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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선교] “혹시 다시 기도를 드려도 될까요?”

▲ 항해 후 도착한 가나 타코라디를 맞이하며. 우기준 제공

청년 선교사들의 생생한 좌충우돌 믿음의 순종기를 담은 [청년 선교]. 기독교인 청년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복음과 운명을 같이한 20대 청년 선교사들이 선교 현장 곳곳에서 매주 치열한 믿음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지난 한 달 동안 주님 안에서 평안하게 보내셨나요?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지난 한 달, 9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먼저는 엔젤 부서에서 처음으로 일을 배우고, 맡겨진 직임을 열심히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찬양팀으로서 매주 찬양을 섬기는 은혜를 누렸습니다.

엔젤 부서뿐만 아니라 여러 부서와 다양한 사역 가운데 현지인들과 접촉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배 생활과 로고스호프 선교사로서의 교육과 훈련을 받았던 8월이 지나고, 저에게 찾아온 9월은 로고스호프를 진정으로 경험하고 이들의 일원이 되는 시간들로 가득찼습니다.

배에서의 역동적인 나날들을 보냈던 지난 시간, 그 속에서 저에게 가장 역동적으로 살아 역사하셨던 하나님을 여러분에게 자랑하고 나눌 수 있는 이 기도편지의 자리가 너무 설레고 기쁩니다.

이곳에서 순종합니다. 왜냐하면 주님

지난달, 8월 말이었습니다. 2주간의 훈련이 끝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배에서 제가 속하고 섬기게 될 부서를 배정받는 날이었습니다.

제 이름이 적힌 봉투를 받은 후, 긴장하는 마음으로 그 봉투를 열어보았습니다. 그 안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는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Gi Jun, you are going to work in Hotel Services Department.”

저는 호텔 서비스 부서, 즉 엔젤 부서로 배정을 받아 사역을 담당하게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 제 부서를 알았을 때는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배의 특성상 선교사들이 원하고 지망하는 부서로 배정을 해주는데, 정말 단 한 번도 원한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엔젤 부서로 배정받게 되어 당혹스러웠습니다.

로고스호프 선교선에는 이 배의 공동체와 사역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마치 한 몸 되신 그리스도의 수많은 몸의 일부분처럼, 다양하고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여러 부서가 있습니다.

배에 있는 부서로서는 배의 가장 메인이 되는 사역인 ‘선상 서점’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북페어 부서. 배의 엔진을 관리하고 수리하는 엔진 부서. 배의 갑판과 크루원들의 안전을 담당하는 덱 부서. 배의 음식을 담당하는 갤리 부서. 배 내부에 고장나고 수리가 필요한 것들을 고치는 메인테넨스. 그리고 미디어 오피스와 사역 오피스 부서 등, 수많은 부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속한 엔젤 부서는 배에 사는 크루원들뿐만이 아니라 배에 방문하시는 손님들을 위해 존재하는 모든 호텔 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서입니다. 쉽게 말하면 ‘청소’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시작된 고난을 견뎌내며 말도, 탈도 많았던 잠비아를 거치고 드디어 입성한 로고스호프에서 고작 하는 것이 청소요?”

아무리 주님을 이해해 보려 하고, 없던 믿음까지 써보려 해봐도 도저히 저를 이곳에 부르신 주님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받은 부서에 대한 불만족도 있었지만, 도통 알 수가 없는 저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생각을 품고 계신 것인지도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이곳에 청소하러 온 것이 아닌데…’라는 교만함과 실망감에 휘둘렸기에, 그 어떤 것도 부서 안에서 저에게 기쁨이 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저의 연약함을 뒤로하고 매일 주님을 만나고 그분을 갈망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일을 시작하는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주님과 교제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일이 끝나고 나서도 쉬고 놀기보다는 공부하고 기도하며, 저를 이곳에 부르신 주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내가 주님께 순종할 수 있는 믿음을 구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에게 주님은 매일 같이 주님을 구하는 저를 만나주셨습니다. 베드로전서 1장 8절 말씀을 통해 주님이 다시 저에게 제가 이곳에서 주님께 오늘도 순종하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게 하셨습니다.

“예수를 너희가 보지 못하였으나 사랑하는도다. 이제도 보지 못하나 믿고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즐거움으로 기뻐하니”

저를 이곳에 부르신 주님을 연약한 제 생각과 뜻으로는 다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제가 그 주님께 이곳에서 순종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런 주님을 제가 오늘도 사랑한다고 고백했기 때문임을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말씀으로 모든 것이 결론이 났을 때, 저의 행동과 마음은 예전 같을 수 없었습니다. 주님이 부르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더욱 주님을 갈망하는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웁니다. 영어도 배우고, 다른 것들도 공부하면서 배우고, 관계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지만 가장 중요한 배움은 ‘선교사’라는 정체성인 것 같습니다. ‘선교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전에는 들음으로 진리를 받아들였다면 지금은 로고스호프에서 삶으로 그 진리를 경험하는 중입니다.

혹시 다시 기도를 드려도 될까요?”

