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과 선택, 그리고 빛나는 영광(2.끝)
열방의 축복의 통로인 선교사의 자녀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중국 선교사의 자녀로 중국 땅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보낸 필자 이하영 자매의 고백을 통해 MK(Missionary Kids, 선교사 자녀)들이 갖고 있는 생각, 고난, 은혜를 들어본다. <편집자>
여호와 내 하나님이여 내가 주께 부르짖으매 나를 고치셨나이다. – 시편 30:2
하지만 곧이어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이로 인해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게 되었죠. 코로나의 영향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2020년 초에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그 영향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가, 민족,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도 점점 더 멀어지면서 모든 사람은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만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주택 계약이 만료되어 이사도 해야 했고, 비자 재발급에, 외지로 가서 졸업작품 촬영도 해야 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1년 사이에 밀물처럼 몰려와 숨을 쉬기도 힘들었습니다. 텅 빈 집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일들을 보며 또 한 번 주님 앞에 나아와 무릎을 꿇고 기도했습니다.
새집은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모든 것이 통제되기 시작했고, 특히 외국인들은 더욱 심한 제한을 받아야만 했는데 집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자유롭게 친구를 방문할 수도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봉쇄된 채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그때 제일 힘든 순간은 주택 계약과 비자 연기 문제로 인해 경찰서에 가서 벌금을 낼 때였습니다. 그 두 시간은 정말로 숨이 막히는 시간이었습니다. 경찰들은 저를 처벌실에 가두고 마치 범죄자 대하듯 했습니다. 극심한 긴장과 벌금으로 인해 저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벌금으로 1개월 집세를 더 내야 한다고 하는데 정말로 절망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경찰들이 이번에 처음인 것을 고려하여 대부분 비용을 감면해 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님께 감사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 모든 어려움을 주님께서 아시고 생각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필요한 것들을 채워 주셨습니다. 이사와 비자 연기를 하는 과정이 순조롭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주님의 도움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혼자서 이 모든 일을 해결할 수밖에 없었던 서러움과 위기의 순간마다 저를 지켜 주시고 도움을 주신 주님께 대한 고마움이 함께 솟아올랐습니다. 주님의 손은 절망 중에도 항상 저를 붙들고 계셨고 성령님은 언제나 동행하셨습 니다. 힘들고 지친 순간에도 새길을 내주셨고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시고 믿음을 주셨습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 시편 119:105
바이러스의 기세는 점점 더 심해져 모든 사람이 발이 묶였고 서로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던 석사과정 3년, 졸업작품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중국 강서성 깊은 산골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저의 다큐멘터리 주제가 늦게 정해지는 바람에 촬영 시기도 덩달아 늦어졌습니다. 처음부터 삐걱대는 속도와 주제에 대한 확신이 없어 저는 다시 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해 9월, 혼자서 산 넘고 물 건너 촬영지에 도착했습니다. 처음엔 그래도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주인공의 촬영 동의와 현지 촬영허가도 받은 터라 특별한 문제 없이 진행되는 듯 했 습니다. 하지만 촬영이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갑자기 주인공이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로 촬영거부를 했고 이로 인해 모든 촬영이 미루어졌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설득해 보려고 최대한 노력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나자 더 이상 잠을 이룰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또다시 주님 앞에 나아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기도했습니다. 시간은 점점 가는데 촬영 진도는 나가지 않고, 아무것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이 순간, 도대체 무엇을 믿고 마지막까지 버텨야 하는지… 왜 사람은 고난 앞에 이토록 무기력한지, 왜 나는 항상 순간의 감정에 사로잡혀 제대로 보지 못하는지, 왜 이 정도 일에 무너지는지에 대해 기도했습니다.
기도 후 생각들이 정리되자, 다시 힘을 내 최선을 다해 마지막 촬영 기회를 얻었고, 촬영 가능한 모든 장면을 촬영한 후 스케줄보다 더 일찍 베이징으로 돌아왔습니다. 학교에 돌아와 다시 한번 스스로의 계획과 내용에 대해 점검하며 기도하면서 졸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졸업논문 작성, 졸업작품 편집, 면접 준비 등 모든 절차를 한꺼번에 준비해야 했지만 어떤 힘에 끌리듯 이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습니다.
앞으로 닥칠 일들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졸업에만 몰두했고 드디어 졸업논문 면접 현장에서 지도교수님께서 제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 학업 결과를 발표하며 졸업을 승인하는 순간 그동안 겪었던 모든 어려움과 서러움이 위로로 변하면서 모든 영광을 주님께 돌렸습니다. 어느 한 부분도 제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 낸 것이 아닐뿐더러, 그리고 모든 순간 성령님의 도움과 위로하심이 없었다면 결코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외롭지만 굳건하게 지내온 3년의 석사과정, 이 모든 것을 마치는 순간 전에 없었던 감동이 밀려 왔고 신기하게도 그동안 마음속에 품었던 모든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겪었던 모든 순간에 성령님의 일하심이 있었고, 비록 혼자라고 느껴졌지만 저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깨달음의 감동은 현재까지 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 경험에 대한 나눔을 통해 저는 주님의 동행하심 속에 더욱 견고한 믿음으로 주님 앞으로, 더 기쁜 마음으로 세상 사람들 앞에 나아가고,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자신 앞에 설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숨돌릴 시간도 없이 이 익숙하고도 낯선 곳으로 왔습니다. 제 삶에 대해 되돌아보거나 감정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 주님께서 저에 대한 계획이 무엇인지 잘 알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마음속에는 여전히 많은 두려움과 걱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스스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고 믿음으로 살아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여호와가 너를 항상 인도하여 메마른 곳에서도 네 영혼을 만족하게 하며 네 뼈를 견고하게 하리니 너는 물 댄 동산 같겠고 물이 끊어지지 아니하는 샘 같을 것이라.-이사야 58:11
타국에서 26년을 살아온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자란 저는 많은 일에 대해 이미 답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모님들이 겪은 어려움을 저도 겪었으니까요. 아마 이것이 성장의 고통이고 기쁨일 것입니다. 불안과 어려움 그리고 방황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주님께서는 수많은 아쉬움과 선택들을 통해 인도하셨습니다. 주님의 미쁘신 계획과 미래는 상상을 훨씬 초월하십니다. 비록 지금은 이해할 수 없고 기다릴 수밖에 없더라도 주님은 분명 그 답과 결과를 알려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감정을 느끼며 새로운 사랑과 감동을 받게 될 것이기에 항상 몸과 마음과 뜻을 다해 주님을 사모하고 구하려 합니다.
우리 모두가 항상 주님의 사랑과 말씀을 경험하고 채워지며 주님의 일하심을 보고, 주님의 영광이 드러나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은혜와 축복이 항상 함께하길 바랍니다. 빌리언선교회 제공 [복음기도신문]
이하영
[MK이야기] 1 “어느 날 우리 가족은 25년만에 세계 각지로 흩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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