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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트로피 들고 기뻐하던 난민 청소년 얼굴을 잊을 수 없어요”

▲ 요르단 청소년 축구대회 개막식. 김시므온

요르단에 부는 난민 청소년 축구 열풍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의 테러로 시작된 중동 사태는 이스라엘-하마스, 이스라엘-레바논 헤지볼라 접경 세력 간의 전투를 넘어 2000km나 떨어진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미사일 공격으로 확전되고 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위치한 자국 영사관을 이스라엘이 폭격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4월 이란은 수백 기의 드론과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후 이란의 신임 대통령 취임식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 중이던 하마스 지도자 하니예를 이스라엘이 살해한 보복으로 10월 1일에도 200여 기의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렇게 이란발 미사일과 드론은 이스라엘이라는 목표물에 도달하기에 앞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요르단을 먼저 지나게 된다. 지난달 이란의 미사일 공격 당시 요르단 영공에서 격추된 미사일 파편들이 도심에 떨어져 수 명의 요르단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나라 요르단은 1994년 이집트에 이어 두 번째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정치·군사적 완충 역할을 감당해 왔다. 이스라엘,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라크 나아가 레바논 등 요르단의 주변 국가들이 무력 충돌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는 것과는 달리 그동안 평화와 안정을 누리며, 현재 중동 사태의 원만한 해결과 조속한 휴전을 일관되게 촉구해 온 요르단이지만 이번 이스라엘-이란의 미사일 공격 사태 앞에서 의도와 관계없이 양국 간의 무력 충돌의 격랑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렇게 전쟁과 폭력으로 찢긴 주변국들의 아픔을 지켜보며 긴장하는 요르단에서, 난민 청소년들 사이에 큰 기쁨을 주는 훈훈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간 세상의 주변인으로 살던 난민 청소년들이 주인공이 되어 마음껏 에너지를 뿜어내며 기쁨과 탄식의 소리로 운동장을 채운 축구대회가 한국 커뮤니티를 통해 개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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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르단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시리아 국기. 김시므온

요르단에는 금세기 최대 재앙으로 불리는 2011년에 발생한 시리아 내전을 피해 온 시리아 난민이 정부 추산 비공식적으로 100만 명(UNHCR에 등록된 난민은 67만 명)이 있다. 2024년 현재 1100만 명 인구의 요르단은 절대다수의 시리아 난민을 포함해 과거의 팔레스타인 난민 등 130만 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해, 국민 1인당 난민 수용률이 레바논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국제사회의 난민 문제를 총괄하는 UNHCR의 통계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은 80% 이상이 암만, 마프락, 자르카 등지의 도시와 인근 농촌 등 요르단 전역에 거주하며 약 12만 명은 자타리와 아즈락 두 캠프에 수용되어 있다.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적의 봉사자들이 요르단에서 이들 난민에게 어린이·청소년 방과 후 교육, 직업 훈련, 구제 활동, 여성 일자리 교육 등 다양한 형태의 섬김을 펼치고 있다.

이런 요르단에 2023년 가을부터 <“The Hope” Jordan Youth Football Championship for Men & Women(“더 호프” 요르단 남녀 청소년 축구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요르단에 거주하는 난민과 한국 및 북미 등지의 자녀들 대상으로 축구대회가 한국인들 중심으로 개설됐다. 올 11월 2일 암만에서는 제3회 대회가 열렸는데 여학생 4팀을 포함하여 총 12개 팀이 출전, 난민들과 MK(선교사 자녀)들이 어우러져 열띤 시합을 가졌다.

이 대회를 시작한 무사(48) 씨는 본인의 자녀와 동료 가정의 자녀들을 모아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축구를 하던 중, 난민 청소년들을 섬기던 봉사자로부터 자기 팀 아이들과 축구 시합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작년에 연달아 받게 됐다. 이 시대 가장 불행한 처지에 있는 난민 자녀들이 더 많이 참여하여 축구를 통해 즐거움을 누리도록 해주라는 마음의 감동을 당시 그 사건을 통해 받았다고 한다. 순종하는 마음으로 축구대회 시작을 선포하고 보니 막상 운영이나 재정, 홍보 등 모든 면에서 막연하기만 했다.

그런데 ‘내가 순종하면 하나님이 일하시는 역사가 일어나고, 순종하지 않으면 그분의 역사는 사라질 것이다’는 강력한 도전을 받고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이 땅에서 봉사자들과 함께 써 가 보자는 마음으로 첫 대회를 작년에 시작했다. 당시 한국 MK팀, 국제 MK팀, 이라크 난민 팀, 각각 거주 지역이 다른 시리아 난민 2개 팀, 그리고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온 노동자 자녀팀 등 모두 6개 팀으로 대회를 개최했고 마프락에서 온 난민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던 당시 난민 청소년들의 얼굴을 무사 씨는 잊을 수가 없다. 도대체 그들에게 그런 환호의 순간이 언제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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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의 국가대표를 꿈꾸며 축구 시합을 하는 청소년 선수들. 김시므온

어느덧 세 번째가 된 본대회의 의미를, 난민 아이들에게 세계를 경험하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무사 씨는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 땅의 난민과 타국 출신 노동자들은 종교적, 부족적, 문화적 사고가 폐쇄적이고 규제가 심하므로 자기들 삶의 울타리를 쉽게 넘을 수 없다. 그들의 자녀 역시 친구 관계라던가 타인과의 교제의 폭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 축구대회를 통해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국적의 자기 또래들을 만나 축구 실력을 펼치고 함께 땀 흘리는 가운데 그동안 몰랐던 작은 신세계를 경험하고 누리게 된다.

그동안 세 번의 대회를 치르고 보니 십 대 특유의 넘치는 에너지와 승부욕으로 경기가 거칠어지고 서로를 적으로 여기는 과한 모습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에, 대회에 참가한 모든 난민 아이와 MK들이 혼성팀으로 친구가 되어 시합하는 ‘올스타전’을 이번 11월 말에 야심 차게 준비 중이다.

<The Hope>이라는 대회 이름과 관련하여 무사 씨가 생각하는 진정한 희망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세상의 구원이다. 그분은 모든 이를 구원하려는 하나님의 꿈을 위해 이 땅에 육신으로 와 자신의 대속적 죽음과 부활로 그 꿈을 이루어내셨듯, 무사 씨 역시 축구를 통해 모든 열방의 구원을 함께 꿈꾸며 나아가고 싶다고 한다, 이 대회가 요르단 땅에서 계속되어 난민 자녀들과 MK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꿈을 축구공에 담아 무사 씨는 하늘로 매일 쏘아 올린다.

요르단=김시므온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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