저희 배에서는 선교사들이 자기 배에서만 사역을 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자신의 부서를 잠시 떠나 외부 행사와 사역에 동참하는 ‘C-DAY’라는 아웃리치 형태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 시간을 통해 부서 사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하고 소중한 시간을 누리게 됩니다. 현지 사람들이 있는 곳, 학교와 병원, 시내와 시외까지 다양하게 다가가며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도움을 주는 사역입니다.

배 안에서, 현지인들과의 만남이 거의 없이 진행되는 저희 부서의 사역 특징 덕분인지, 저에게는 일주일에 많으면 두 번, 적어도 한 번 갖게 되는 C-DAY 아웃리치에 되게 간절하고 기대되는 마음을 품는 것 같습니다.

하루는 여느 때처럼 C-DAY에 나가게 됐습니다. 그날은 가나 타코라디에 위치한 바이블 컬리지 학생들과 함께 현지 병원에 가서 그들에게 저희의 삶을 나누며 복음을 전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위해 기도를 드리는 형식의 사역이었습니다.

부서 특성상,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C-DAY 사역이 전부여서 저는 정말 기대하는 마음으로 현지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여러 환자분들과 만나며 저의 이야기를 나누고 복음을 전하며 기도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을 만났지만 그날 제가 처음으로 만났던 한 환자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천천히 다가가서 이야기를 건냈습니다. “저희는 로고스호프라는 선교선에서 온 선교사들입니다. 혹시 실례가 안되신다면 제가 기도를 드려도 될까요?”

이 말을 다 끝나기도 전에 그 환자분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분께서는 천천히 저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래서 지금은 어떤 심정인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최대한 그분이 하신 말씀을 알아듣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프리카 특유의 영어 발음과 북받치는 감정으로 목이 메이셔서, 영어가 부족한 제게는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그분의 기도제목을 다 알아듣지 못한 채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를 마친 후, 저는 다음 환자분께 향했습니다. 그 발걸음 중에 저는 저와 함께 동참하고 있었던 현지 바이블 컬리지 학생에게 아까 그 환자분의 어려움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다시 물어봤습니다.

알고 보니 그 환자분은 얼마 전에 아이를 출산하신 산모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세상에 나온 아이는 숨을 쉬지 않았고, 지금도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계속 그 환자분 생각만 하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그냥 지나치면 너무 후회하고 자책할 것 같아, 저와 함께 온 바이블 컬리지 학생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혹시, 아까 그 처음 환자분에게 가서 다시 기도를 드려도 될까요?”

흔쾌히 수락을 해주셨고, 저는 다시 그 환자분께 가서 저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분의 아픔을 절대 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녀의 아픔을 보는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속상할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저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나누고 복음을 전한 다음 다시 그분의 기도제목을 두고 같이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속한 부서의 특성으로 인해 이 아웃리치 사역 시간이 간절해지고 난 후부터는 현지인들 한 분 한 분이 너무 소중하고, 그분들을 만나는 것이 큰 은혜이며 감사한 자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병원 사역뿐만이 아니라 현지 학교, 시장 등등 다양한 곳을 가기도 하고, 배에서 자신의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로도 섬기며 다양하게 현지인들을 만나고 로고스호프를 통해 일하시는 주님의 일에 동참하는 중입니다.

떠다니는 청년 교회, LOGOS HOPE

저의 기도편지를 마무리하면서 저는 이곳에서 너무 잘 지내고 있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연히 여전히 문제가 있고, 어려움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로고스호프에 합류한 수많은 선교사님. 각각 다른 문화와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공동체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배 선교사들 저와 같이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어린 친구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너무 어려서 그런지 실수도 많고, 고쳐야 할 옛 습관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건강한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곳에 있는 많은 젊은 청년들이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용감한 정예병, 순종의 전문가’라는 이름이 저에게는 너무 과대평가 된 타이틀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 정도로 저의 연약함을 이곳에서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상기시키게 되는 것은, 이곳에 제가 뭔가가 잘나거나 대단해서 온 것이 아니라, 자격이 돼서 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부르셔서, 자격 없는 자를 부르신 주님의 은혜를 입어서 이곳에 있다는 것입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날마다 자신의 연약함 앞에 무너지기도 하고 주저앉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희가 다시 한번 나아가는 자리가 있습니다. 바로 ‘기도와 예배의 자리’입니다.

주님의 약속을 잊을 때마다 기도와 예배의 자리에서 그 약속을 다시 기억하게 됩니다. 다시 고백하게 됩니다. 그 무엇도, 그 어떤 것도 우리 안에 계신 주님보다 귀하고 중요한 것이 없음을 말입니다.

“There’s nothing worth more that will ever come close.
Nothing can compare. You’re our living hope. Holy Spirit You are welcome here…”
-배의 예배 모임에서 불렀던 찬양 가사 중-

얼마 지나지 않아 10월 초에, 저희는 가나를 떠나 시에라리온이라는 나라로 향하게 됩니다. 항해 기간은 4일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에라리온으로 가는 항해 중 저와 저희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가는 시에라리온은 가나보다 훨씬 못 살기도 하고, 치안도 더 안 좋을 뿐더러 무슬림이 많은 나라입니다. 그곳에서 저희가 어떤 사역을 갖게 될지 아직은 자세히 모르지만,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 나라를 위해 기도하며 준비하고 사역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복음기도신문]

우기준 선교사(헤브론원형학교 용감한정예병 파송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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