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목사 이야기(6)
1. 그는 잘 살고 있을까?
예천 비행단 행정 계통에서 일하던 대위 장교가 있었다. 검도가 3단인가? 그랬다. 퇴근 후에 병사들 체육관에서 이 대위가 군인들에게 검도를 가르쳤다. 처음 며칠 참석해보았는데 팔의 힘이 강해야 검을 휘두르기 때문에 팔굽혀 펴기를 많이 시켰다. 검도가 참 매력적인 운동이기는 하다. 영화를 보면 양아치들이 칼을 들고 여럿이 덤벼도 신문지를 둘둘 말아 막대기처럼 만들더니 그것으로 칼을 든 양아치들을 다 제압했다. 물론 영화이기는 하지만 검도를 오래 수련하면 충분히 그런 경지에 오른다고 본다.
검도를 하는 이 대위는 일반인의 키보다 약간 작았고 체격도 뼈에 적당한 근육과 피부를 덮은 한마디로 검도를 하기에 알맞은 몸매였다. 눈매는 선해 보였고 피부는 흰편으로 기억된다. 대화를 하는 기술도 좋아서 나는 종종 이 대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어느 날,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대위가 비행단의 돈 거액을 빼돌려서 가족과 함께 해외로 도주했다. 그야말로 한탕을 했다.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굳이 그렇게 해야 했을까? 자신의 삶을 죄인이요 도망자로 만들고 싶었을까? 도박을 했나? 빚을 져서 그것을 갚으려고 하다 보니 그냥 어차피 할 거, 한탕 크게 하자 싶었나? 그런데 도박을 했다는 소리도 없다. 그런데 왜? 공군학사장교는 쉽게 되지 않는다. 다른 군인 장교에 비해 훨씬 더 지성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나의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다른 군 장교들이 듣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할까봐 내가 미리 주관적인 생각이라고 밝혀둔다. 그래도 난 공군 학사장교들이 다른 군 장교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믿는다. 아멘.
아멘은 ‘그렇습니다’, ‘그러할지어다’ 하는 뜻의 기독교 용어이다. 한국음악으로 하자면 판소리 등에서 장고를 치며 ‘얼쑤’ 하듯이 일종의 추임새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아멘은 하나님을 향한 마음의 동의를 표현하는 것이기에 함부로 쓰이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내가 이 말을 사용한 것이 사실은 함부로 사용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
2. faithful: 신실함과 성실함의 차이
이 똑똑한 공군 장교가 군대에서만 복무해도 경제적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왜 거액의 나라 돈을 훔쳐서 해외로 도망을 해야 했을까? 참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을 어떻게 갖는가? 에 따라 인간의 행동이 이렇게 달라진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영어에 페이스풀(faithful)이란 단어가 있다. 신실(信實)하다. 성실(誠實)하다는 뜻이다. 신실하다는 것은 믿고 신뢰할 만하다는 것이고 성실하다는 것은 정성(精誠)이 있고 참되다는 뜻이다. 같은 말 같지만 다르다. 만일 영어 단어를 그대로 번역하면 믿음이 꽉 찬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이 하나님을 믿어 하나님의 말씀을 진리로 알고 살아갈 때에 나타나는 태도를 뜻한다. 페이스(faith)라는 것이 내가 하나님을 믿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믿음조차도 나의 의지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믿음은 하나님의 은혜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성실하다는 것은 동양의 학문에 기초를 둔다. 동양학은 인간의 의지로 진리(眞理)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신실한 사람의 근거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에 의한 것이고 성실한 사람은 스스로의 의지의 발현으로 그런 태도를 갖는 것이다.
3. 개혁신학(改革神學)을 하는 사람들
목사와 선교사와 교수가 사람을 키울 때에 그 사람의 시작이 하나님의 은혜에 의한 신실함인가? 아니면 그 인간 스스로의 의지에서 나오는 성실함인가?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하나님의 은혜에서 나오는 신실함을 삶의 태도로 가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의지를 중심으로 성실함을 쌓은 사람은 언제나 변질될 위험이 있다. 사람됨의 시작이 다르다. 하나님의 사람인 목사, 선교사, 교수는 스스로도 자신이 어디에서 시작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며 제자를 삼는 사람의 근본이 하나님의 은혜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사람의 의지에서 발현한 것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이것이 개혁신학인데 종교개혁자들의 신학이며 현재까지 신학의 역사를 볼 때에 하나님의 말씀을 가장 잘 해석한 신학이다. 다만 개혁신학을 연구하는 학자와 목사와 선교사들이 일반 신자들에게 개혁신학을 전할 때의 과정이 쉽고 원활하지 않아 개혁신학이 마치 화석처럼 변하고 있다. 신자들은 가장 정통한 신학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개혁신학자들의 글이 권위주의적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신자들에게 확실히 인정될만한 개혁신학의 정통성과 최고로 성경에 근거한 해석이라는 점을 잘 설명해야 하는데 대개의 경우는 무게만 잡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개혁신학을 전할 때에 아주 큰 장애요소이다. 겸손과 검소함이 개혁신학의 핵심인데 이것이 삶으로 체현된 학자와 목사와 선교사가 필요하다.
