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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칼럼] 뚝심과 배짱

▲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사진: 유튜브 채널 용산구청 캡처

역대 대통령에 대한 최근의 평가가 재미있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 경제 대통령 박정희, IMF 대통령 김영삼 등등… 모든 대통령에게는 저마다 공(功)도 있도, 과(過)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언론들과 지식인들은 항상 비판적인 시각에서 과(過)에만 집중 조명하여 폄하하고 깎아내리고 있다. 하기는 건국 후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나라’라고 비아냥대던 종북세력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특히 언론들을 장악하고 항상 삐딱한 시선으로 비판해 왔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는 건국 대통령으로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지만, 종북세력들은 말끝마다 <3·15 부정선거>, <독재>라는 딱지를 붙여 폄하해왔다. 지금의 우리가 이렇게까지 부강한 나라가 되었지만, 초대 대통령 기념관 하나 없다. 참 아이러니한 것은 좌우합작으로 남북통일을 부르짖던 김구 선생의 기념관은 화려하다. 그는 김일성에게 실컷 이용만 당했음에도 독립운동을 했다는 명목으로 받들어 모시고 있다.

박정희 경제 대통령은 5000년의 가난의 때를 벗고, 민족중흥의 대업을 이루어 오늘의 부강한 대한민국의 기틀을 만들었지만, 세뇌된 종북세력들은 지금도 <쿠데타>, <독재>라는 타이틀을 붙여 길길이 날뛰고 있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 과(過)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功)이 몇 배가 많다고 본다.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은 IMF를 불러온 실패한 대통령으로만 취급하고 있는데, 김영삼 대통령이야말로 자유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문민 대통령으로서 참으로 멋지고 훌륭한 대통령으로 본다. 김 대통령은 인간적으로 보면 효자요, 애처가요, 25세에 국회의원이 되어 9선 의원이었다. 한마디로 그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생명 걸고 투쟁한 멋진 대통령이었다. 그래서 나는 먼저 김영삼 대통령의 <뚝심>과 <결단>을 살펴보고 싶다.

김영삼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세우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일본 총독부였던 중앙청을 폭파시켰다. 일본 총독부였던 중앙청, 당시 중앙박물관이던 그 건물을 폭파시키느냐, 보존하느냐를 두고 여론은 둘로 갈리었다. 물론 일본의 식민지 잔재의 대표적 건물을 폭파시킴으로서 민족정기를 회복하겠다는데 동의한 사람이 더 많았다. 그러나 반대로 역사적 건물을 헐어버린다는 것은 옳치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그 당시 나는 중앙청 건물을 폭파시키는데 반대쪽에 섰었다. 그래서 나는 당시 경향신문의 <정동 칼럼>에 반대의견을 말했다. 그 칼럼 제목은 <역사도 헐려는가>라고 하면서 치욕의 역사도 역사이므로, 두고 두고 그 치욕을 기억해야 된다고 썼다. 그런데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겠다>며 그 굳은 의지와 뚝심으로 중앙청 건물을 폭파시켰다. 역사적으로 식민지의 잔재를 다이나마이트로 폭파 시킨 것은 아마도 세계적으로 김영삼 대통령이 처음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그는 정치 역정의 고비마다 승부수를 던지고 돌파했던 대로이다. 중앙청을 헐어버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을 용산에 거대하게 세계 최고의 박물관을 만들고, 경복궁을 복원하고, 오대 궁궐 복원 운동이 일어나도록 한 것은 그가 아니면 할 수 없었던 <뚝심>과 <배짱>이었다. 하기야 그는 지독한 경남 사투리로 인해 <경제>라는 말을 못해 <갱제>라 했고, <관광산업>이라는 말을 <강간산업>이라고 말해 국민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었다.

김영삼 대통령이 잘 한 것 중에 또 하나는 <하나회>를 없애 버린 것이다. 사실 모든 사람이 그것은 위험한 불장난이라고 조언했었다. 그러나 그는 <더러운 동거를 할 수 없다>면서, 하루 아침에 모든 지휘부의 장군들의 옷을 벗기고 하나회를 해체해 버렸다. 사실 당시 하나회는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실로 무서운 조직이었다. 1969년 나는 종군목사 시절 육사 11기생들과 함께 사역을 했었다. 육사 11기생은 곧 정규 육사 1기생들이었다. 당시 그 조직을 당할 세력이 없었다. 그런데 김영삼 대통령은 뚝심과 배짱으로 그 조직을 속전속결로 와해시켜버렸으니 정말 대단한 결단이었다.

뿐만 아니라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 실명제>를 속전속결로 처리해서 지하 금융거래를 차단하고, 제대로 된 금융거래, 밝고 투명한 사회가 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임기를 얼마 두지 않고 국제 금융 시장의 요동으로, IMF 체제가 되면서 수많은 기업과 상공인들이 이른바 도산을 당하고, 하루아침에 거지가 된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김영삼 하면 <IMF 대통령>,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었다.

나는 김영삼 대통령을 두 번 가까이서 뵈었었다. 그가 당 총재 시절에 나는 새벽에 상도동 자택을 방문해서 <아브라함 카이퍼 전시회> 자료를 펴놓고, 앞으로 대통령이 되면 카이퍼 같은 <기독교 정치의 세계관>으로 정치를 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는 내 말귀를 전혀 못 알아 들은 것 같았다. 그래서 미역국과 계란 하나를 먹고 나왔다. 그 후 IMF 이후로 청와대에 인적이 끊기고 외로울 때, 우리 몇 사람이 청와대를 방문했고 그를 위로했었다. 그는 말끝에 나에게 <제가 금융 실명제는 잘했지요>라고 했다. 그는 그것 하나만이라도 알아 달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나는 고독하고 낙심한 그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 드렸다.

오늘날 <뚝심>과 <배짱>이 있는 민주주의 투사 김영삼 같은 대통령이 참으로 아쉽다. 그의 명언인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가 떠오른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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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박사 | 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40여년간 목회자, 설교자로 활동해왔으며, 최근 다양한 국내외 시사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한 칼럼으로 시대를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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