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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통신] “고난의 터널을 지나 더욱 정체성이 분명한 나라와 민족이 될 것”

▲ 우크라이나 난민들. 사진: 김태한 선교사 제공

우크라이나 리포트 (4)

엊그제 들어온 난민들 중 약 30여 명이 유럽을 향해 길을 떠난다.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센터 앞 버스에 오른다. 계속 묻는다. “가는 곳이 폴란드의 어느 곳인데 거기도 가나요? 체코의 어느 도시는요? 독일 어느 도시는 가나요?”

버스는 루마니아 서부 오라데아(Oradea) 도시로 향한다. 450km 떨어진 곳. 밤길 8시간을 달려가야 한다. 그곳에 유럽 각 나라로 향하는 버스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까지 오는 것도 힘들었는데 다시 버스에 앉아 낯선 곳을 향해 가는 이들을 보니 안타깝다. 눈은 지쳐있고 두려움이 가득하다. 그들을 격려했다.

“여러분은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루마니아에 머물렀고 다시 유럽 여러 나라로 흩어지고 있습니다. 이 여정에 하나님이 여러분과 함께 하시고 지켜주시길 바라고 기도합니다. 지금은 흩어지지만 하나님이 여러분을 사랑하셔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저도 때가 되면 우리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 때 다시 모여 우리를 불러주신 주님을 찬양합시다. 주님의 은혜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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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난민 아이들과 김태한 선교사. 사진: 김태한 선교사 제공

센터에 새로 입주한 사람들이 식당에 모였다. 시편 27편 1절 말씀을 읽었다.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 여호와는 내 생명의 능력이시니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리요” 러시아 성경은 여호와 하나님을 빛(스비엣), 구원(스파세니예) 그리고 산성(크레파스티)이라 번역했다. 아래의 메시지를 전했다.

“저희 부부는 한국에서 왔고 우크라이나에서 19년째 사역하고 있습니다. 이 센터에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힘든 여정, 어려운 일을 겪은 것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전에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을 겪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리라고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우리가 루마니아 이곳 센터에 오리라고, 며칠 후면 유럽 여러 나라로 흩어져 가리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저도 키이우에 우리 집을 두고 떠났습니다. 자동차와 모든 물건을 두고 가방 하나만 챙겨 나왔습니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혹시 일어나더라도 곧 끝나서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일 가까운 이곳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보니 곧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바라지 않지만 점점 더 오래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처럼, 저도 집이 그립고, 친구들과 모든 것이 보고 싶습니다. 작년 말에 교회 앞 마당에 튤립 구근을 많이 심었습니다. 이제 꽃대가 자라 꽃을 피울텐데 아름다운 그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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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을 전하는 김태한 선교사와 우크라이나 난민들. 사진: 김태한 선교사 제공

점심 때 어느 가족 옆에서 식사하며 꼬마에게 물었습니다. ‘맛있지?’ 그랬더니 그 아이가 대답합니다. ‘프쇼 라브노 도마 루체’(Все равно Дома Лучше, 그래도 집이 최고지요.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의미). 그래요. 우리 모두는 집을 떠나 이곳에 있습니다. 오늘 읽은 시편은 다윗 왕이 기록한 글입니다. 그는 여호와 하나님을 빛, 구원, 산성이라 부릅니다. 하나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여러분의 생명을 지켜 주셨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기억하십시오. 하나님은 우리의 빛, 구원, 산성이 되십니다.

한국도 70여 년 전 한국전쟁을 겪었습니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통해 강해지고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장했습니다. 온 세계가 지금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일, 한국교회는 같은 시간에 모여 TV로, 인터넷으로 우크라이나와 여러분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온 세상이 우크라이나를 보고 놀라고 있습니다. 전에는 잘 몰랐던 나라지만 여러분을 보고 놀랍니다. 러시아군의 탱크 앞에 온 동네 사람이 나와 맨몸으로 서서, “여기는 우리 땅이니 돌아가라!” 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절대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겠다. 나를 제일 먼저 죽이라’ 라고 했습니다. 용감하게 외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러시아군이 많은 무기를 갖고도 도시를 점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이 분명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러시아, 벨라루스 (하얀 러시아라는 의미),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스스로 ‘말로 로씨야’(작은 러시아)라고 불렀지만 이제 누구도 그렇게 부르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하나가 되고 강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여러분 스스로 깨닫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의지하는 나라가 아니라 독립된 강한 나라라고 선포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위대한 나라, 위대한 민족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어디에 가든 하나님은 우리의 빛, 구원, 그리고 산성이심을 잊지 말고 기도하시길 바랍니다. 낙담하지 말고 긍정적인 언어로 서로 격려하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일어설 수 있다’라고 선포하십시오. 전능하신 하나님이 이 전쟁을 반드시 끝내실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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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난민들. 사진: 김태한 선교사 제공

그 날에 여러분과 저는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친구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때 우리 다시 모여 하나님을 찬양합시다. 주님이 여러분을 통해 일하시고, 우크라이나를 통해 놀라운 일을 행하실 것을 믿습니다. 믿음을 잃지 말고, 건강하고, 기도하시길 바랍니다.”

고난의 터널을 지나며 우리 형제, 자매들의 정체성이 확실해짐을 느낀다. 더불어 내 정체성도 또렷해진다. 우크라이나는 우리 부부에게 또 다른 조국이다. 그렇다. 이들과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이다. 늦은 밤 숙소로 돌아왔다. 피곤한데 심장은 더 힘차게 뛰는 것 같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김태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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