4. 초음속 전투기와 훈련
전투기는 음속(音速)의 몇 배가 되는 속도로 비행한다. 음속이란 단어가 평소에는 잘 듣지 못하는 단어이므로 이것이 어느 정도의 빠르기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소리는 1초에 340m를 날아간다. 따라서 소리는 1시간에는 1,224km를 날아간다. 온도가 15도일 때 그렇다. 온도가 높거나 낮으면, 속도의 변화가 있다. 음속을 ‘마하’ 라고 표시하는데, 1마하는 초속 340m이다. 초음속 전투기들은 보통 마하 2-3 정도가 된다. 음속의 두 배만 해도 시속 2,448km란 말이고 세 배면 3,672km를 날아간다는 말이다.
최근 국방기술에 따르면, 미국은 미사일 방어 체제인 MD(Missile Defence)를 잘 구축했다. 러시아는 이러한 미국의 MD체제를 깨트리기 위해 성층권에서 마하 10 그러니까 1초에 3,400m 즉 3.4km 의 속도로 목표지점에 내리꽂는 미사일을 만든다고 한다.
이렇듯 공군 조종사들은 조국의 하늘을 지키기 위해 음속의 몇 배가 되는 속도를 이겨내기 위해 훈련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순수하게 산소를 농축한 것이 주입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을 잃는 경우들도 발생한다. 과거 강릉 쪽에서 바다에 추락한 전투기 사고가 있었다. 아마도 조종사가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 조종사라는 존재는 표면적으로 보면 참 멋있어 보이지만, 그것이 그들은 언제나 목숨을 걸고 있다. 그렇게 생명을 건 그들이 있기에 우리 도시가 폭격을 당하지 않고 평온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기대한다.
군산 비행단에 있을 때다. 어느 조종사 가정을 심방하여 예배를 했다. 남편은 출근했고 그 아내와 아기 그리고 심방원들이 함께 예배하는데 방바닥이 특이했다. 이슬람의 아라베스크 문양 같기도 하고 곡선의 여러 선들이 방바닥 무늬 장식이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특이해서 자세히 보니 조종사의 비행 훈련 경로였다. 하늘에서 전투기들이 공중전이 벌어졌을 때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싸우는 지를 익히기 위하여 그 조종사는 집에 돌아와서도 방바닥에 경로를 그려가며 연습했던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것을 알았는데 역시였다. 문씨 성을 가진 이 조종사 교인은 그 해에 탑 건으로 뽑혀 당시 최고의 전투기였던 F-15를 조종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조종사들이 보통 F-4, 혹은 F-5를 조종했다. 지금은 F-15가 주력기이고 보다 더 나아가 F-35 스텔스 기능으로 북한의 핵무기를 먼저 궤멸시킬 수 있는 전투기로 바뀌고 있다.
이런 인간 기술력의 결집체인 전투기를 다루는 조종사들에게도 비행착각이 존재한다. 이는 조종사가 하늘을 비행할 때에 수없이 회전하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해보았는가? 약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놀이동산의 ‘바이킹’이다. 다 뒤집어지지도 않고 180도 정도 움직이는데도 난 비명을 지르게 된다. 혹은 그 이전에 타보았던 ‘청룡열차’라는 것이 있다. 이것을 탈 때, 나는 너무 무서워서 소리도 제대로 못 질렀다. 물론 초등학생 때에 탄 것이기는 하지만 거의 기절할 뻔 한 경험이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남들은 내가 즐거워서 소리를 지르는 줄 알지만 사실 난 무서워서 비명을 질렀다. 다만 목사이니까 눈치 못 채게 즐거운 것처럼 소리를 지른 것뿐이다. 아, 글을 쓰다가 너무 나의 비밀을 다 말하는 것 같다.
