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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칼럼] 예루살렘 한복판의 묘한 바위 이야기

▲ 예루살렘의 황금 돔(Dome of the Rock), 출처: 픽사베이

밖에서 보는 이슬람(14)

무슬림들의 3대 성지

지금 16억이 넘는 전 세계 무슬림에게 거룩한 땅 세 곳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메디나, 그리고,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이 그곳이다. 무슬림들은 예루살렘을 가리켜 ‘꾸두스’로 부르는데, 이슬람 발원 초기부터 무슬림들에게는 중요한 땅 중 하나였다. 예루살렘, 즉, 꾸두스는 이슬람 초기 무슬림들의 예배 방향이었으며, 동시에 무슬림들이 매년 방문하는 성지순례의 땅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예배의 방향과 성지순례의 장소가 모두 꾸두스에서 메카로 바뀌었다.

예루살렘에 있는 한 바위의 정체

예루살렘에 있는 이 바위는 유대인들에게는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아들 이삭을 희생제물로 드렸던 장소요, 동시에, 다윗으로부터 시작해서 솔로몬 왕 때 와서 완성된 여호와 하나님의 집이 있던 유대 성전 터전이다. 다윗 왕은 일찍이 그의 조상 아브라함이 그의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쳤던 모리아 산을 성전 터로 결정하여 둔 것이었다. 이로부터 유대인의 신앙에 따르면, 이 바위 터 위에 새 유대 성전이 지어져야 한다.

다윗 왕이 예루살렘을 점령할 때까지 예루살렘의 본래 이름은 ‘여부스’였고 그곳에 사는 원주민도 여부스 사람이라고 불렸다(대상 11:4). 당시 여부스에는 ‘시온(Zion)’이라는 부르는 성벽을 둘러싼 산성을 갖고 있었는데, 다윗 왕의 점령을 계기로 하여 이곳을 다윗의 성으로 불렀다(대상 11:5).

유대왕국에 관한 예언의 성취적 인물이 된 다윗 왕은 선지자 나단을 통해 그 왕국이 영속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성경의 구절이 시편 2편이다. 왕 위에 오르는 그 후손은 여호와의 기름 부음 받은 자요(시 2:2), 하나님께서 왕을 거룩한 산 시온에 세우시며(시 2:6), 그가 왕위에 오름과 함께 하나님의 아들이 되며(시 2:7), 그 왕의 통치 영역은 땅끝까지가 되며(시 2:8), 그 왕의 통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들은 멸망하게 될 것이며(시 2:9~12), 그의 왕권에 순종하는 자들은 복을 누리게 된다(시 2:12). 이로부터 이 바위 터는 시온 사상을 가진 유대인들에게 생명처럼 여기는 본질이 되어버렸다.

유대왕국의 멸망

그러나, 솔로몬 왕 때 완성된 성전도 그리 견고하지 못했다. 왕국은 북이스라엘과 남 유대왕국으로 나뉘었다. 유대왕국은 시드기야 왕 때, 바벨론 제국의 느부갓네살 왕에 의해 멸망했고(왕하 24:1~8), 그 집은 파괴되었다(BC 586). 유대왕국의 백성은 바벨론에 포로가 되고 말았다.

그 후, 바벨론 제국에 끌려갔던 유대 포로들이 그들의 고토로 돌아와서 나라를 다시 세우면서 스룹바벨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집인 유대 성전이 재건되었다. 하지만, 다윗 왕조와 유대왕국은 회복하지 못했다. 그 뒤, AD 70년에 훗날 로마제국의 열 번째 황제가 되는 티투스(AD 39~81) 장군에 의해 두 번째 유대 성전은 다시 파괴되었고, 이때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은 온 세계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누가 그 땅의 주인인가?

그 후 2천 년 가까이 지나 유대인의 땅이었던 지금의 팔레스타인(성경의 블레셋) 땅으로 돌아와 이스라엘을 건설했다(AD 1948). 이후부터 팔레스타인 땅에 살던 아랍인들과의 땅 싸움이 시작되었다. 땅 하나를 놓고 두 주인이 나타난 것이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비록 건국되었지만, 다윗 왕조나 유대왕국이 회복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유대인들의 성전 터에는 무슬림들의 두 성전인 ‘알아끄사’ 사원과 일명, 황금 돔 혹은, 바위 돔(Dome of the Rock)으로 불리는 ‘알사크라’ 회당이 자리 잡고 있다.

