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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여성으로서 일하며 배운 노동의 소명과 도전

사진: pixabay.com

“ 성경은 분명히 여자도 남자와 동일한 부르심을 받았다고 가르친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 ”

지난 가을 미국 통계청은 냉정한 현실을 보여 주는 통계를 발표했다. 이 통계와 관련하여 AP통신은 이렇게 보도했다. “2020년 봄 팬데믹이 발생한 후에 취학 연령의 자녀를 둔 여성 약 350만 명이 직장을 잃거나 휴직을 하거나 사직을 했다.”

그동안 일을 계속 이어갔던 여성들도 있었지만, 직장을 잃은 여성들은 자신의 노동이 어떠해야 하는지 팬데믹을 겪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떤 여성은 하루 종일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붙잡혀 있다며 한탄했다. 책임을 분담하면 기대치 않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여성도 있었다.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은 당연히 휴가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집에 있는 엄마는 휴가를 가질 수 없다. 사실 가사 노동도 까다롭기는 직장에서 하는 일과 마찬가지다.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내가 직접 배운 바다.

17년 전에 나는 임신 7개월의 몸으로 학위를 받으러 졸업식장을 걸어가면서 앞으로 육아와 함께 박사 학위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사랑스러운 딸의 두 눈을 바라보면서 딸아이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안에서 경쟁하고 있는 두 가지 열정을 보게 되었다. 한 편으로는 엄마가 되고 싶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무엇이건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싶었다. 결국 나는 추가적인 학업은 중단하고, 그저 내 능력을 유지시켜 줄 수 있을 정도의 직장에 계약직으로 취직했다. 동시에 할 수 있는 대로 엄마로서의 삶도 살아내려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 또래의 여성들이 이뤄내는 성과를 줄곧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가정에서 아이 넷과 함께하는 일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의 작은 마음들을 빚어내고 기르는 것의 고귀함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지난 8년간 아이들과 홈스쿨링을 했다.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새로운 것을 궁금해 하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길러 주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을 위해 4H클럽과 야구클럽에서 자원봉사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그동안 직장에서 익혔던 실력들을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수많은 방식으로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하나님은 나를 위하여 참으로 많은 선한 일을 하셨다. 그리고 내가 가장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던 바로 그 때에 남편이 갑자기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가정을 홀로 짊어지게 되면서 나는 마지못해 생계도 책임져야 했다. 나는 일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의 권리나 가치를 평가절하하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생계를 꾸려가기 위한 노동을 억지로 떠맡고 있는 것은 그것이 결코 내가 계획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단 한 번도 아이 넷을 키우는 가정의 생계를 홀로 꾸려가는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엄마로서의 삶과 한부모의 책임을 함께 짊어지는 삶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직장으로 돌아간 후 고통 속에서 발견한 지혜를 통해, 나는 더러운 식기와 세탁물로 씨름하던 가사 노동의 고귀함을 다시금 발견하게 되었다. 또한, 매일 아침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인간의 노동과 번영에 대한 하나님의 진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세탁실에서 가사 노동을 하고 있건, 사무실에 앉아 있건, 이 글은 읽은 이들에게도 노동에 대한 다음의 교훈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직업, 하나의 부르심

성경은 분명히 여자도 남자와 동일한 부르심을 받았다고 가르친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 3:23). 이 말씀을 생각하면 남자의 세계, 또는 남자의 기업 세계(corporate world)는 없다. 오직 하나님의 세계가 있을 뿐이다. 부르심에는 높고 낮음이 없다. 우리 모두 우리 주 하나님을 사랑하고 우리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부르심을 받았다.

팀 켈러는 ‘일과 영성’에서 우리 노동은 모두 “세상에 하나님의 사랑을 전달하는 운송수단”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일은 우리가 교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될 수 있는 기회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있는 기회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을 향한 하나님의 이 동일한 부르심을 이해할 수 있다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기쁨과 목적을 가지고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일에 궁극적인 보상을 해주시는 하나님이심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나님은 당신의 명령에 순종하는 우리에게 영원한 상급으로 갚아 주시는 분이시다. 우리가 가진 직업은 다양할 것이지만,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동일한 부르심을 받았다.

원격으로 일하기

내가 성장한 세상에서는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의 열정을 높게 평가했다. 그런데 내가 다닌 교회에서는 가정에서 일하는 여성을 더 칭찬했다. 나는 이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는 압박을 거듭해서 받았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에게 노트북, 핸드폰, 줌이 생겼고, 이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지난 몇 년 재택근무를 하면서 나는 하나님께서 우리가 일하는 장소와는 상관없이 우리의 일을 귀하게 여기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어디에서든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일을 성실하게 해내면 된다. 하나님의 은혜는 한 곳에만 있지 않다.

재난이 우리의 우선순위를 재설정하고 우리의 비전을 명확하게 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지난 한 해,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는 하찮게 여겨왔던 직업들의 가치를 다시금 발견하게 되었다. 국가는 “필수 직종”(essential services)을 지정하는 협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이 그동안 환자와 취약계층을 돌보던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동안 작고 보잘 것 없다고 여겼던 일들이 인류 번영과 공공선에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아마도 우리에게 이러한 방향전환이 필요했던 것 같다. 서로 끝없이 경쟁해야만 하는 이 세상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다양한 여성들을 다양한 자리로 부르셔서 당신을 섬기게 하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위하여서 일하는 우리의 모든 노동은 가치가 있다. 어떠한 일터도 하나님의 뜻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일할 수 있다.

열매 맺는 노동

직장에 복귀한 후에 나는 엄마로서의 삶을 통하여 개발한 능력들을 다시금 발견하게 되었다. 수년 동안 어린아이들의 끝없는 질문들에 답하면서 개발한 너그러운 마음은 직장에서 동료들의 짜증나는 이메일에 응대할 수 있는 능력이 되었다. 또한 매일 아이들을 방과후학교에 데려다 주었던 반복되는 일상은 매일 똑같은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엄마의 삶을 시작하면서 내 능력이 퇴보하고 녹슬게 될 것이라 걱정했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하나님께서 나를 집에서만 일하도록 훈련시키지 않으셨음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은 직장과 가정에서, 내 모든 삶의 노동을 통하여 당신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다.

이 세상에서는 어떤 직업은 다른 직업보다 더 가치 있다고, 또는 더 가치가 없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일터에서 하는 아주 사소한 일도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한 잔의 냉수가 그리스도를 향한 헌신이 될 수 있다(마 10:42). 죽음 앞에 섰을 때 우리의 신실한 노동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고전 15). 우리가 노동을 이렇게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진리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몸에 여러 지체가 있듯이, 우리 모두는 각자 다른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두가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하다.

어린아이들이 하는 일의 성과는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부모로서 우리가 하는 노동의 성과는 많은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지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알 수 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기대한 대로 성과를 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일이 지금 어떠하든지 상관없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그 모든 결과가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오묘하신 주권과 우리의 신실한 노동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 각자가 하는 일이 우리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팀 켈러는 말한다. 그리스도께서 구속하시고 성령께서 빚으신 우리의 이러한 노동은 항상 하나님을 향한 신실한 예배가 될 것이다. [복음기도신문]

“ 우리는 어디에서든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일을 성실하게 해내면 된다. 하나님의 은혜는 한 곳에만 있지 않다 ”

클라리싸 몰(Clarissa Moll)| 클라리싸 몰은 비영리 단체를 위한 자선 모금가 및 작가로서, 현재 슬픔의 여정을 걷는 사람들과 동행하기 위한 글을 쓰고 있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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