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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건국전쟁’이 일으키는 파장

▲ 이승만 대통령이 4.19 직후인 1960년 4월 22일 시위를 하다 다친 학생들이 입원한 서울대 병원 병실을 방문, 위로하고 있다.

최근 영화 ‘건국전쟁’이 다양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새롭게 알았다.” “놀랍다.” “정말 미안했다.” “어떻게 이렇게 감춰져 있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밀려오는 감동과 회한에 어쩔줄 몰랐다.” 등등 다채로운 반응을 낳고 있다.

필자의 지인도 그런 간증의 주인공이다. 그녀는 한 기독학교의 교사로 재직중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유명 한국사 강사의 강의 100여개를 섭렵할 정도로 많은 애정을 쏟아부어 나름 한국사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 학습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근대사에 대해 그녀는 중요한 대전제를 갖게 됐다. 해방이 되면서 일제식민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은 과오로 인해 청산되지 못한 역사의 왜곡이 오늘까지 우리 삶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남긴 공(?)이다. 또한 당시 지도자였던 이승만 대통령이 건국 초기에 그 친일세력을 끌어안고, 나라를 이끈 독재자였으며, 4.19라는 민중의 저항에 의해 단죄된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지극히 합당하다는 것이다.

동료 교사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 전날에도 그녀는 또 얼마나 잘못된 관점의 영화인지 직접 관람하고,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이야기해줘야겠다는 의욕이 넘쳤다고 했다.

영화관 전등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됐다. 첫 장면부터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저럴 수가. 그렇단 말인가? 상영시간 1시간 40여분 동안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의 밑바탕에 있는 배경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쌓았던 지식이 모래성 위에 세워졌음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마음에 받은 충격과 감동은 이내 사라지지 않았다. 평소 주위에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던 그녀는 역사를 오독(誤讀)해온 지난 삶이 부끄럽고 밀려오는 회한을 주체할 수 없다고 했다.

필자 주위에는 이런 영화관람객이 즐비하다. 연령을 불문하고 대부분 역사의 객관적 실체를 깨닫게 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가치관, 세계관, 인생관 등 모든 영역이 새롭게 재조정되는 놀라운 시간을 갖고 있다고 한다.

무슨 조화일까? 영화 한 편이 일궈내고 있는 기록치고는 자못 놀랍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반응하는 것일까? 한 마디로 이 영화가 ‘실제로 있었던 일’을 말하는 ‘사실’을 넘어 ‘거짓이 없는 사실’인 ‘진실’을 소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승만 대통령이 ▲6·25 때 서울을 시민들에게 지켜달라고 말하면서 도망간 ‘런승만’이 아니라, 미국의 도움을 받아 공산주의자들에 맞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영웅’이었고 ▲친일파를 등용한 ‘미제의 앞잡이’가 아니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한반도에 반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온 ‘건국의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팩트가 조목조목 스크린을 통해 제시됐다.

또 이 대통령이 ▲4·19 때 부상당한 학생들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위로하며 오히려 불의에 굴하지 않은 학생을 격려하고 ▲자신을 위로하는 중국 장제스(蔣介石) 총통에게 “나는 위로 받을 이유가 없소. 불의를 보고 방관하지 않는 100만 학도가 있고 국민들이 있으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라며 오히려 자신의 몰락을 민족적 역사 의식의 회복으로 바라본 일 ▲하와이에서 버려진 한인 소녀들을 위한 여학생 전용 기숙사와 학교를 만든 사연 ▲ 1960년의 부정선거는 이승만 대통령이 단독으로 출마한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 부통령직에 여당 후보인 이기붕 후보의 당선을 목표로 벌어진 사건이었다는 등 기존의 교과서와 작품들이 다루지 않았던 각종 일화가 정치(精緻)하게 소개됐다.

이처럼 다양한 역사적 사실이 열거되면서 관객들의 마음 안에 있던 편견과 왜곡의 잣대가 말끔히 씻겨나갈 수 있었기에 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소위 ‘좌파’ 성향의 매체는 영화 건국전쟁에 대해 ‘이념전쟁’ ‘역사 왜곡’ ‘이승만 미화의 몰역사성’ 등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 관점의 기사나 논평을 읽어보면 상당수가 영화 관람은 하지 않은 채 영화에 관한 자료를 토대로 쓴 글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영화를 비판하려면 이 영화가 제시한 그 사실에 대한 평가를 해야함에도 불구, 그런 비판기사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한 좌익 성향 매체에서 실제 영화를 관람한듯한 역사 전문가가 건국전쟁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한 칼럼을 읽어봤다. 유명 역사강사로 알려진 그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이것이 독재가 아니면 무엇이 독재일까”라는 문장으로 이승만 시대의 부산정치파동, 사사오입개헌 등의 사건을 제시하며 이승만의 장기집권과 독재체제를 비난했다. 또 미일전쟁을 예언하였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며 농지개혁이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주장 역시 시대배경에 대한 몰이해와 사실 왜곡의 관점이다.

먼저 이 대통령의 집권기인 1950년대가 자유민주주의 사회였을까? 그렇지 않다. 자유민주주의로 향하며 ‘진통’을 겪고 있는 시대였다. 당시만해도 다수의 시민들은 독립운동을 통해 접하게 된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대해 마음의 문이 열려있던 시대였다. 이런 상황에 자유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승만의 노력은 ‘건국전쟁’ 그 자체나 다름없다. 또 1941년 태평양전쟁이 발발하기 전 그는 일본내막기(Japan Inside Out)라는 책을 통해 미일간의 전쟁을 예고했으며, 이 대통령은 최고통치자로서 농지개혁을 최우선 정책결정으로 결정하고 공산주의자인 조봉암을 농림부장관으로 발탁해 실행하도록 했다. 그 이전부터 농지개혁을 주장한 사람이 있었으니 농지개혁이 이 대통령의 업적이 아니라는 주장은 심한 왜곡이 아닐 수 없다.

어떻든 영화 건국전쟁은 현재 120만 명의 관객을 향해 질주하며 많은 사람들의 혼미한 생각을 바로 잡고 있다. 정확하지 않은 지식으로 역사적 인물과 상황을 오해했던 시간들에 대한 회한과 미안함. 또한 진실을 알게된 기쁨과 감격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은 열망을 통해 갖는 생각의 늦깎이들을 이 영화는 도처에서 일어나게 하고 있다.

요한복음 8장 32절은 말한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진실을 통해 진리를 알아가는 힘찬 발걸음이 가져올 놀라운 파장을 기대한다.[복음기도신문]

김강호 | 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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