무슬림들에게도 본질이 되어버린 바위

유대인들이 본질로 여기는 이 바위가 지금 무슬림들에게도 본질이 되었다. 지금 모든 무슬림은 이슬람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이 바위 터에서 승천했다는 전승을 믿고 있다. 그래서, 이 바위 터는 무슬림들에게도 가장 성스러운 곳이며,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바위가 되어버렸다.

지금 예루살렘의 이 바위 터는 황금 돔으로 그 위를 입힌 채 무슬림들의 소유가 되어 관리되고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지금 무너진 성전을 둘러싸고 있던 담벼락 중 하나 남은 북쪽의 벽, 곧 ‘통곡의 벽’에서 통곡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그들의 성전 재건의 꿈을 오늘도 다지고 있을 뿐이다.

지금 무슬림들은 유대 성전 터의 기초가 되었던 사건 즉,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드렸던 사건 자체를 부인한다. 무슬림들은 꾸란 37장을 통해서 아브라함이 받쳤던 제물은 이삭이 아니라 이스마엘이었다고 주장한다.[1]

바위에 얽힌 이슬람의 전승

무함마드가 이슬람을 창시하기 전, 대상(카라반)의 일원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한 적이 있던 것 같지만, 그가 이슬람을 태동시킨 후에는 예루살렘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꾸란 17장 1절에 따르면, 알라가 그를 백마에 태우고 소위 ‘은하수 속 밤하늘’ 여행을 통해 예루살렘을 방문하였으며, 예루살렘에 있는 이 바위를 딛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주장한다.

“알라의 종을 밤중에 (메카의) 알하람 사원에서 (예루살렘의) 알아끄사 사원으로 밤하늘을 여행시킨 그분께 영광이 있으소서. 그곳은 알라가 축복을 내린 이웃으로 알라의 일부 표적들을 보여주고자 함이라. 실로 알라는 들으시며 지켜보고 계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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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 돔 내부에 있는 바위 출처: pixabay

현재, 예루살렘에 있는 이 바위를 둘러싸고 있는 ‘알아끄사’ 모스크는 아랍어로 ‘가장 먼’(the farthest)이라는 뜻이 있다. 이는 최초의 이슬람 공동체가 형성된 사우디의 메디나와는 달리 이슬람이 태동한 메카에서 가장 멀리 있는 곳에 세워진 사원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

무함마드는 자기의 환상 가운데, 예루살렘을 방문해서 이 바위를 딛고 하늘까지 방문하여 그곳에서 두 번씩이나 알라를 만났다고 주장한다(꾸란 53:8~15). 무슬림 학자 일부는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예루살렘까지의 여행(꾸란 17:1)과 바위를 딛고 하늘로 승천한 사건(꾸란 53:8~15)을 하나로 묶어서 메카에서 예루살렘의 알아끄사 모스크까지 여행하였다가 거기에서 다시 하늘로 여행했다고 주장한다.

즉,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알아끄사 사원에 도착하자, 아브라함을 비롯한 여러 선지자가 그를 맞이하여 함께 예배를 드렸고, 무함마드는 예배 이후, 하늘까지 여행하였는데, 그는 선지자들을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이때, 하늘로 올라갔던 예수와 세례 요한은 천국 2층에 있었고, 아브라함과 알라의 보좌는 7층에 있었는데, 무함마드는 7층까지 올라가 아브라함과 알라까지 직접 만나 보았다는 전승으로 무슬림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다.

