을 더욱 확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단기의료팀을 따라다니면서 카렌족들에게 카렌 의사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태국어를 못하는 카렌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카렌족이나 카렌 난민들을 위한 섬김도 소망하고 있습니다.”

그와의 화상 대화에서 이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그는 편안한 길을 택할 수 있었다. 2020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치과대학에 입학이 되었기 때문이다. 태국에서도 치과 의사는 중산층 이상의 경제적, 사회적 보장이 된다. 그런데 그는 의예과를 고집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고치고 섬기는 길이 그의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2021년 방콕 톤부리 대학교 의예과에 입학했다. 문제는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학비가 큰 숙제였다. 보증금이 통장에 있어야 입학을 시키는 제도를 시행하는 학교였다. 방콕에서 일하는 형의 회사 사장이 보증금 200만 받(약 7000만 원)을 무이자로 빌려주었다. 졸업할 때까지 통장에 있어야 하는데, 기적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학교의 학비가 의외로 높았다.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교수들로 일하는 의사들의 진료비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1년 학비가 3500만 원으로 태국의 중산층도 감당하기 힘든 액수이다. 교회 교인들과 친척들이 빌려주어서 1학년을 마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입학 이후 학교 성적이었다. 작년 그가 입학한 것도 기적이지만 사실 걱정은 남아 있었다. 어려운 의예과 과목을 제대로 따라 갈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올해 1학년을 마친 성적은 4.0만점에 3.4였다. 버스도 다니지 않은 곳의 고등학교 배경을 고려하면 이것은 대단한 결과였다. 그의 성실함과 지식에 대한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이면 동료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결과이다.

그의 학비를 위한 교회와 성도들의 헌신이 눈물겨웠다. 교회가 힘을 모아 180만 원을 마련했다. 원로 목사 가정은 쌀을 팔아 100만 원이상을 도왔다. 많은 성도들은 무이자로 학비를 빌려주었다. 원로목사는 지인들에게 기도를 부탁하고 백방으로 뛰고 있다.

“우리 오지의 카렌 중에도 의사가 된다면 아이들에게 큰 희망과 본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입학시켰는데, 졸업 후에도 신실한 의사가 될 것을 위해 기도합니다.”

마치 자신의 자식과 같이 부탁을 한다. 그가 어릴 때부터 지켜보았던 담임 목사와 다른 교회 지도자들도 같은 심정으로 학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의 남은 학비를 생각하면 여전히 많은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죽음을 준비한 마리아의 ‘향유 옥합’을 생각한다. 1년치 노동자 품삯에 해당되는 액수라고 한다. 이것은 무모하고 비합리적인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당신의 장례식의 한 과정으로 말씀하셨다. 어떻게 보면 아치타폰의 의예과 입학과 그 가정 그리고 교회의 헌신은 너무 무모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한 명의 의사가 추가되는 것과 다른 의미가 있다. 그의 배경, 가정, 민족, 형편을 생각하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은 연약한 자를 통하여 일하시는 하나님의 상징적인 인도하심이다. 이렇게 보면 이것은 무모하지만 꼭 필요한 투자이다.

오늘 같이 동행한 시니어 선교사가 그 학생의 장학금으로 매달 10만 원 이상을 후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엘리야가 일곱 번 무릎을 끊었을 때 사환은 ‘사람의 손바닥만한 구름’을 보았다. 태국에 온지 한 달 밖에 안된 그 분의 헌신은 마치 ‘사람의 손바닥만한 구름’처럼 느껴진다. 그는 한 달 전에는 태국에 없었고 카렌족이 누군지도 몰랐던 분이시다. ‘건물 세움’이 아니라 ‘사람 세움’의 가치를 이해하고 주저없이 참여하셨다.

카렌족 의사를 세우는 것은 많은 재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사람의 눈에 거의 띄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결국 그것이 선교의 성패를 결정하게 된다. 황무지에 핀 꽃과 같은 아치타폰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된다. 치료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닮은 의사가 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손바닥만한 구름’뒤에 올 ‘은혜의 큰비’를 소망하며 기도한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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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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