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리벤스(Jan Lievens)는 17세기의 네덜란드 화가이다.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당대에는 렘브란트와 경쟁할 정도로 유명인사였다고 한다. 렘브란트와 고향도 같고, 한 스승에게서 배웠으며, 5년간 스튜디오를 나눠 쓸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전해진다. 둘 사이의 차이라면 리벤스가 렘브란트보다 표정에 과장이 없는 더 사실적인 인물을 그렸다는 점이다.
그런 리벤스의 작품 <이삭의 희생>은 여러모로 독특한 그림이다. 카라밧지오, 렘브란트, 루벤스 등 많은 화가들이 이삭이 죽임당하기 직전의 긴박한 순간을 그렸던 반면, 리벤스는 이후의 순간을 그렸다. 극도의 긴장이 풀리자 아브라함은 이삭을 와락 껴안으며 그만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두려움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이삭의 눈은 구원의 음성이 들려오는 방향을 이리저리 찾고 있다. 칼을 챙길 정신도 없이, 놀란 아들부터 끌어안은 아브라함을 보고 있노라니, 저렇게 아끼는 아들을 어떻게 제물로 잡을 생각을 다 했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육체의 죽음에서 건져진 이삭뿐 아니라, 아브라함도 똑같이 심적인 죽음에서 건짐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하나님께서 친히 예비해 두신 숫양 덕분에, 부자 모두 구원을 얻게 되었다. 만약 우리가 이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나님께서 친히 예비해 두신 숫양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어떤 마음이 들까?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모두 똑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하나님께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리를 건지시기 위해 대속 제물을 예비해 두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심판당할 그 절박한 순간,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아들,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끼지 않고 내어주셨다. [복음기도신문]
이상윤 미술평론가
그림설명: 얀 리벤스, <이삭의 희생(The Scarifice of Isaac)>, 1638년, 캔버스에 유화, 180x136cm, Herzog Anton Ulrich-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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