초기 무슬림들의 예배 방향이었던 예루살렘

무함마드가 예루살렘을 이슬람의 성스러운 중심지로 생각했던 점은 무슬림들의 다섯 가지 덕목 중 하나인 예배의 방향[2]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금 무슬림들은 메카를 향해 예배를 드리지만, 이슬람교가 창시된 AD 610년부터 622년까지, 12년 동안 무슬림들은 예루살렘을 향해 예배하였다. 이는 구약 성경에서 선지자 다니엘이 바벨론의 포로가 되어 생활하면서도 하루 3번씩 매일 예루살렘을 향해 예배하였는데, 여기에 영향을 받은 무함마드도 그를 따르는 무슬림들에게 예루살렘을 향해 하루 5번씩 예배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무함마드는 왜 예배의 방향을 예루살렘에서 메카로 바꾸었을까? 그는 AD 610년 메카에서 이슬람을 태동시킨 후, AD 622년에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하게 된다.[3] 그런데, 당시 메디나에는 이미 많은 유대인이 살고 있었다.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당시 메카의 우상 숭배자들로부터 생사의 갈림길에서 쫓김을 당하였기 때문이며, 그가 피해 갔던 메디나 지역 유대인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무함마드는 자기가 알라의 선지자 중 하나로 확신하고 있었기에 종교성을 가진 유대인들이 자기를 도울 것으로 기대했지만, 유대인들은 무함마드를 선지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메디나에는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이주하기 전부터 이미 무슬림들이 살고 있었다. 이곳에서 무함마드는 무슬림들을 대상으로 최초의 이슬람 공동체인 ‘움마’를 형성하였다. 그래서, 그는 그곳에서 자기를 대적하는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투쟁했는데, 이때부터 무함마드는 예배의 방향을 예루살렘에서 메디나로 바꾸었다. 이슬람에서 얘기하는 지하드, 소위 ‘성전’의 개념도 바로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예루살렘 성전 터에 이슬람의 바위 돔(Dome of the Rock)

지금 예루살렘 성전산에 우뚝 솟아 있는 바위 돔(Dome of the Rock)을 아랍어로는 ‘꿉바트 알싸크라’(바위의 돔)라고 부른다. 현재의 돔에 황금을 입힌 사람은 현재 요르단의 왕인 압둘라의 부친 후세인 왕이다. 후세인 왕은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39대손이라고 자처하는 가운데, 당시 영국에 있는 그의 별장을 매각하여 예루살렘의 바위 돔에 황금을 입혔다. 9.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도 예루살렘의 알아끄사 사원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는지 다음과 같은 그의 표현을 통해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전투원이든 민간인이든 미국인과 그 동맹자들을 죽이는 것은 모든 무슬림의 개인적인 의무다. 이는 예루살렘의 알아끄사 사원과 신성한 메카를 그들의 손에서 해방하고 그들의 군대를 모든 이슬람 땅에서 몰아내기 위해서이다.”[4] 

현재 무슬림들이 알아끄사 사원을 관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오사마 빈 라덴은 그곳이 여전히 유대인들에 의해 점령되어있다고 보았으며, 그 사원을 유대인들로부터 해방하는 것이 그가 가진 생애의 목표 중 하나였으며, 그가 저지른 끔찍한 테러의 근거가 되었다.

결국, 지금 예루살렘에 있는 이 바위 터는 세계의 커다란 두 종교 분파 즉, 유대인들과 무슬림들 모두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장소이며, 생명을 내어놓고라도 지켜야 하는 본질적인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조그마한 이 바윗덩어리 하나가 이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분쟁의 씨가 될 줄 어느 누가 짐작했을까?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분쟁으로 손꼽는 예루살렘 문제이다.

서로 자기들의 바위 터이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커다란 두 종교 분파 중 과연 어느 쪽에 한 표를 던질 것인가? [복음기도신문]


[1] 꾸란에는 제물로 드린 아들이 곧 이스마엘이라고 직접 언급되지 않고, 단지 ‘아들’이라고만 언급하고 있다. 또한, 꾸란은 아브라함이 아들을 제물로 드린 장소도 분명히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이슬람 전승에 따르면, 아들이 제물로 드려진 장소는 예루살렘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아브라함이 이 제사를 통해서 아들을 드린 사건을 기념해서 오늘날 이슬람교의 희생절 행사가 시작되었다.

[2] 예배의 방향을 아랍어로는 ‘끼블라’라고 하는데, 모스크 밖에 예배드릴 때는 예배의 방향인 ‘끼블라’를 찾기 위해 나침반 등을 활용하지만, 모스크에 들어가면 정면에 ‘끼블라’가 배치되도록 건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3]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해를 이슬람력의 원년으로 본다. 이슬람력을 라틴어로 ‘히지레’(Hegira)라고 부르는데, 히지레는 이주라는 뜻을 가진 아랍어로이다. 또한, ‘메디나’라는 말은 아랍어로 도시라는 뜻으로 선지자의 도시라는 뜻의 아랍어 ‘메디나 틸나비’의 약자에서 나왔다.

[4] 월간 중앙, 2001년 10월호 특집 기사.  

kim ji

김종일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 졸업, 전, 중동선교회(MET) 본부장, 현, 터키어권선교회 대표. 국내 이슬람권 선교사 네트워크(M-NET KOREA) 회장, 저널 ‘전방개척선교(KJFM)’ 편집인, 아신대학교(ACTS) 중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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