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수술을 한 친정 어머니를 돌보느라 한 달 늦게 그리운 가족이 있는 선교지로 돌아왔다. 어느 날 오후 아들과 태권도 놀이를 했는데, 그날 밤부터 아들의 발차기를 당한 복부에 극심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이후 열이 39도가 넘고 해열제로도 잡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현지 병원에 가게 되었고, 간의 기생충 혹이 복강으로 터져 나와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는 기가 막힌 통보를 듣게 되었다. 아마도 10년 이상 된 기생충 혹일 수도 있다는 현지 의사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고 곧바로 응급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열은 떨어지지 않았고, 수술 17일째 결국 한국행을 선택했다. 혼자 한국으로 돌아왔기에, 아픈 와중에 순간순간 모든 결정을 남편 없이 혼자 내려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함께 하시는 주님을 더욱 의지하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감염된 기생충의 수술에 대해 아는 한국 의료진이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주님께 매달렸다. 살려달라고, 열 좀 떨어지게 해달라고.
감사하게 수술 일주일 전부터 열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렇게 아프기 시작한 이후 거의 두 달 만에 간 60%와 쓸개를 절제하고 복부에 터져나온 기생충의 알들과 찌꺼기를 씻어내고 선교지 병원에서 한 복강경 수술로 유착된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6시간가량의 수술을 마치고 병실로 돌아왔다. 15분마다 강한 진통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숨을 쉴 수조차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하루 이틀이 지나며 병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과 웃음 소리,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나를 미소를 짓게 했다.
이제는 산책할 만큼 많이 회복됐지만, 지나온 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 아득하다. 난 수술 전 매일 주님과 부흥회를 했다! 온라인 기도회를 참여하면서, 주님과 매일 춤추며 방안에서 울고 웃으며 하나님과 독대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교 사역이 어느 순간 우상이 되어 있던 내게 주님은 회개의 눈물과 기쁨을 주셨고, 선교사로서 회의를 느끼고 두 마음을 품고 선교사를 그만두고 다른 것을 해보고 싶어 도망가려 하는 내게, 주님은 ‘한마음’을 말씀하셨다.
선교지에서 그렇게 갈망하던 주님과의 뜨거운 시간이, 약봉지를 한 움큼씩 쥐고 있는 이 시간을 통해 육신의 수술과 영적인 수술이 같이 진행되게 하실 줄이야! 몸은 아프고 피곤했지만 내 입술은 주님을 찬양했다. 주님은 내게 ‘너는 행복자라!’ 말씀하셨고 주님과 함께 고난에 참여함이 영광이라 하셨다. 이제는 주님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려는 나의 욕심과 종교적 야망을 버리고, 주님이 쓰시기에 적합한, 날마다 깨어지는 깨끗한 질그릇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복음기도신문]
J국, ooo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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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저를 써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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