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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선 칼럼] 어떤 장례식

사진: pixabay

아래의 글은 제가 어제 고 주경숙 사모의 추도모임에 다녀올 때의 마음을 썼고 또 하나는 선교사 후보생으로 있던 1999년에 쓴 글입니다. 당시 연희라는 자매가 뇌종양으로 죽었는데 화장터에 다녀오며 쓴 글입니다. 그 때 고 주경숙 사모의 남편 목사도 함께 갔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20여년이 지나 주경숙 사모의 죽음을 애도하며 글을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글을 쓰더라도 최소한 20여년이 더 지난 후에나 쓸 줄 알았지요.

고(故) 주경숙 사모 추도 모임에 참석하며

비가 퍼부었다. 차의 와이퍼를 가장 빠르게 해도 시야를 가릴 정도로 비가 쏟아졌다. 하늘이 무너졌나?

문득, 오늘의 비는 고 주경숙 사모의 눈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60도 안된 젊은 나이에 사랑하는 남편 목사와 두 딸, 그리고 섬기던 교회 성도를 두고 떠났으니 그 죽음은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는 오늘, 하늘이 무너진 듯 주경숙 사모가 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맘 푸세요. 사모님!

죽고 사는 것은 주님이 정하시는 것이고 아직 세상을 사는 사람은 더 살며 일하다가 하나님의 나라로 갈 것이니 남편 목사도 두 딸도 그리고 성도들도 그 때 뵈어요.”

주경숙 사모가 내 맘 속 말을 들었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비가 그쳤다. 날이 갠 것은 아니나 비 온 후에 느껴지는 그 맑음이 달리는 도로 위의 풍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연희 자매를 생각하며

울만큼 자매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울고 있는 자매의 어머니와 언니 그리고 가슴으로 피눈물을 쏟으시는 아버지 저쪽 구석에서 흐느끼는 남동생을 보며 사람이 사람을 보고 슬퍼하는 정의 눈물을 흘립니다.

영정 사진의 자매는 참 곱게도 생겼습니다.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는 의식도 없던 얼굴과는 다르게 갸름하고 화사한 얼굴이 꼭 이 사월에 피어난 벚꽃과도 같습니다.

병(病)이란 무엇입니까? 머리에서 자라난 무서운 뇌종양! 말기에 발견하여 어떻게 손 쓸 틈 없이 수술로 이어지고, 그렇게 2년이란 세월을 병원에서만 보내고 결국엔 의식도 없이 식어지는 몸을 우린 보고야 말았습니다.

모두가 포기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던 어머니! 민 집사님의 애끓는 흐느낌과 표정마저 잃어버린 아버지! 부모는 땅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데 나이 드신 작은 가슴 어디에 묻힐 곳이 있을까요? 2년 동안 상하고 찢긴 마음 어디에, 담아둘 작은 여유나 있을까요?

벽제 화장터에서 마지막 예배를 드리며 자매의 차마 영정(影幀)이라고 말할 수 없는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국화로 둘러싸인 자매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차라리 붉은 장미가 더 어울릴 아름다움을 봅니다. 은은한 미소가 입가에 돌고 누구에게나 상냥했을 그 눈을 바라봅니다.

어떤 장례 찬송가로도 적합지 않은 나이의 자매를 떠나보냅니다. 질식할 것 같은 무거운 분위기가 감도는 온 몸을 태울 저쪽 방으로 자매를 보냅니다. 끝내 마음을 추스르던 어머니 민 집사님이 주저앉습니다.
비명에 가까운 언니의 울음이 자매에게는 들립니까?

영혼이 있다면, 몸이 땅에 묻히거나 태워지기까지 아직 이 땅에 남아있는 것이라면 하늘나라 오르기 전에 이 눈물을 담아가기 바랍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언니와 동생, 그리고 친척과 교회 성도의 가슴 아리며 흘리는 눈물을 두 손에 담아가기 바랍니다.

천국엔 눈물이 없다는데 가서 즐겁게 살다가 천국의 그 누구라도 손에 묻은 것이 무어냐 묻거든 내 어머니 아버지, 언니와 동생, 친척과 성도의 눈물이라고 이야기하기 바랍니다. 너무나 아쉬운 나이에 죽어 삶을 끝낸 나를 보고 울어준 사랑이라고 이야기하기 바랍니다.

그러나 자매님! 난 천국엔 눈물이 없다는 말씀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아프게 헤어진 사람들이 다시 만날 때에 눈물이 없겠습니까? 너무 기뻐도 눈물이 나는 것을 천사들은 이해 못해도 어머니 민 집사님과 아버지, 그리고 언니와 동생은 기쁨의 눈물을 펑펑 흘릴 것입니다.

어제는 비가 왔습니다. 중환자실 호흡기를 떼어놓는 날이라 그랬나 봅니다. 비로, 여의도 윤중제의 꽃들이 다 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지 않았습니다. 그 많은 봄비에도 벚꽃과 개나리,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은 피어 있었습니다. 비록 해는 나지 않았어도 화사한 자매의 웃음 닮은 꽃들은 거기 그대로 있었습니다.

다시 만납시다. 비도 없고 날도 흐리지 않은 천국에서. 화사한 벚꽃 닮은 웃음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 닮은 이야기로…

편집후기 | 최근 다음세대에게 성경을 가르치기 위해 자신의 삶을 전부 드린 한 선교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10대 청소년들의 최대 관심사는 한 마디로 ‘돈’이라고 했다. 10대에 이미 증권투자를 시작한 세대들에게 죽음의 의미가 마음에 새겨진다면, 기쁜 소식 복음을 들을 공간이 생기지 않을까?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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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선 선교사 | GMS(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선교회) 소속으로 중국에서 사역 중 추방된 이후 인터넷을 활용한 중국 선교를 계속 감당하고 있으며 세계선교신학원에서 신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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