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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옥합을 깨뜨리며 믿음의 은사를 붙잡다”

306호 | 믿음의 삶

오랜만에 순회선교단 미주지부에서 주관하는 훈련과정에 참여했다. 그 직전까지 열방수련회에 참가해 보라는 권유에 직장 때문에 힘들 거라며 단번에 거절했다. 바빠서가 아니었다. 사실 토요일 훈련에 참여하는 나는 이미 드릴 수 있는 전부를 드리고 있다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주에 갑작스럽게 회사에서 일시 해고를 당했다.

이미 내가 보였던 태도가 있기에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에 납작 엎드리며 성경 통독을 시작했다. 열방수련회도 가지 않던 내가 목요열방기도회도 참석했다. 그날 선교사님과의 교제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됐다. 나의 약속의 말씀인 나의 옥합을 깨뜨려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나의 옥합인 시간과 재정을 드리기로 결단하고, 온전히 훈련에 집중하기로 결단했다.

말씀에 흠뻑 젖어 있던 내게 아웃리치 준비기간은 마냥 행복했다. 그러다 구약 일독을 마치고 주님께 감사 기도드리던 바로 그날 아침, 갑자기 병원에서 수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 순간, 의사의 말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혼자 견딜 수 있는 한계선을 넘었다는 생각에 아무런 힘도 낼 수 없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훈련학교 조장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화면에 뜬 이름이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보였다.

방을 위해 기도하는 느헤미야 기도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 자리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 상태에서 집에 가 봤자 나의 결론은 도피일 뿐이다. 기도의 자리에서 주님의 뜻을 확인하고 싶었다. 몇 시간 기도하던 중 내가 느헤미야 기도를 인도하게 됐다. 찬양집을 무심코 폈다. ‘내게 있는 향유 옥합’ 찬양이 나왔다. 찬양을 부르며, 여전히 건강, 나의 몸마저 주님께 온전히 드리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됐다. 주님은 그렇게 나의 건강의 옥합도 깨뜨리기로 결단하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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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고은선

16박 17일 일정으로 아르헨티나 아웃리치를 떠났다. 나의 전부를 드린 아웃리치였기에 이적과 기적을 볼 것을 기대하며 떠났다. 그런데 하나님은 나의 연약함을 한없이 드러내셨다. 겉으로는 순종하는 것 같으나 속에서는 전혀 순종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주님은 보게 하셨다. 나의 기준, 습성, 질서, 감정, 생각, 가치관들을 끝끝내 내려놓지 못하는 나였다. 현지교회와 말씀기도, 그리고 선교사님들의 삶을 보며 받은 은혜는 너무 컸다. 그러나 진정으로 영혼을 사랑하지 못하고, 죽지 않는 나의 자아, 그 괴리감이 너무 커 양심을 괴롭게 했다. 그렇게 아웃리치를 다녀온 후 실패감에 빠져 있을 때, 다시금 처음 복음선교관학교를 시작할 무렵 받았던 약속의 말씀을 떠올리게 됐다.

“예수의 뒤로 그 발 곁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털로 닦고 그 발에 입맞추고 향유를 부으니”(눅 7:38)

시간, 재정, 건강을 주님께 맡김으로 나의 향유 옥합을 깨뜨렸으나, 눈물로 예수의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털로 씻고 그 발에 입 맞추지는 못했음을 깨달았다. 예수님 곁에 서서 나의 가치관, 질서, 생각들을 앞세우며 절대로 예수님의 옷깃에 스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나를 보게 됐다. 결국 옥합을 깨뜨리는 것이 나의 의지로 힘으로 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

아웃리치 중 선교사님에게 치유의 은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기대고 싶은 마음에 팀장님에게 선교사님께 기도 받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기도해 보고 알려주시겠다 하여 기다렸다. 돌아온 팀장님의 답은 지금도 계속해서 마음에 울린다. 그 은사는 내게도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믿음의 은사였다. 말씀이 결론이 되도록 믿는 것이 나의 은사라는 답이었다. 오늘도 그 조언은 변하지 않은 나의 현실과 상황 속에서 소망의 이유가 된다. 어김없이 나의 삶에 오셔서 나를 선교하시는 주님의 열심과 은혜에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오직 말씀이 결론되는 나의 선교적 삶을 통해 열방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되기를 선포한다. [복음기도신문]

김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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