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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없는 세상에서 영원한 천국 가는 나그네 길

존 번연 지음 | 최종훈 옮김 | 포이에마 | 383p | 2011

많은 성도들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었다는 존 번연의 천로역정. 이 책을 접하는 젊은 크리스천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기만 하는 것이 안타까웠던 C.J. 로빅은 원작의 아름다움과 분위기를 지키면서도 이 시대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을 가다듬어 다시 편집했다. 책이 발간된 이래 무려 300년 동안 성경의 뒤를 잇는 베스트셀러인 천로역정을 통해 우리 또한 천국을 향해 가는 순례자의 여정을 걷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크리스천이 순례자가 된 것은 말할 수 없는 괴로움 때문이었다. 복음 앞에 서도록 도왔던 내 삶의 처절한 절망, 괴로움이 떠올려졌다. 절망의 자리에서 참된 소망을 붙들게 된 것은 주님의 신비이다. 그는 손에 들린 책을 읽어나가며 어떻게 해야 구원을 얻을 수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삶의 본질적인 문제로 괴로워하며 울부짖었다. 그때 나타난 전도자의 안내를 통해 순례의 여정이 시작된다. 첫 발걸음을 떼던 그 순종의 시간이 오버랩되어 온다. 주님을 생명으로 만나고픈 그 간절함, 목마름의 시간들. 모든 영혼들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하나와 지명들은 몇 번이고 곱씹어 묵상하며 내 것으로 삼아야 할 요소들이다. 소망 없는 세상에서 영원한 천국을 향해 가는 나그네 길에 무엇을 특별히 조심해야 하고 무엇을 반드시 붙들어야 하는지 깨어 있으라는 주님의 음성이다. 믿음의 걸음을 방해하고 막는 장애물, 걸림돌, 뒤돌아서게 하는 것들 때문에 까마득한 인생들이 마른 뼈와 같이 되었으리라.

좁은 문으로 나아가라
믿음의 걸음을 걷기 시작했지만 낙담의 늪에 빠져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는 ‘유약한’ 사람. 좁은 길이 아닌 쉬워 보이는 길을 선택했던 ‘허울’과 ‘위선’, 이어서 등장하는 ‘소심’과 ‘불신’까지 한결같이 좀 더 쉬워 보이는 길, 넓은 길로 가고자 하는 이들이었다. 주님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마 7:13~14)고 말씀하신다. 허울과 위선, 소심, 불신, 유약함. 이 모든 것들이 내 삶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주의 은혜를 구한다.

치열한 순례자의 여정
크리스천은 그들을 놀리고 비아냥거리며 비난하는 이들, 끊임없이 핍박하며 비판하고 꾸짖는 이들이 있는 ‘허망시장’을 지나야 했다. 그로 인해 크리스천과 신실은 족쇄를 차고 철창에 갇혀 사형집행 날짜가 결정되기를 기다렸고, 결국 ‘신실’은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후에 ‘소망’과 함께 할 때에도 ‘의심의 성’, ‘절망거인’을 만나면서도 결국 고난을 통과한다. 이때 가장 힘겨웠던 싸움은 보이지 않는 내면의 싸움이었다. 냉정하고 치열하게 모든 과정을 통과하며 자기 자신(자아)과 싸우게 하시고, 보물(말씀)과 열쇠(기도)를 사용하여 넉넉히 통과하게 하심이 참 감사하다. 그들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거룩한 성 예루살렘
이제 크리스천과 소망이 새 예루살렘에 입성하려면 반드시 건너야 할 강 앞에 서 있다. 그 강에 뛰어드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큰 두려움 속에서도 죽음을 통과하는 그 순간까지 주님을 의지하게 하시는 시간이었다. 정신을 차린 크리스천이 큰소리로 말한다. “오, 주님이 다시 보여! ‘내가 너와 함께 하고, 네가 강을 건널 때에도 물이 너를 침몰시키지 못할 것’(사 43:2)이라고 말씀하시네!” 이 외침이 내 안에 울리며 눈물이 울컥 났다. ‘그렇지! 주님이 나와 함께 하시면 그 어떤 것도 침몰시키지 못하지!’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 믿음의 싸움이다. 그곳에서 천사들이 이끌어주며 마침내 성안으로 들어섰다. 이것이 바로 우리 순례의 여정의 마지막 순간이리라!
열방의 절망적인 소식들이 들려온다. 전쟁의 참혹함, 전염병의 창궐함. 이 밖에 얼마든지 맞닥뜨리게 될 절망의 상황들이 우리에게 찾아오겠지만,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않을 것을 믿는다. ‘소망’이 없었다면 크리스천 홀로 끝까지 가지 못했을 것이다. ‘내 주여 내 발 붙드사 그 곳에 서게 하소서!’ [복음기도신문]

정준영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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