초음속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몇 번이고 공중회전을 하다 보면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면서 의식이 이상해진다. 게다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하늘과 땅의 구분이 완전히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비행착각에 빠질 수 있다. 즉 몸은 거꾸로 있는 것 같은데 전투기의 계기판에 비행은 정상몸체라고 나오는 경우가 있다. 혹은 그 반대일수도 있고.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몸의 감각을 믿어야 하나? 아니면 계기판을 믿어야 하나? 몸의 감각을 믿었다가 조종간을 당겼는데 고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땅으로 처박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것이 초음속의 상황에서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비행착각이 일어나면 손 쓸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5. 조국(祖國)의 하늘은 어떻게 지켜지는가?
한국은 북한을 레이더로 들여다본다. 그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북한에서 전투기가 2대 이륙하면 한국에서도 전투기 2대가 이륙한다. 북한 전투기가 남한을 향해 접근하면 아군 전투기도 휴전선 쪽으로 나아가 대응한다. 대개 북한 전투기는 휴전선을 넘어오지 않고 서해나 동해로 기수를 돌려 빠져 나간다. 그러면 한국 전투기도 그 북한 전투기를 따라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동해나 서해로 빠진다. 북한 전투기가 저들의 기지로 돌아가면 그때 한국 전투기도 기지로 귀환한다. 이 일은 매일 일어나고 있다. 또 한 번 전투기가 이륙할 때에 사용되는 연료비는 95년 당시 전투기 1대 당 500만 원이 든다고 들었다.
한국 공군은 작전사령부에서 통제한다. 각 비행단에는 비상대기조가 있다. 조종사 몇 명은 비행복을 입고 군화도 벗지 못한다. 비상이 걸리면 3분인가? 5분 내에 최소 전투기 2대가 이륙해야 한다. 적 전투기가 떴을 때에 대응 전투기가 뜨기도 하지만 때로는 적 전투기가 뜨지 않았어도 비상경계훈련을 위해 작전사령부에서 비상을 걸기도 한다. 그러면 비상대기조 조종사들은 신속히 이륙한다.
하루는 군산 비행단에 비상이 걸렸다. 비상대기조 전투기 2대가 신속히 이륙했다. 그런데 앞서 이륙하던 비행기가 너무 빨리 이륙하려다가 날개에 이륙해야할 부분을 변형시키지 않았다. 민항기 탈 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비행기 이륙할 때에 날개의 뒷부분이 밑으로 향하면서 바람의 부력을 만드는 것을 볼 것이다. 그러면 양력(揚力)이란 것이 생기는데 여기에 비행체의 속도가 시속 250km 이상이 되면 하늘로 뜨게 된다. 이것이 비행 원리인데 앞서 이륙하려던 전투기가 이 부분에 실수가 있었다. 그런데 뒤따르던 전투기는 보통 계급이 낮은 조종사가 조종한다. 상관 조종사가 이륙하지 않으니까 부지불식간에 자신도 이륙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양력을 받기 위해 날개를 쳐 올렸고 속도가 엄청 붙었는데 떠오르지 않게 되자 전투기가 엄청난 속도로 땅에 처박혔다.
중위였나? 대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비행 안전모가 도끼에 맞은 것처럼 깨지고 두 다리의 무릎 아래 부분이 아주 으깨어져 버렸다. 이 상황은 곧 죽는 것인데 다행히 군산 비행단에는 미국 공군이 함께 있어서 미국 공군의 앰뷸런스가 도움을 주었다. 거기에는 생명 유지 장치가 있었는데 최근에 내가 듣기로도 이런 구급차가 대단히 비싸다고 들었다. 당시 한국 공군에는 이런 구급 장치가 없었다. 지금도 있는 지는 확인해보지 않아서 모른다. 교회 아래 의무대가 있어서 군의관들을 통해 사고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조종사는 다행히 생명을 구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비행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이런 비행 사고는 그 비행단 전체가 초상집으로 변한 것으로 보면 된다. 이런 분위기는 새로 비행단장이 오기까지 거의 지속된다. 특히 지휘관이 기독교인인 경우에 군목의 마음은 참 난감해진다. 새벽기도를 하루만 빠졌던 집사님이 지휘관일 때에 이 사고가 일어났다. 그 집사님은 나중에 대령으로 예편하시고 아시아나 조종사로 가셨다. 하여간 비행단에서 비행 사고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중국에 선교사로 있으면서도 가끔 한국 소식을 들으면서 전투기 떨어졌다는 소리를 몇 번 들었다. 공군 목사였던 나는 그때마마 가슴을 쓸어내렸다. [복음기도신문]
조용선 선교사 | GMS(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선교회) 소속으로 중국에서 사역 중 추방된 이후 인터넷을 활용한 중국 선교를 계속 감당하고 있으며 세계선교신학원에서 신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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