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집 안에 쥐가 들어왔다. 집안 곳곳에서 쥐의 흔적들이 보였고, 그때부터 한 달 좀 넘게 그 존재와 전쟁을 치러야 했다.
하루는 아침에 가스레인지가 작동되지 않았다. 가스레인지 밑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움직이는 무언가와 오전 내내 씨름하다가 드디어 잡았다. 잡고 보니 그날 갓 태어난 새끼 쥐 대여섯 마리였다. 소름이 끼쳤고 너무 끔찍했다. 숨어 있던 어미 쥐를 다시 발견했으나 잡으려는 순간 내 눈앞에서 달아나버렸다. 무서워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눈앞에 보이는 쥐도 무서웠지만 그 쥐가 내 안에 숨어있는 죄 같아서 더욱 무섭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쉽게 잡히지 않는 쥐가 번식까지 하듯 내 안에 오래 묵은 죄가 끊어지지 않을 때 계속하여 확장해 갈 수 있는 것을 주님이 보여주시는 것 같았다. 집 안에 있는 쥐 때문에 괴로웠고, 내 안에 있는 죄 때문에 괴로웠다.
너무 싫은 그 존재가 며칠 보이지 않으면 그냥 없어졌을 수도 있다고 치고 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어김없이 쥐는 흔적을 남겼고, 식탁 아래에서 전선을 갉아 먹어 밥통을 멈추게 만들었다. 잡히지 않는 쥐 때문에 기도가 절로 나왔다. “주님, 쥐가 잡히도록 도와주세요.” 결국 식탁 아래 숨었던 쥐를 하나님 은혜로 남편이 잡았다.
쥐가 잡히고 청소된 집이 며칠 못 가서 다시 쥐가 나오기 충분할 만큼 지저분하고 엉망이 되어 버렸다. ‘우리 집은 아이가 네 명이니까, 나는 일을 해서 바쁘니까.’라는 변명을 늘어놓지만 보이는 곳곳에 내 죄가 쌓이는 것 같았다. 몸에 해로운지 알면서도 늦은 시간에 기어이 간식을 먹어버리고, 몸이 피곤하면 기도시간도 그냥 건너뛰고 자 버리고, 짬만 나면 먹방 유튜브를 보고 있다. 빛 되신 주님의 말씀 앞에서 더 이상 숨길 수 없이 드러나는 나의 죄를 직면하는 것은 너무 괴로웠다. 그러나 더욱 은혜가 되었다. 죄가 싫어지지 않고, 스스로는 죄를 끊어버리지 못하는 나를 위해 예수님이 오셨다. 보이는 상황과 나의 느낌과 감정으로는 소망 없는 나지만 그래서 예수님만 소망되심을 고백하게 됐다. 책망을 받는 모든 것은 빛으로 말미암아 드러나겠지만 드러나는 것마다 빛이 되게 하실 주님을 기대한다. [복음기도신문]
임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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